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간선거를 코앞에 두고 경합지역 방문 유세를 돌연 취소했다. 연일 이어진 유세로 인해 건강상의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자기 몸 관리나 잘하라면서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29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방송 NBC는 트럼프 대통령이 "굳이 캔자스까지 갈 필요는 없다고 느꼈다"면서 계획돼 있던 현장 유세를 가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의 로저 마셜 현 상원의원이 "잘하고 있다" 라고 말했다.
이후 공화당 전국위원회(RNC)는 보도자료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주말 캔자스주를 포함해 아이오와주에서 예정된 유세를 전화유세로 대체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현장 방문 취소를 두고 건강에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방송에 따르면 그는 지난 26일 유세에서 쉰 목소리로 한 달간 25차례의 유세 일정을 소화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면서 "신은 인간의 성대가 매일 유세를 할 수 있도록 만들지 않았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갑작스러운 취소가 건강 때문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본인의 건강은 "완벽하다"면서 질문을 한 기자에게 "지난 2주 동안 나를 따라다녔지 않나. 내 상태는 완벽하다. 정말 역겹군. 몸 관리 좀 해라. 꼴이 말이 아니다"라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그간 나이 및 건강 문제로 조 바이든 대통령을 공격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본인의 건강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자 발끈한 모습을 보인 셈인데,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80세로 두 번째 집권 이후 건강 문제가 여러 차례 제기된 바 있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몇 주간 거의 매일 수 시간 씩 이어지는 유세를 강행해 온 트럼프 대통령은 피로 징후를 보이면서 건강에 관한 질문을 받아왔다"고 전했다.
RNC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방문 취소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국 유권자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할 기회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건강 문제 때문이라는 해석을 경계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1월 3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전국 35개 지역에서 공화당 후보들에 대한 투표율을 높이겠다며 '선거 지원 집중 유세'를 벌이겠다고 밝혔으나, 남은 지역들은 현장이 아닌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미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조 그루터스 RNC 위원장이 성명을 통해 "전국 각지의 유권자들이 선거일 전에 트럼프 대통령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 한다"며 "이번 72시간 동안의 집중 유세는 선거 막판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RNC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캔자스와 아이오와를 포함해 텍사스, 뉴욕,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몬태나, 사우스캐롤라이나 등 여러 주에서 약 20차례에 걸쳐 전화 유세를 진행할 예정이다.
RNC는 트럼프 대통령의 유세를 현장에서 비대면으로 변경한 이유에 대해 해당 주들에서 공화당 후보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하지만 공화당의 설명과는 달리 후보들이 고전하고 있는 상황인데, 특히 캔자스주의 경우 한 세기 만에 공화당이 아닌 민주당 후보가 당선될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지난 20~27일 미국 방송 CNN과 여론조사기관 SSRS가 캔자스주에서 투표 의향이 있는 유권자 83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 ±4.5%) 공화당의 현역 의원인 로저 마샬 의원은 45%의 지지를 얻어 49%의 지지를 받은 민주당의 애덤 해밀턴 후보에 비해 오차범위에서 열세를 보였다.
NBC 방송은 이에 대해 "이란 전쟁과 관련된 막대한 비용 문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지난 1세기 동안 민주당 상원의원을 배출한 적 없는 이 지역의 선거 판세는 예측하기 어려운 접전 양상으로 바뀌었다"라고 분석했다.
그간 공화당이 강세를 보였던 다른 주에서도 이와 유사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1988년 이후 민주당 소속 후보가 승리한 적 없었던 텍사스주의 경우 민주당의 제임스 탈라리코 후보가 공화당의 켄 팩스턴 후보보다 더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아이오와주, 오하이오주, 알래스카주 등 2024년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당시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에 비해 월등히 많은 표를 받았던 지역에서도 민주당 후보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공화당 후보들이 트럼프 대통령과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더힐>은 후보들의 '거리 두기'에 대해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세인 데다, 이란 관련 상황 등으로 인해 유류비가 상승하는 등 악재가 겹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고 해석했다.
NBC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자신의 유세가 공화당 후보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거듭 강조해 왔으며, 특히 경합주에서 자신의 등장이 공화당 후보들의 지지율을 끌어올렸다고 주장하기도 했다"라면서도 실제 나타나는 여론의 흐름은 이와 다르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하락세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지난 22~26일 <로이터> 통신과 여론조사기관 입소스가 미국 성인 167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직무 수행 지지율은 32%를 기록해 최저치를 경신했다.
민주당 지지층과 공화당 지지층 간 선거 참여 열기에도 차이가 있어 보인다. 29일 미국 방송 ABC는 텍사스주와 조지아주 등 경합 지역의 사전 투표 현황을 분석한 결과 텍사스주 사전 투표의 51%는 민주당에 투표할 가능성이 높은 유권자들로부터, 45%는 공화당에 투표할 가능성이 높은 유권자들로부터 나온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조지아주 역시 유사한 흐름이 나타났는데 사전 투표자 중 54%는 민주당에 투표할 가능성이 높은 유권자로, 38%는 공화당에 투표할 가능성이 높은 유권자로 분류됐다고 방송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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