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 기업 "미국도 괜찮다는데…방북 승인해 달라"

비대위, 16일 시설 점검 차 개성 방문 신청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이 정부에 시설 점검을 위한 방북을 승인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미국 측도 시설 점검에 대해 양해했다면서 한국 정부가 결정하면 가능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9일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는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그동안 여섯 차례에 걸쳐 시설 점검을 위한 방북 신청을 했으나 모두 불허 및 유보 결정이 내려졌다"며 "아무 대책 없이 철수한 공장의 설비 관리를 위해 방북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신한용 비대위원장은 "지난해 10월 31일부터 11월 2일까지 방북을 구체적으로 조율했다. 당시에는 우리가 먼저 신청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정부 측으로부터 북측과 방북을 협의해서 통보받은 바 있다"며 "당시 방북 스케줄과 동선도 다 나왔는데 이틀 전에 전격적으로 순연됐다"고 말했다.

정부로부터 순연이 된 이유에 대해 어떤 설명을 들었냐는 질문에 유창근 개성공단 재개준비 태스크포스(TF)단장은 "특별히 배경 설명을 들은 건 없다. 다만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기 때문에 좀 더 기다려달라는 입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지난해 미국 정부 측에 개성공단 방북을 공식 요청했고, 미 정부 측에서 만나자고 해서 직접 설명도 들었다"며 "미 정부 측은 시설 점검을 위한 방북은 한국 정부와 협조하면 될 일이라면서 한국 정부가 결정할 일이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해 7월 26일 마크 램버트 미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당시 대행)은 한국을 찾아 개성공단 관계자를 비롯, 남북 경제 협력과 관계있는 기업인들과 만난 바 있다. 유 단장은 이 때 램버트 부차관보와 대화하면서 이같은 입장을 들었다고 밝혔다.

▲ 개성공단 기업인들이 9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시설 점검을 위한 방북을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가졌다. ⓒ프레시안

신한용 비대위원장은 한국 정부 역시 개성공단에 대한 의지가 있다면서 기업인들의 시설 점검을 위한 방북이 이번에는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지난해 9월 평양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의 수행원으로 참가했을 때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개성공단 시설물과 재산이 나름대로 잘 관리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면서 문 대통령이 "이제 공단 재개가 멀지 않았지만, 다 되었다고 느낄 때 마음이 급해지기 마련이니 (남한으로) 돌아가면 입주 기업들에게 모든 것이 때가 있어야 되는 것이라는 점을 당부해 달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신 위원장은 지난 7일 청와대에서 열린 중소·벤처기업인과의 대화에서도 문 대통령이 "시설물 점검을 위한 방북은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며 "이번에는 승인이 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년사에서 개성공단을 언급했기 때문에 비대위가 연초에 기자회견 일정을 잡은 것 아니냐는 질문도 나왔다. 앞서 지난 1일 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아무런 전제조건이나 대가 없이 개성공업지구를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유창근 단장은 "저희는 개성공단 진출부터 지금까지 정치적인 부분은 철저하게 배제하고 기업 활동만 해왔다"며 "신년사를 계기로 해서 우리가 대응책 마련한 것은 아니고 이미 2018년 말에 비대위 차원에서 연두 기자회견을 준비했다. 기업인들은 우리 재산에 대한 권리만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비대위는 이날 기자회견을 마친 뒤 정부서울청사 민원실에서 통일부 관계자에게 방북 신청서를 전달했다. 비대위는 오는 16일 입주기업인 179명이 공단을 방문해 시설 점검을 진행하겠다고 신청했다.

▲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가 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민원실에서 통일부 관계자에게 방북신청서를 전달하고 있다.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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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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