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투성이 종편 <채널A>…'유령 회사'가 100억 투자?

'막말 방송' 논란 이어 투자 관계자 구속…"정체불명 법인들이 투자"

'종편 생태계'에 변화가 생기는 것일까? 종합편성채널의 심사 자료에 대한 시민단체의 분석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특히 <동아일보>가 만든 종합편성채널 <채널A>의 설립 및 기업 출자 과정에서 수상한 점들이 부각되고 있다.

<채널A>에 자회사를 포함해 총 530억 원을 투자한 도화엔지니어링 측은 8일 전직 회장이 구속되는 수모를 겪었다. 4대강 사업 비자금 조성 및 횡령 의혹 때문이다. <채널A>에 203억 원을 출자한 '이앤티'라는 회사도 아리송한 부분이 많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 회사는 2010년 12월 기준 자산 총액이 97억8000만 원, 연 매출 25억 원에 불과한 규모다. 그런데 자산 총액의 두 배가 넘는 금액을 <채널A>에 투자한 것이다. 골프장을 운영하는 '고월'은 2010년 말 기준으로 156억 원대의 자본 잠식 상태였지만 이듬해 <채널A>에 60억 원을 투자했다. 고월은 지난해 말 법원에 기업 회생 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실제 <채널A>에 신규로 투자한 법인들 중에는 그야말로 정체불명의 법인들이 속속 발견되고 있다. 최초 계획한 자본금을 모집하는 가운데 온갖 무리수와 비정상적인 방법이 동원된 것으로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사례들"이라고 주장했다.

▲ 종합편성채널 로고들

회사 자체가 '의문부호'인 리앤장실업

<채널A>에 100억 원을 출자한 '리앤장실업'의 경우는 회사 자체가 의문부호다.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서 이 회사에 대한 어떤 사실도 확인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등록된 보고서가 아예 없기 때문이다. 최민희 의원은 9일 보도자료를 내고 "주식회사 리앤장실업의 경우에는 종편에 100억 원이라는 거액을 투자한 법인으로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그야말로 '유령 회사'나 다름없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최 의원이 공개한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부동산 임대관리업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리앤장실업은 2010년 12월 3일 만들어졌다. 종편 사업자 선정일이 그해 12월 31일임을 감안하면, 사업자가 선정되기 불과 28일 전에 만들어진 셈이다. 회사가 만들어진 지 3~4개월 만에 리앤장은 <채널A>에 100억 원을 투자하게 된다.

이 법인은 1969년생의 이 모씨와 장 모씨가 각각 대표와 이사를 맡고 있다. '리앤장'이라는 법인 명칭은 두 사람의 성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이 법인의 등기부등본상 주소지는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에 위치한 한 상가 건물의 B120호로 돼 있다. 이곳을 직접 찾아간 최 의원실 측에서는 "사무실은 4평 남짓한 공간으로 지금은 아무런 집기도 없이 텅 비어 있다"고 전했다.

▲ 리앤장실업의 등기부등본. ⓒ최민희 의원실

▲ 리앤장실업 사무실 모습. ⓒ최민희 의원실

"그야말로 동네 상가 건물로서, 같은 층에는 세탁소와 옷 수선점, PC 수리점, 문구점 등이 있는 점포 공간으로, 도저히 종편에 100억 원을 출자한 법인이 있던 곳으로는 볼 수 없었다. 바로 옆 상가 관계자들에게 확인한 결과 리앤장실업이 있던 공간은 이미 6개월 전부터 비어 있는 상태였고, 6개월 전에도 리앤장실업이 아닌 다른 곳이 약 1년 동안 사용하고 있었으며, 그 전에는 어떤 남자 1~2명이 컴퓨터를 두 대 정도 갖다 놓고 무언가를 하고 있었는데, 간판도 상호도 없었다고 한다. 또한 B120호 우편 사물함에는 서초구청과 국세청 등에서 온 세금 독촉 고지서 등이 수북이 쌓여 있어, 리앤장실업 관계자가 최소한 2년여 전부터 이 공간을 사용하지 않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최 의원은 "과연 리앤장실업을 누가 만들었는지, 어떻게 법인이 만들어진 지 몇 개월 만에 종편에 100억 원이나 되는 거금을 투자할 수 있었는지, 이 법인이 <채널A>에 100억 원을 투자한 배후에 무엇이 있는지, 그리고 그 실체는 도대체 무엇인지 숱한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뉴스타파>는 "리앤장실업을 실질적으로 만든 인물이, 구속된 미래저축은행 김찬경 회장으로 밝혀졌다"고 보도해 주목된다.

종편 하나 사라지면 그 광고료는 다른 종편으로 간다?

최 의원은 또 "<채널A>의 경우 종편 승인 신청 당시 자본금 규모를 4076억 원으로 제시, 승인장을 받은 종편 사업자 중 <JTBC>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자본금 납입을 약속했다"며 "납입 자본금 규모에 따라 점수를 받게 되어 있는 심사 기준에 따라 <채널A>는 60점 만점 중 역시 승인 사업자 중 두 번째로 높은 48.91점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데 출자를 약속했던 주주들이 대거 출자액 축소 또는 출자 취소를 하면서 법인에서만 915억7300만 원의 변경이 이뤄졌다. <TV조선>(297억 원)보다는 약 3배, <JTBC>(382억 원)보다도 2배 더 많은 변경이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자신의 '친정'인 <동아일보>에 특혜를 줬다는 민주당 장병완 의원의 주장과 맞닿아 있다.

<채널A>는 최근 잡음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채널A>는 1980년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북한군이 내려왔다는 황당한 주장을 내보내 방통심의위로부터 징계를 받았다. 또한 아시아나 항공기의 착륙 사고 당시 "희생자 2명이 중국인이라 우리 입장에서는 다행"이라는 멘트를 내보내, 박근혜 대통령이 "정말 그 한마디로 그동안 한국 국민에 대해 우호적 생각을 갖고 있던 것이 사라질 판이 됐다"고 개탄한 종편이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최근 흐름을 보면 종편의 생태계 질서가 변화될 조짐이 보인다"며 "일부 다른 종편들은 <채널A> 출자자들이 연루된 법인의 비리 의혹 등을 적극 보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상황을 보면 종편 중 한두 곳이 설립 취소되면 나머지 종편이 취소된 종편의 광고비를 차지하는 게 가능하다"며 "결국 이명박 정부가 무리하게 추진한 '미디어법' 때문에 모두 힘든 상황이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 5.18 왜곡 보도 논란을 낳은 <채널A>의 방송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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