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가짜뉴스가 가장 넘쳐나는 보도는 북한과 관련된 것이 아닐까 한다. 1월 1일 나온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에 대한 보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해석은 자유롭게 할 수 있지만, 그 해석이 사실의 왜곡에 기반하고 있는 것이 발견되기 때문이다.
1월 2일 자 <동아일보>는 "외세와의 합동 군사연습을 더 이상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김 위원장의 신년사 발언은 "지난해 3월 대북 특별사절단으로 방북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예년 수준으로 (한미 연합훈련을) 하는 것을 이해한다"고 말한 것과도 배치된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 역시 김 위원장이 정의용 실장에게 한 말을 환기시키면서 "김정은이 이번에 한·미 연합 훈련 중단과 전략 자산 반입 중단을 요구한 것도 남북 및 미·북 합의와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이 말을 바꾼 것처럼 비춰진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김 위원장이 작년 3월 초에 정 실장에게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연기된 한미군사훈련 재개 문제와 관련해 "4월부터 예년 수준으로 진행하는 것을 이해한다"고 말한 것으로 팩트다. 하지만 이건 앞으로도 한미군사훈련을 계속 실시해도 괜찮다는 뜻이 아니었다.
평창 대회로 인해 연기된 군사훈련을 "예년 수준", 즉 전략폭격기와 같은 미국의 전략 자산이 투입되지 않은 수준에서 실시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당시 김 위원장은 "한반도 정세가 안정기로 진입하면 한미훈련이 조절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는 입장도 덧붙였었다. 당시 상황과 전체적인 맥락을 보면, 김 위원장은 4월 한미 훈련은 양해할 수 있지만,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이 예고된 만큼 그 이후에는 군사훈련이 중단되길 희망했던 것이다.
더구나 한미군사훈련 중단은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작년 6월 12일 김 위원장을 만나 약속한 사안이었고, 또한 기자회견에서 공개적으로 발표한 것이었다. 대화를 하면서 군사훈련을 하는 것은 "도발"에 해당되고, 또한 "돈도 많이 든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한미군사훈련 중단 지속을 요구한 것은 말 바꾸기가 아니라 북미정상회담에서 약속한 바를 계속 준수해달라고 촉구한 것이라고 보는 게 정확하다.
미국의 대표적인 정론지로 불려온 <뉴욕타임스>(NYT)가 가짜뉴스 대열에 합류한 것도 씁쓸하다. 신문은 2일 자 분석 기사에서 "김 위원장은 북한이 단 하나의 핵무기의 포기, 하나의 미사일 기지 해체, 핵물질 생산의 중단의 조치를 취하기에 앞서 국제적인 제재부터 해제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반복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신년사 어디에도 이러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북한의 일관된 입장은 '선 대북 제재 해제, 후 비핵화'가 아니라 제재 해결을 포함한 미국의 상응 조치를 비핵화와 함께 "단계적·동시적"으로 이뤄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의 불만은 6.12 북미정상회담을 전후해 자신은 일부 비핵화와 관련된 초동 조치들 취해왔지만, 미국은 오히려 제재를 강화시켜왔다는 점에 있다.
사정이 이렇다면 NYT를 비롯한 미국의 언론들은 미국의 조속한 상응 조치 이행을 촉구하면서 비핵화를 이뤄나가야 한다고 촉구하는 것이 올바른 태도일 것이다. 하지만 상당수 언론들은 가짜뉴스에 기반해 '트럼프가 김정은에게 속고 있다'는 식의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트럼프는 NYT를 비롯한 몇몇 언론을 "적(enemy)"으로 규정하고 있다. 언론의 자유가 보장된다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그런데 NYT를 비롯한 일부 언론들은 트럼프에 대한 적개심에 압도된 나머지 '트럼프 흠집 내기'에 여념이 없다. 이 가운데에는 트럼프가 최대의 외교 업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북미관계에 대한 보도도 있다.
그래서 NYT를 비롯한 미국 언론들은 자문해봐야 한다. 트럼프와의 쌍방 적대감이 심화되는 과정에서 언론의 본연의 자세를 잃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 과정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비핵화를 달성할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에 재를 뿌리는 것은 아닌지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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