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따라가는 데 익숙해지면 민주당 망한다"

초선의원들, '민주당 패싱' 우려 속 당청관계 재정립 요구

"최저임금법과 관련해서 부작용과 문제가 생기면 청와대보다 당이 나서서 디펜스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저임금은 정부와 청와대가 올리고 당은 산입범위 늘리는 수습을 하는 모양새였다. 정부는 5년을 가고 당은 100년 간다. 당이 나서서 진화하는 모습은 정상적 모습이 아니고 이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도 유연하지 않은 모습이다. 문제가 있을 때 정면으로 비판해야 한다. 고쳐나갈 것은 고쳐나가되 당이 나서서 욕을 먹어주겠다는 리더십은 맞지 않는다."(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

"달이 차면 기울듯이, 우리는 만월 보름달이다. (지지율이) 빠질 수밖에 없는 게 자연의 이치다. 당이 더욱 크게 변화하고 혁신하지 못하면 지난 보수정당의 과거를 따라갈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 솔직히 당이 뭘 하는지 모르겠다. 청와대는 바쁜데 당은 일상적 관리는 있지만 혁신은 없다. 녹색당이 돌풍을 일으킨 것처럼 우리도 개방적으로 다양한 사고를 하고 정책과 가치를 혁신시켜야 한다. 당이 더 민주적으로 운영되어서 당원들과 소통하고 집단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

"큰 선거일수록 여성은 배제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광역자치단체장 여성 1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당헌을 보면 여성이 30% 이상씩 각 후보자에 추천돼야하지만 자치단체장 선거에선 제외한다는 괄호가 있다. 이번 전당대회에서는 그 괄호를 없애는 계기가 돼야 한다. 최고위원도 여성 30%를 적용해서 3명이 돼야 하는데 우리는 한 명이면 된다고 한다. 당원의 45%가 여성이고, 유권자의 절반이 여성인데 왜 여성 최고위원이 1명이면 되냐. 차기 지도부는 성평등 문제를 혁명적으로 이뤄야지만 우리 당이 살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

새 지도부를 뽑는 8.25 전당대회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들 40여명이 모여 당의 진로를 모색했다. 자유한국당의 자멸과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에 힘입어 지방선거를 완승했으나, 현재의 민주당을 칭찬하는 목소리는 많지 않았다. 자만을 경계하며 개혁 입법의 필요성, 새로운 당청 관계의 정립을 요구하는 쓴소리들이 쏟아졌다.

▲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초선 민주당의 내일을 말한다, 민주당 한걸음 더!' 초선의원 토론회 ⓒ연합뉴스


당의 존재감이 사라지는 '민주당 패싱'에 대한 쓴소리가 이어졌다. 조응천 의원은 "여당이 청와대와 정부를 견인하지 못하고 따라가는 데 익숙해지면 망하기 마련"이라며 "당과 청와대는 수평적인 동반자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청와대가) 행정 능력과 높은 지지율로 국회를 우회해 끌고 나가는 탓에 당이 역할을 못하고 존재감 없는 1년을 지냈다"며 "청와대가 국회를 무시하고 대통령도 국회를 무시하면 관료들도 국회를 패싱하고싶은 유혹에 빠진다"고 말했다.

이어 조 의원은 최근 홍영표 원내대표와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사이의 갈등을 겨냥한 듯 "당, 정, 청 간 불협화음은 가급적 물밑에서 조율해야 하는데, 왜 다 아는 사람들이 언론을 통해 3자 대화를 하느냐"며 "차기 지도부는 대통령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빛나지 않는 막후 활동으로 야당을 다루고 어르는 협상력을 높이고 활로를 열어줄 분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승래 의원도 "여전히 우리가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게 대통령 중심의 중앙집권체제"라며 "중앙정부부터 기초정부까지 책임지는 주체는 당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민주당의 내일을 바라봄에 있어서 중앙집권사고에서 벗어나 분권형 사고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개혁입법연대'를 언급하며 야당과의 관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발제를 맡은 연세대 박명림 교수는 "국민과의 수직적 연대에서 더 나아가 개혁과제를 입법으로 연대해야 소수 여당의 한계를 뛰어넘어 대통령의 국정 후반까지 안정적인 개혁 입법 지원이 가능하다"며 "책임을 지는 것은 결국엔 집권당이기에, 연대를 통한 성과를 내지 못하면 보수당의 끝과 같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 의원도 "진짜 협치가 필요하다"며 "민주당이 하자는대로 따라오는 게 아니라, 야당이 원하는 것도 존중하고 같이 책임지는 입법연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성과 청년 최고위원 폐지 방침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기동민 의원은 여성 최고위원 할당 백지화 논란을 언급하며 "과거로 돌리는 결정", "심각한 가치 훼손"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이 소통하지 못하고 있다는 단면"이라며 "당내에서 소통하고 협력해 집단 지혜를 발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이 토론회를 방청해 눈길을 끌었다. 강 의원은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인데, 상대 당이 어떻게 움직이고 의원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서 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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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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