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MD 가속화, 한반도 평화 분위기에 먹구름?

[정욱식 칼럼] 사드와 패트리엇의 통합은 "시작에 불과"

미국이 한국에 배치한 사드와 패트리엇 시스템을 빠르게 통합하고 있다. 당초에는 4~5년 후를 목표로 추진키로 했다가 올해부터 본격 착수해 2년 내에 완료키로 한 것이다. 통합의 골자는 경북 성주에 사드와 함께 배치된 AN/TPY-2 레이더를 패트리엇용으로도 겸용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그동안 한미 군 당국이 주장해왔던 것과 배치된다. 한미동맹은 성주 레이더는 사드용으로만 이용될 것이라고 밝혔었기 때문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도 도사리고 있다. 미국 측은 AN/TPY-2를 활용한 사드와 패트리엇 통합이 "시작에 불과하다"고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내용은 미국의 <디펜스뉴스>가 미 육군의 '방공 및 미사일방어 상호운용팀' 책임자인 랜달 매킨타이어(Randall McIntire) 준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확인된 것이다. 이 매체의 10일 자 보도에 따르면, 매킨타이어는 "미국은 한반도에 사드와 패트리엇을 나란히 배치한 상황인데, 강력한 AN/TPY-2 레이더의 이점을 활용해 패트리엇의 능력도 향상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AN/TPY-2가 패트리엇 레이더보다 탐지 거리가 훨씬 긴 만큼, 이 레이더에서 탐지한 미사일 비행 정보를 패트리엇에도 보내주면 요격 능력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미군은 이 레이더를 사드와 패트리엇 겸용으로 사용하는 한편, 패트리엇의 사거리도 크게 늘리기 위해 PAC-3 MSE를 한국에 배치키로 했다. 이러한 계획이 완료되면 미군은 기존 패트리엇보다 더 빨리, 그리고 더 멀리 요격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게 된다고 <디펜스뉴스>는 전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들 시스템의 통합 프로젝트를 수주한 록히드마틴의 팀 카힐(Tim Cahill) 부회장에 따르면, 사드와 패트리엇의 통합은 "시작에 불과하다"고 한다. "일단 (사드와 패트리엇의) 상호운용성이 달성되면, 훨씬 광범위한 다배열·다층 미사일 방어체제(MD)의 능력을 달성하는 데에도 문을 열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 발언이 의미하는 바는 가령 이런 것이다. 성주에 배치된 AN/TPY-2 레이더를 '종말 모드'와 '전진 배치 모드'를 겸용하겠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사드뿐만 아니라 패트리엇, 해상 MD, 미국 본토 방어용 MD 등 다른 요격체제의 레이더로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이는 미국이 가장 선호하는 방식이다. 미국 정부가 "모든 AN/TPY-2 레이더를 업그레이드 하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힌 것에서도 이를 알 수 있다. 미 의회 역시 내년도 MD 성능 향상 예산으로 행정부가 제출한 8100만 달러에서 2억 8400만 달러로 대폭 증액했다. 그리고 이 증액분의 상당액이 한국에 배치한 MD 강화에 쓰일 예정이다.

이러한 일련의 계획들은 '주한미군 합동긴급작전요구(United States Forces Korea Joint Emergent Operational Need)'라는 이름 하에 진행되고 있다. 이게 한미동맹 차원에서 결정된 것인지, 아니면 미국이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지는 불확실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있다. 한미 군사 훈련 중단으로 전략폭격기의 굉음 소리는 당분간 사라졌지만, 미국 주도의 MD에는 가속도가 붙고 있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1990년대 초반 이후 MD야말로 한반도 평화를 번번이 좌절시킨 핵심적인 요인이었다는 점에서 이러한 움직임은 큰 우려를 자아낸다. 최근 미중 간에 신냉전이 회자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그런데 한국 군 당국은 엉뚱한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해상 MD의 핵심적인 무기체계인 SM-3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품고 있는 문제점은 다음 글에서 다뤄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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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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