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정국에서 선거제도 개편 문제를 둘러싸고 야3당과 개혁 공조에 금이 간 더불어민주당이 연일 야3당 달래기 행보다. 당장 정기국회 내 처리가 무산된 '유치원 3법'을 비롯해 김상환 대법관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가 시급한 현안으로 떠올랐으나 예산안 처리 후폭풍으로 야3당과 앙금만 더 깊어진 상태다.
이 대표는 1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아쉬운 건 유치원 3법이 한국당 반대로 통과하지 못한 것"이라며 "임시국회를 열어 유치원 3법 통과를 위해 각별히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회의에서 이 대표는 선거제도 개혁과 관련해선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다.
최고위원회의 뒤 이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는 선거제도 개혁을 요구하며 닷새 째 단식 농성 중인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를 찾아 단식 중단을 촉구했다.
이 대표는 손학규 대표에게 "단식을 푸세요. 왜 단식을 해요 왜"라고 하소연하듯 말했다. 그러면서 "서로 대화를 해서 선거법 개정을 하면 될 것 아니냐"며 "그래서 정개특위에 입법권까지 준 것"이라고 말했다. 선거제도 개편 문제는 정개특위 논의 사항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 지도부의 대승적 결단을 촉구하고 있는 손학규 대표는 "그러면 김대중 전 대통령은 왜 단식했고, 김영삼 전 대통령은 왜 단식을 했나. 아니, 뭐가 돼야 (단식을 풀지)"라고 맞받아쳤다.
손 대표는 그러면서 "3당(민주당·한국당·미래당)이 합의를 통해 결론을 내고 세부적인 것은 정개특위에서 해야지"라며 "문재인 대통령도 (선거제도 개혁을 해야한다는) 그런 뜻이 있으니까 민주당이 손해를 보더라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해야겠다는 확실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손 대표가 단식을 풀 때부터 협상을 시작하겠다. 단식을 풀어야 협상을 시작하지"라고 했지만, 손 대표는 "협상이 끝날 때까지 제가 몸을 바치겠다. 협상이 끝나는 것을 보고 제가 단식을 풀든지, 아니면 그때까지 협상이 안되면 나는 가는거지"라고 굽히지 않았다.
손 대표에 이어 찾은 이정미 대표와도 입장차가 현저했다. 이해찬 대표는 이정미 대표에게도 "(선거제도 개혁)논의를 시작하자"며 단식 중단을 요청했다.
하지만 이정미 대표는 "(선거제도 개혁 논의의) 시작이 아니라 언제까지, 어떻게 하겠다는 이야기가 나와야 한다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선거제도 개혁은 내용적 측면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원칙을 전제로 하고, 이번 정개특위 기한인 12월 말일까지는 합의를 본다는 약속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이해찬 대표는 "선거법 협상은 대단히 복잡한 협상이라 충분히 논의해야한다"고 말하며, 이정미 대표가 요구한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내용과 선거제도 협상 시한에 대해 분명한 답을 해줄 수 없음을 에둘러 밝혔다.
그러자 이정미 대표는 "모든 의원을 만족시킬 선거제도는 없다"며 "국민들을 만족시킬 선거제도 개혁안을 내놓고 국회의원이 자기 기득권을 내려놓고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예산안은 지난 2일 시한이 지나고나서 7일 시한을 지켜야한다며 급하게 서둘렀지만 그 과정에서 야3당을 파트너로 여기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정말 묻고싶다"며 "12월까지 정개특위에서 합의안을 만들면 단식을 풀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이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논의할 수 있게 정상화를 시켜달라. 극단적인 대립으로는 합의안을 만들 수 없다"고 재차 단식 중단을 요구했고 이에 이정미 대표는 "합의하면 됩니다. 뭐가 비정상적인 행태냐"며 언성을 높였다.
이정미 대표는 상기된 채로 윤 사무총장과 설전을 이어갔고, 이해찬 대표는 급하게 악수를 나누며 자리를 떴다.
이어 평화당 농성장을 방문한 이해찬 대표에게 정동영 평화당 대표는 "천하의 이해찬 대표는 정치개혁을 위해 살아온 것 아닌가. 친여(성향의 의석을)을 합쳐 189석인데 예산도 하고 정치개혁도 하고 그러면 문재인 정부가 성공하는데 도움이 될 것 아닌가"라며 "왜 이런 선택을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이 대표는 야3당 대표에게 모두 쓴 소리를 들으며 굳은 표정으로 야3당의 농성장이 있는 로텐더홀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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