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권 관문 공항 중대한 하자 있다면 재검토 해야"

[인터뷰] 더불어민주당 박인영 부산시의회 의장

지난 1990년 12월 31일 개정된 지방자치법에 따라 광역자치의회 의원 선거가 시작되면서 부산시민들은 직접선거로 부산시의회를 구성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3당 합당으로 인한 김영삼 전 대통령 집권 이후 보수의 텃밭을 자처한 부산은 보수 우위의 정치 구도와 소선거구제가 20년 이상 지속되면서 특정 정당이 시의회를 독점해왔다.

그러나 촛불로 시작된 민심의 변화와 최순실로 비롯된 박근혜의 국정농단 사건을 계기로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27년 만에 처음으로 과거 야당이 압승을 거두는 대이변을 만들어 냈다. 더불어민주당은 8대 부산시의회 총 47석 중 41석을 가져가며 지난 7대 부산시의회의 새누리당 45석, 새정치민주연합 2석과 비교해 정반대의 성적표를 받아 들고 새로운 출발을 시작했다.

<프레시안>은 추석을 맞아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시의원 가운데 첫 여성 의장으로 선출된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인영 부산시의회 의장을 만나 바뀐 정치지형에서 민주당의 역할과 부산지역 현안에 대한 해결책 등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아래는 박인영 부산시의회 의장과의 인터뷰 내용.

프레시안 : 부산에서는 첫 여성 의장이라는 의미가 남다르다. 본인이 생각하는 의장으로서의 역할은 무엇인가?

박인영 : 제8대 의회가 개원한 지 100일이 다 돼 간다. 그동안 하루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정도로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그동안 '첫 여성 의장'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다. 우리 사회의 고정관념을 깨뜨렸다는 측면에서 굉장히 고무적으로 생각하지만 사실 '첫 여성 의장'보다는 '민주당 첫 의장'이라는 점이 더 큰 무게감으로 느껴진다.

이번에 부산 시민들께서는 민주당을 처음으로 시의회의 과반이 넘는 '여당'으로 만들어 주셨다. 지금 우리 시민들께서는 여성이냐 남성이냐 나이가 많으냐 적으냐가 아니라 변화와 혁신을 추진하고자 하는 의지와 실력을 더욱 눈여겨보고 볼 것이라 생각한다. 더 이상 여자라서 뭐가 안 되고 어려서 뭘 못한다고 말할 수 없는 시대 아닌가? 앞으로 '정말 잘해서 시민들에게 실망을 주면 안 된다'는 무거운 책임감과 초심을 지켜나갈 것이다.


▲ 박인영 부산시의회 의장. ⓒ프레시안

프레시안 : 구의원 이후 시의원으로 당선되고 의장으로 선출됐다. 구의회와 시의회 간 의정 환경이나 역할에 차이가 있다고 보는지?

박인영 : 그동안 시의회는 두 번의 임시회를 열었다. 부족하고 모자란 부분도 있었지만 의원들 스스로 많은 연구와 노력으로 활발한 질의와 토론을 펼치면서 일단은 시민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직도 시의회와 구의회는 대다수 시민들에게는 '무관심의 대상'이다.

의장을 비롯한 시의원 모두가 요즘 말로 '관종(관심종자)'이 될 필요도 있다고 본다. 이전까지 지방의회를 차지했던 세력은 주민 삶의 개선과 지역의 고른 발전보다 자신의 정치적 입지 강화에만 몰두하다 보니 지역정치는 퇴보하고 지역경제는 피폐해졌다. 이전까지 시민 여러분들이 경험해 보지 못한 전혀 새로운 모습과 함께 낡은 것, 관행적인 것, 불편한 것, 불필요한 것들은 깨고 상식과 원칙, 합리와 균형은 꼭 지켜나가겠다.

프레시안 : 최근 구성된 인사검증회 특위 구성에 대해 한국당 소속 시의원들의 반발이 거세다. 민주당은 협치를 강조해 왔는데 앞으로 한국당 의원들과의 소통에 대한 해결책은 있는가?

박인영 : 처음 시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제도 안착이 중요하다고 본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 그래서 규모가 큰 출자출연기관 6곳을 우선 시행하고 나머지 기관은 향후 협의할 계획이다. 지난 9월 12일 특위 현판식까지 했는데 한국당 의원들이 함께 참여하지 못해 의장으로서도 안타깝다.

앞으로도 소통하고 조율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지만 인사검증의 목적이 싸움이라면 설득은 무의미하다고 봤다. 이제 본격적인 인사검증을 위한 조직 구성 등 기반이 구축된 만큼 실질적인 성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본다.

나아가 향후 의회 운영에 있어서도 의석수의 많고 적음을 단순하게 적용하지 않을 것이다. 적은 의석수라도 존중하면서 대립과 갈등보다는 화해와 협력의 새로운 틀을 만들어나갈 것이다. 부산 시민을 전체를 대표하는 시의회가 균형과 조화 속에 의원 각자가 독립 기관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 나가겠다.

프레시안 : 구의원부터 시의원까지 해외연수 기간만 되면 외유성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올해 부산시의회의 해외연수에는 문제가 없는가?

박인영 : 그동안 해외연수는 의원들의 견문을 넓히고 의정역량과 안목을 높일 수 있는 기회로서 긍정적인 효과도 분명 있었겠지만 혈세 낭비라는 비판이나 외유 논란 등도 끊이질 않았다. 제8대 의회는 부산 시민들은 전폭적인 지지 속에 출발했다.

시민들이 우리에게 거는 기대는 과거와 비교해서 훨씬 높다. 상대적으로 조금 작은 실수, 도덕적인 흠결만 보여도 시민들로부터 거센 질타와 비판을 받게 될 것임을 그 누구보다 우리가 더 잘 알고 있다. 스스로 투명하고 도덕적이지 못하다면 결코 시민들이 바라는 변화와 혁신을 제대로 이뤄낼 수 없을 것이다.

올해 해외연수는 필요에 따라 일부 상임위원회만 진행하기로 했고 준비가 부족한 경우 아예 국외연수 계획을 취소하기도 했다. 아울러 해외연수를 진행함에 있어서도 그동안 형식에 그쳐왔던 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강화하고 연수 계획서와 보고서도 적합성과 타당성을 꼼꼼히 따질 것이다. 의회가 분명히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드리고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믿음을 드리고 싶다.

프레시안 : 시의회의 가장 큰 역할 중 하나로 시청에 대한 감시와 견제가 있다. 그러나 민주당 소속 시장과 민주당 소속 다수 시의원으로 제대로 이행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과거 보수의 잘못을 되풀이할 것인가?

박인영 : 의회는 시장과 함께 부산시정을 책임지는 두 개의 수레바퀴이자 운명공동체다. 우리가 바라는 온전한 자치와 실질적 분권을 위해서라도 의회는 지방정부를 보완하고 경쟁할 수 있는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야 한다. 시민행복과 직결되는 현안 해결에는 시와 적극 협력하겠지만 터무니없는 집행부 발목잡기는 물론 스스로 거수기 노릇을 자처하는 일도 결코 없을 것이다.

만약 의회가 견제를 해야 한다면 이유는 단 하나다. 시장이 시민 뜻을 거스를 때뿐일 것이다. 시민의 뜻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소통하고 반영하겠다. 그렇게 의회가 시민의 뜻을 살피고 이를 반영하려면 거수기를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을 것이다. 시민의 눈높이에서 주민의 삶을 고민하고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의정 활동으로 참다운 주민의 대표기관으로서 신뢰받는 의회가 되도록 하겠다.


▲ 박인영 부산시의회 의장. ⓒ부산시의회

프레시안 : 동남권 관문 공항 건설은 부산시의 최대 현안이다. 국토교통부의 중간용역 발표도 있었으나 아직 24시간 안전한 공항이라고 판단하기 어렵다. 부산시의회에서 바라보는 동남권 관문 공항 건설 방향은 무엇인가?

박인영 : 지난 9월 7일 국토부에서는 중간 용역보고를 통해 기존 김해신공항 건설안을 종전대로 추진하겠다고 했다. 우리 부산을 비롯한 울산, 경남과 국토부 사이에 현격한 시각차가 있음을 확인했다. '24시간 안전하고 소음피해 없는 동남권 관문 공항'이라는 지역의 요구는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다. 아무리 이전 정권에서 결정이 난 사안이라고 하더라도 중대한 하자를 가지고 있다면 얼마든지 재검토가 가능해야 한다. 다만 신중에 신중을 기할 필요는 있다.

정치적으로 이 문제를 풀려고 하면 지난 정부에서의 갈등과 대립을 반복할 뿐이다. 정부와 지방정부가 공동검증단을 구성한 만큼 일단은 누가 봐도 수긍하고 수용할 수 있는 객관적이고 투명한 검증 절차가 진행되는 게 중요하다. 시의회 차원에서도 고민해 볼 것이고 향후 울산시의회, 경남도의회와 힘을 합쳐서 협력할 것은 협력한다는 방향으로 진행해 나가겠다.

프레시안 : 끝으로 추석이 다가왔는데 시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박인영 : 올해는 연휴가 길어서 고향 가는 길이 좀 수월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가족들 선물도 사고 차례상도 준비해야 하니 이래저래 몸도 마음도 바쁘실 것이다. 우리 청년들 취직도 잘되고 아이들 교육이나 집값, 노후 걱정도 좀 덜하고 살림살이도 좀 넉넉해졌으면 하는 것이 모든 시민들의 바람일 것이다.

시의회에서는 우리 시민들이 걱정하는 문제들을 하나하나 풀어나가고자 한다. 시민들의 꿈과 희망이 저마다 결실을 맺고 모두가 행복한 부산을 만드는 데 더욱 최선을 다할 것이다. 오랜만에 고향길 가는 길, 안전하게 잘 다녀오시고 시민 모두가 고향의 여유와 푸근함을 한껏 느껴볼 수 있는 즐겁고 행복한 한가위 연휴가 되길 바란다.

취재 : 김진흥, 박호경, 홍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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