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문 5항을 통해 남북은 "한반도를 핵무기와 핵 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어나가야 하며 이를 위해 필요한 실질적인 진전을 조속히 이루어나가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하였다"고 명시했다.
'한반도 비핵화'에 관한 남북 정상의 의지를 구체화한 것으로, 지난 4.27 판문점 선언에 담긴 "남과 북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하였다"는 원론적 합의보다 진전된 내용이다.
북한 비핵화 조치에 관한 구체적 내용은 문재인 대통령이 설명했지만, 전세계에 생중계된 공동 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이 원론적이나마 육성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언급한 점도 의미가 적지 않다는 평가다. (☞관련기사 : 文대통령 "첫 비핵화 방안 합의…미사일 발사대 폐쇄")
비핵화를 위한 '실질적 진전'과 관련한 내용은 세부적인 내용을 담은 3개 항에 담겼다.
① 북측은 동창리 엔진 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 하에 우선 영구적으로 폐기하기로 하였다.
② 북측은 미국이 6.12 북미공동성명의 정신에 따라 상응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치를 계속 취해나갈 용의가 있음을 표명하였다.
③ 남과 북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진해나가는 과정에서 함께 긴밀히 협력해나가기로 하였다.
문 대통령은 이를 설명하며 "남과 북이 처음으로 비핵화 방안에 합의했다"며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가 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 가운데 동창리 엔진 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는 일부 폐쇄 조치가 취해졌으나, 미국 측이 의미 있는 비핵화 조치로 인정하지 않고 있어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 하에 '영구적 폐기'를 함으로써 공식성을 인정받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합의문에 담긴 보다 실질적인 조치는 플루토늄 등 핵물질 생산 기지인 영변 핵시설을 영구적으로 폐기할 수도 있다는 대목이다. 추가적인 비핵화 조치를 요구하는 미국을 설득하기 위해 북한 핵 생산과 관련해 가장 상징적인 시설에 대한 폐기 가능성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여기에는 "미국이 6.12 북미공동성명의 정신에 따라 상응조치를 취하면"이라는 단서 조항이 붙어있다. 미국이 연내 종전선언에 합의하거나 제재 완화 조치를 일부 철회하는 등 선행 조치가 이뤄져야 추진하겠다는 '조건부 비핵화 조치'다.
이 같은 제안을 미국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미국 측이 이를 선(先) 종전선언 요구와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경우 북미 협상의 교착이 당장 해소될 가능성은 낮다. 미 국무부는 이날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검증 가능하고, 의미 있는 조치를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공동 선언이 발표된 뒤 트위터를 통해 "최종 협상을 해야 하지만 김정은이 핵 사찰을 허용하고, (미사일) 실험장과 발사대를 국제 전문가들 입회 하에 영구 폐기하기로 합의했다"며 "매우 흥미롭다"고 밝혔다. 남북 간 합의 수준을 높게 평가해 국무부 등 정부 관계자들의 시선과는 다른 태도를 보인 것이다.
이에 따라 내주 뉴욕에서 한미 정상회담이 예정된 만큼, 문 대통령의 중재 역할에 따라선 북미 간 접점이 마련될 가능성이 열려 있다. 합의문에 담기지 않은 김 위원장의 '대미 메시지'가 문 대통령에게 전달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만나는 문 대통령을 가교 삼아 북미 정상 간 간접 대화가 이뤄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평양 공동선언은 6항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초청에 따라 가까운 시일 내로 서울을 방문하기로 하였다'고 합의함으로써, '3차 남북 정상회담 → 한미 정상회담 → 4차 남북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정상 간 '빅딜' 협상이 이어질 여지를 열어 놨다.
이 과정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 조치 등으로 북미 협상의 접점이 마련되면 2차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도 시나리오에 포함된다.
문 대통령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 시점을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올해 안에 온다는 것"이라고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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