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외교부는 "2015년 위안부 합의가 위안부 피해자들의 기본권을 침해해 위헌이라는 취지의 헌법소원 사건에서, 외교부는 헌법소원 절차에 따라 피청구인 자격으로 올해 6월 답변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이 답변서에서 "법적 구속력이 없는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가 조약이 아니기 때문에 공권력의 행사라고 보기 힘들며, 따라서 피해자들의 기본권을 직접적으로 침해한 것으로 보기는 곤란하다"는 취지의 내용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외교부는 이에 따라 이 사안을 각하시켜달라는 내용의 답변서를 헌재에 제출했다. 각하란 본안 판단 이전에 헌법소원을 청구한 당사자가 요건을 갖추지 못했을 경우 헌법소원을 진행시키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외교부는 해당 답변서에서 위안부 합의의 내용에 정당성이 없다는 부분은 인정했다. 외교부는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의 진정한 해결이 될 수 없으며, 피해자들의 의사를 반영하지 않는 등 절차와 내용 상으로 많은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고 전했다.
외교부는 "여러 차례 밝힌 바와 같이 2015년 위안부 합의와 같은 합의로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이 문제는 결국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이 회복되고 상처가 치유되어야 해결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2016년 3월 27일 위안부 피해자들 (생존 피해자 29명, 사망 피해자 8명의 유족, 2016년 기준)과 생존 피해자 가족은 한일 위안부 합의와 발표가 피해자들의 기본권을 침해했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위안부 합의, '공권력 행사'인가
외교부가 문제 삼은 헌법소원 각하 여부를 따져보려면 헌법재판소법 68조를 살펴봐야 한다. 이 조항에 따르면 헌법소원을 제기하기 위해서는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不行使)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아야 한다.
외교부는 이와 관련, 지난 2015년 위안부 합의를 '공권력의 행사'로 볼 수 없다면서, 이 때문에 위안부 피해자들이 이 합의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는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외교부가 당시 합의를 '공권력의 행사'로 보지 않는 이유는, 이 합의가 '조약'이 아닌 '정치적 선언'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당시 합의가 조약이었다면 헌법 제6조 "헌법에 의하여 체결·공포된 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는 조항에 근거해 위안부 합의가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지니게 됐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는 외교부가 위안부 합의를 통해 공권력을 행사했다는 증거가 된다. 하지만 이 합의는 당시에도 조약의 성격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외교부는 2015년 위안부 합의가 조약이고 여기에 근거해 공권력이 행사되어 피해자들이 기본권을 침해받았다고 주장한다면, 오히려 이는 당시 합의가 조약이며 법률과 같은 효력을 갖게 되는 것임을 인정하게 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외교부가 이 합의를 통해 '사실상의 공권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6년 헌법소원을 진행했던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 무효와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전국행동'은 그해 3월 29일 기자회견을 통해 합의에 이같은 성격이 있음을 강조했다.
이들은 "이번 (위안부) 합의 및 공표는 일본 정부가 청구인들로부터 향후 개인적인 손해배상청구를 당할 경우, 이미 그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진 것이라고 주장할 근거를 제공했다"며 "따라서 합의 및 공표는 청구인들의 기본권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사실상의 공권력 행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헌법소원 배경을 설명한 바 있다.
'사실상의 공권력 행사'에 대해 피해자들의 헌법소원을 담당하고 있는 이상희 변호사는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공권력 행사 여부를 따져보려면 사실상의 구속력이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외교부는 이 합의를 '외교적 합의', '공식적 약속'이라고 밝히고 있다"며 외교부가 이 합의를 사실상 구속력 있는 사안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외교부 홈페이지의 '일본군 위안부 문제 협의 관련 Q&A'에는 이 합의를 "양국 정부를 대표하는 외교장관이 내외신 공동기자회견에서 양국 국민과 국제사회가 지켜보는 가운데 발표한 공식적인 약속"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변호사는 "만약 외교부가 이 합의가 구속력이 없었고 그에 따라 공권력의 행사가 없었다고 주장하려면 빨리 재협상을 하는 것이 순서"라며 "위안부 합의를 두고 어디서는 공식적으로 지켜야 하는 약속이라고 말하고, 또 다른 곳에서는 공권력 행사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은 자기 모순"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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