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특별대표는 판문점의 공동경비구역(JSA)을 찾아 JSA의 비무장화 이행 상황 등을 살펴본 것으로 알려졌다. 비건 대표의 이번 방문에 한국 측 인사는 동행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미국 측은 비건 특별대표의 판문점 방문을 공개하지 않으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비건 특별대표가 북한 인사와 비공개로 접촉을 갖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앞서 지난 6월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판문점에서 성김 주 필리핀 미국 대사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간의 접촉이 수차례 진행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건 특별대표는 이번 방문에서 북한 인사를 만날 계획은 없었다는 전언이다. 하지만 비건 특별대표의 판문점 행을 단순히 JSA 시찰만을 목적으로 한 것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판문점은 올해 들어 남북 정상회담이 열렸을뿐만 아니라 비무장화가 진행되고 있는 상징적인 장소다. 이런 곳에 북한과 협상 실무를 맡은 미국 당국자가 방문한다는 것은 미국 정부가 올해 이뤄진 평화 분위기 조성을 지지하며, 이 기조 아래 북한과 협상에 임하겠다는 메시지를 북한에게 보내는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특히 비건 특별대표가 19일 한국에 입국하면서 인도적 지원과 미국인의 북한 여행 금지 조치 등을 재검토할 수 있다고 밝힌 만큼, 판문점 방문 역시 북한이 북미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유도하기 위한 전략일 수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비건 대표의 이같은 행보는 비핵화 협상에 맞춰 남북 관계의 속도 조절을 주문하는 발언으로 관심을 끌었던 지난 10월 방한 때와는 달라진 것이다.
한편 비건 특별대표는 21일 오전 통일부 장관과 면담 이후 한미 워킹그룹 회의를 가진 뒤 오후에는 청와대 인사들과 만남을 가질 계획이다.
한미 양측은 워킹그룹회의 및 비건 특별대표와 이도훈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 간 만남 등을 통해 인도적 대북 지원 문제를 포함, 북한의 비핵화와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을 비롯한 남북 협력 사업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지난해 9월 정부가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 UNICEF)과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해 800만 달러 규모로 북한 취약계층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실행하기로 결정한 것과 관련, 이번 워킹그룹 회의 때 이 문제가 논의될 가능성도 있다.
이와 관련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그러한 인도적 지원 문제에 대해서도 협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답해 1년 이상 시간을 끌어온 대북 인도적 지원이 현실화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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