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아베와 또 어떤 얘기할지 걱정"

'위안부' 피해 김복동 할머니 "우리의 뜻대로 협의해달라"

박근혜 대통령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오는 31일 정상회담을 갖고 지난해 12월 28일 '위안부' 합의 이후의 후속 상황을 논의한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위안부 피해자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은 합의를 무효화하고 위안부 범죄를 제대로 청산하라고 촉구했다.

'한일 일본군 위안부합의 무효와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전국행동'은 29일 청와대 인근 청운동 주민센터에서 일본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들의 뜻과 국제 인권 기준에 따라 강제동원과 범죄에 대한 인정 및 사죄, 법적이고 공식적인 배상을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김선실 공동대표는 "지난해 위안부 합의 이후 처음 열리는 한일 정상회담에서 또 어떤 무책임한 논의가 오갈지 우려스러운 마음에 오늘 기자회견을 열게 됐다"며 "12.28 합의는 무효이며 재협상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는 "(한국과 일본) 두 정부 간에 무슨 합의를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12.28 합의처럼) 그렇게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라고 한 것이 아니"라고 일갈했다.

그는 "우리 정부에게 제대로 해결해달라고 부탁한 것이 이렇게 허무하게 허물어질 줄 몰랐다. 20년 동안 공들인 탑이 하루 아침에 무너저버렸다"며 "(피해) 할머니들이 죽으면서도 '너희들이 남아서 우리들의 한을 다 풀고 오라'고 했다. 살아있는 이상 말을 안 할 수가 없다"고 밝혔다.

김 할머니는 "이번에 대통령이 미국에 가서 (일본과) 협의를 한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협의를 하게 돼도 우리는 (지난해 합의에) 반대하니까 우리들 뜻대로 협의해주기를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 29일 청운동주민센터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맨 왼쪽), 김복동(왼쪽에서 두번째) 할머니 ⓒ프레시안(이재호)

박근혜 대통령은 미국 수도인 워싱턴 D.C에서 열리는 핵안보 정상회의 참석 기간 중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만날 예정이다. 이와 관련 지난 23일 일본 일간지인 <아사히신문>은 양국 정상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완전한 해결'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정상회담은 (위안부) 합의 내용과 관련, 양측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가 중요한 지점이 될 것이다"라고 전했다. 이에 양국 정상이 지난해 위안부 합의 이후 후속 상황을 점검하고 어떻게 합의를 이행할지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조숙현 여성인권위원장은 지난 27일 한일 위안부 합의가 위안부 피해자들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조 위원장은 "이번 위안부 합의로 일본은 피해자들의 배상청구권은 종료됐다고 주장할 근거가 마련됐다. 이는 피해자들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지난해 합의가 도출되는 과정에서 박근혜 정부가 피해자들에게 이를 설명하거나 의견을 구한 일이 없었고, 이것이 피해자들의 권리를 침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조 위원장은 "헌법 제10조와 헌법 제21조, 헌법 제37조 제1항으로부터 도출되는 절차적 참여권과 알 권리를 침해한 것으로 위헌"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에 대한 입장을 포기하지 않는 한 배상청구권의 장애상태는 계속된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이번 합의를 통해 청구인들이 일본에 대해 가지는 배상청구권을 실현할 길을 봉쇄해서 또 다른 장애상태를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조 위원장은 "박근혜 정부는 일본에 대한 배상청구권을 실현하고 그 장애상태를 제거해야 할 헌법적 의무를 위반했다"면서 헌법에 따라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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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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