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15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저희 당이 5.18 민주화운동을 부정하지 않는다. 당연히 5.18 민주화운동에 대해 인정하고, 더 억울한 희생자 등 부분이 있다면 밝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런데 이 부분에 대해 또 억울한 희생자가 더 있을 것이라는 논의도 제기됐지만, 그 과정에서 사실과 좀 다른 부분이 있지 않느냐 하는 논의도 제기됐기 때문에 다양한 시각을 가진 분들이 (진상조사위에) 들어가야 그 결과에 대해 국민이 승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는 "국민 모두가 승복하는 결과를 만들고 그것을 통해 국민 통합이 되고 미래로 가야 한다"며 "그런 의미에서 한 가지 시각이 아니라 다양한 시각의 위원들이 참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이같이 말했다.
나 원내대표는 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원내 의석을 가진 모든 정당이 한국당 추천인사들에 대해 비판하고 있는 상황과 관련, "위원회에서 논의를 이어가는 게 맞다. 자꾸 정치권에서 파당적 색깔로 바라보는 것은 또다른 국민통합 저해가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한국당은 5.18 진상조사위 상임위원에 권태오 전 민주평통 사무처장을, 비상임위원에 이동욱 전 <월간조선> 기자와 차기환 변호사를 추천했다. 5.18 유족 단체 등은 권 전 사무처장에 대해서는 전문성이 있는 인사인지 의문을 표하고 있고, 이동욱·차기환 두 인사에 대해서는 "5.18의 진상을 규명하는 데 앞장서기보다는 정당한 진상규명 활동을 방해하고 훼방 놓을 가능성이 농후한 인물들"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관련 기사 : 5.18 유족들 "진상규명 본질 훼손…한국당 추천인사 거부")
이동욱·차기환 두 인사에 대해서는 14일 추천 직후부터 이들의 전력으로 인해 논란이 불거졌었다. 이 씨는 1996년 <월간조선>에 '검증, 광주사태 관련 10대 오보·과장'이란 제목의 기사를 써 당시 '5.18 학살자 재판회부를 위한 광주전남 공동대책위원회'로부터 공개 사과 요구를 받았던 전력이, 차 변호사는 세월호 진상조사위원회 위원 활동 당시의 전력이 도마에 올랐다. (☞관련 기사 : 한국당 추천 이동욱이 쓴 <월간조선> 기사를 읽어봤다)
15일 들어서는 과거 행적 논란이 더 커지고 있다. 특히 차 변호사도 5.18 추가 진상규명에 대해 과거 부정적인 취지의 발언을 했던 것이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추가로 밝혀졌다.
우파 성향 인터넷매체 <코나스>에 따르면, 차 변호사는 지난 2016년 우파 시민단체가 주관한 토론회 '5.18 특별법 개정안의 반(反)헌법성'에 참석해 "(개정안에 대해)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학술적 연구나 토론, 시민들 사이의 건전한 여론을 통한 해결을 추구하지 않고 특별법 개정을 통한 비판적 연구나 의견을 봉쇄하려는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며 "현재 시행되고 있는 형법으로도 근거 없는 폄훼나 인격적 모욕행위를 충분히 처벌할 수 있어 5.18 민주화운동 폄훼 방지를 위한 특별법이 별도로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다른 우파 성향 인터넷매체 <미디어펜>에 따르면, 차 변호사는 지난 2015년 '바른사회시민회의' 등 우파 시민단체 토론회에 참석해 발표한 자료에서 "계엄군의 총에 의해 죽은 아버지(故 조사천 씨)의 영정을 든 아이의 슬픈 모습을 보여주는 사진은 광주 5.18의 비극을 알려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많은 국민들의 뇌리에 각인되어 있다"며 "그러나 실제 조 씨는 시민군이 쏜 칼빈총에 의해 사망했고 국립 5.18 묘지 공식 홈페이지에도 그렇게 밝혀져 있다"고 주장했다.
차 변호사는 또 "영화 <화려한 휴가>, 황석영의 <어둠을 넘어 시대의 아픔을 넘어> 같은 작품들이 5.18 진상을 왜곡하거나 그 피해를 지나치게 과장 묘사해 일반 국민들과 청소년들에게 국군, 정부 나아가 대한민국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인식을 하게 한다"며 "정부는 5.18 희생자들에게 보상도 했고 잘못을 시인도 했으므로 더 늦기 전에 일반 국민들 사이에 잘못 알려진 부분들에 대해서는 제대로 사실관계를 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임을 위한 행진곡'에 대해 차 변호사는 "광주 5.18 민주화운동의 정신이 권위주의 정부를 종식하고 자유로운 자유민주주의 정부를 수립하려는 것이라면 위와 같은 폭력적 행위로 살인을 하고 허위 선전선동을 한 인물(故 윤상원 열사를 지칭)을 기리는 노래를 국가 공식 기념곡으로 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도 않고 동의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차 변호사는 작년 7월말에도 '페이스북'에 "시위대의 칼빈 소총에 맞아 죽은 조사천의 영정을 들고 있는 아들의 사진. 좌익은 이 사진을 유포하면서 계엄군의 총에 맞아 죽었다고 선동질을 했고 그게 먹혀들어간 사회"라는 글을 올렸다고 <경향신문>이 보도했다. 이날 확인 결과, 차 변호사의 페이스북 공개 글 목록에서는 이 게시물을 찾을 수 없는 상태다.
또 <한겨레>와 <오마이뉴스> 등 보도에 따르면, 차 변호사는 5.18 당시 상황과 관련해 "경찰이나 군인을 공격한 차량의 운전수가 만취된 상태 또는 환각제를 소지한 것에 대한 증인이 있다"고 주장하거나 트위터에 '경악! 북한군 광주 5·18 남파 사실로 밝혀져'라는 글을 리트윗(공유)하고 "역사적 사실은 무엇일까?"라는 단평을 덧붙이기도 했다고 한다. 차 변호사는 또 극우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에 게시된 글을 리트윗하며 "지만원 씨가 주장한 내용과 일치한다"며 "영화(화려한 휴가) 내용이 사실과 중요 부분에서 달라 국민들을 오도"한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욱 전 기자에 대해서도 <월간조선> 기사 내용 외의 다른 전력이 지적됐다. <한겨레>는 "(이 씨가) 2013년 유튜브 방송에서 당시 군이 5.18을 '소수 선동가에 의해 다수 선량한 시민들이 금남로에서 도청으로 이동한 사건'으로 작전일지에 적었다고 언급하며 '소수의 선동가와 다수의 선량한 시민, 이것이 광주사태의 본질'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조진태 5.18재단 상임이사는 이날 기독교방송(CBS) 인터뷰에서 "이동욱 씨는 1996년 검찰이 발표한 '화염방사기를 가지고 특전사가 광주 시민들에게 폭력을 행사했다', '탱크까지 투입됐었다'는 내용 자체를 오보이자 과장이라고 하면서 5.18 진상 규명을 왜곡했던 경력이 있는 사람"이라며 "그 기사 자체가 시민들의 증언을 무조건 배제하겠다는 의도로 읽을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 상임이사는 "차기환 씨 역시 세월호 특조위 내에서 내내 세월호 진상 규명을 방해하는 데 앞장선 인물로 알려져 있다"며 "차 씨는 '임을 위한 행진곡'이 국민적 정서에 맞지 않고 국가를 전복하기 위한 노래라고 얘기하고, 5.18 당시에 평화롭게 시위하던 시민에게 발포한 적이 없다는 주장까지 한 바가 있다. 이는 5월 21일 집단 발포 자체를 부정하는 이야기인데, 그런 사람이 어떻게 5.18 진상 규명의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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