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윤의 미식관광 산업 읽기] ⑪ 미식 정책, 부처마다 따로 논다

치킨벨트·미식여행 33선·양조장 코스·축제…관광객은 어디서 찾아봐야 하나

▲ 금산세계인삼축제의 한 부스. 축제와 미식 사업, 관광 안내를 한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 창구가 필요하다. ⓒ프레시안(문상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6월 말 전국의 닭요리 명소 30곳과 주변 관광지를 담은 'K-치킨벨트' 플랫폼을 공개했다. 대표 사례로 소개된 곳에는 안동 찜닭이 들어 있다. 그런데 안동찜닭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2024년에 고른 'K-로컬 미식여행 33선'에도 이미 올라 있다. 같은 음식을 두 부처가 각자 고르고 각자의 창구에서 홍보하고 있는 것이다. 미식 관광에 대한 정부의 관심이 커진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찾아가는 관광객 입장에서 보면 어디서부터 봐야 할지 알기 어렵다.

지금 정부가 벌이는 미식 관광 사업을 늘어놓아 보자. 농식품부는 2024년부터 장류와 김치, 인삼, 전통주를 주제로 'K-미식벨트'를 만들어 왔고 올해는 닭요리로 넓혔다. 7월에는 '찾아가는 양조장' 69곳을 묶은 권역별 코스도 내놓았다. 농촌진흥청은 향토 음식점인 농가맛집을 육성해 왔다. 문체부와 관광공사는 미식여행 33선을 고르고 지난 6월에는 예약 앱 회사와 손잡고 이 식당들을 외국인에게 소개하기로 했다. 여기에 지자체마다 여는 먹거리 축제가 더해진다. 나라살림연구소에 따르면 전국 지역 축제는 지난해 1214개로 2019년보다 37.3% 늘었다.

사업 하나하나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문제는 이 사업들을 관광객의 눈으로 보면 한곳에 모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닭요리는 K-치킨벨트 누리집에서 양조장은 전통주 포털 '더술닷컴'과 농촌관광 포털 '웰촌'에서 미식여행 33선은 관광공사 누리집과 민간 예약 앱에서 찾아야 한다. 금산을 예로 들면 인삼을 주제로 한 미식벨트는 농식품부 사업이고 금산세계인삼축제는 지역 축제이며 지역 관광 안내는 또 다른 창구에 있다. 금산에 가려는 여행객이 이 모든 것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곳은 없다.

부처 간 협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농식품부와 문체부는 2013년 음식관광 활성화를 위한 양해각서를 맺고 협의체를 꾸리기로 했다. 2024년에도 농촌 관광 분야에서 협업 체계를 만들기로 했다. 지난해 12월 문체부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국가관광전략회의를 범부처 협업을 조정하는 정책 지휘 본부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협약이 여러 번 되풀이됐다는 것은 그만큼 실제로 하나로 움직이기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부처마다 예산과 성과 평가가 따로 있으니 사업도 따로 설계된다. 농식품부는 농산물 소비와 식품 산업을 문체부는 관광객 수를 지자체는 축제 방문객 수를 성과로 내세운다. 모두 미식 관광을 말하지만 목표가 같지 않다.

K-치킨벨트는 이런 사정을 잘 보여 준다. 소재 선정만 놓고 보면 충분히 이유가 있다. 농식품부와 한식진흥원의 해외 소비자 조사에서 외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한식은 한국식 치킨이었다. 국민 공모로 2700여 건의 추천이 들어올 만큼 관심도 컸다.

그러나 지역 미식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따져 볼 점이 있다. 춘천 닭갈비나 안동 찜닭처럼 그 지역에 뿌리를 둔 음식이 있는 반면 소개된 명소 가운데에는 대형 프랜차이즈의 1호점도 들어 있다. 국내 치킨 브랜드만 약 700개에 이른다. 명소로 뽑힌 곳에서 쓰는 닭과 채소가 그 지역에서 나는지 그 돈이 지역 농가와 사업자에게 얼마나 돌아가는지는 선정 기준에서 잘 보이지 않는다. 사업의 목표가 닭고기 소비 확대인지 지역 관광 활성화인지에 따라 답은 달라진다. 목표가 분명하지 않으면 평가도 어렵다.

지자체는 이 사이에서 공모 경쟁에 나선다. 올해 치킨벨트 공모에서는 전국 4곳이 선정됐고 선정되지 않은 지자체는 모델 도시로 지정해 달라고 장관에게 건의하기도 했다. 공모에 선정되면 예산은 받지만 다음 해에는 또 다른 부처의 다른 공모를 준비해야 한다. 작은 지자체의 담당 공무원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이다.

흔히 나오는 해법은 컨트롤타워를 새로 만들자는 것이다. 필요한 일이지만 조직을 만든다고 저절로 풀리지는 않는다. 그보다 먼저 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

우선 정보를 한곳에 모아야 한다. 부처마다 누리집을 따로 만들 것이 아니라 각 사업의 식당과 양조장, 축제, 체험 정보를 같은 형식으로 정리해 하나의 공공 정보로 묶고 이를 여러 언어로 공개하면 된다. 사업은 부처별로 하더라도 관광객이 보는 창구는 하나면 충분하다. 지역 이름을 넣으면 그 지역의 미식벨트와 양조장, 농가맛집, 축제가 한 번에 나오는 것이 관광객이 원하는 정보다.

성과 지표도 맞춰야 한다. 어느 부처의 사업이든 방문객 수와 함께 숙박으로 이어진 비율, 관광객이 지역 식당과 농가에 쓴 돈을 공통으로 재면 사업끼리 비교할 수 있다. 선정 기준에도 지역 식재료를 얼마나 쓰는지 지역 사업자가 얼마나 참여하는지를 공통으로 넣으면 '지역 미식'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사업이 남게 된다.

국가관광전략회의를 정책 지휘 본부로 만들겠다면 미식 분야부터 시험해 볼 만하다. 해마다 새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관계 부처가 사업 계획을 함께 조정하고 지자체는 하나의 창구에 신청하게 하면 중복과 공모 부담을 함께 줄일 수 있다.

관광객은 어느 부처의 사업인지 묻지 않는다. 궁금한 것은 어디 가서 무엇을 먹고 어디서 묵을 수 있는지다. 미식 정책도 부처의 칸막이가 아니라 이 질문에 맞춰 다시 짤 때가 됐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문상윤

세종충청취재본부 문상윤 기자입니다.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