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윤의 미식관광 산업 읽기] ⑧ 향토 음식 옆에 지역 술이 없다

전통주 출고 6% 늘고 양조장 관광 코스까지…정작 지역 식당과의 연결은 약하다

▲ 이탈리아 토스카나의 한 와인 양조장. 방문객은 포도밭과 양조 시설을 둘러본 뒤 그 지역 음식과 함께 와인을 맛본다. 양조장 관광이 지역 음식과 숙박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우리 전통주 양조장도 관광지가 되어 가고 있지만, 지역 식당과의 연결은 아직 약하다. ⓒ프레시안(문상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주류 출고액은 1년 전보다 3.6% 줄었지만 전통주 출고액은 6.2% 늘었다. 술을 덜 마시는 분위기 속에서도 전통주만은 꾸준히 자리를 넓히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지방의 이름난 향토 음식점에 가서 메뉴판의 술 목록을 보면 사정이 다르다. 그 지역에서 빚은 술보다 전국 어디서나 파는 희석식 소주와 맥주가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통주 산업의 성장은 숫자로 확인된다. 전통주 출고량은 2018년 9700㎘에서 2024년 2만 2,900㎘로 두 배 넘게 늘었고 같은 기간 전통주 제조 면허는 1037개에서 1957개로 많아졌다. 수출액도 1760만 달러에서 2370만 달러로 증가했다.

양조장을 관광지로 만드는 정책도 1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농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견학과 시음, 술 빚기 체험이 가능한 양조장을 지정하는 '찾아가는 양조장'은 2013년 2곳으로 시작해 올해 69곳으로 늘었다. 지난 7월 농식품부는 이 가운데 40곳을 골라 권역별 미식관광 코스를 처음 공개했다. 코스를 고르는 기준에는 체험 프로그램의 수준과 함께 지역 농산물과 향토음식의 연계, 철도와 도로 접근성이 들어갔다. 충남 예산의 한 사과와인 양조장에는 한 해 약 2만 5000명이 찾는다고 한다.

양조장은 관광지가 되어 가는데 정작 여행객이 매일 들르는 지역 식당에서는 그 지역 술을 만나기 어렵다. 현장에서 흔히 듣는 이유는 몇 가지다. 식당은 대개 도매상을 통해 많이 팔리는 술을 한꺼번에 들여오는데 작은 양조장의 술은 이런 유통망에 들어가기 쉽지 않다. 병당 가격이 희석식 소주보다 비싸 손님이 잘 찾지 않을 것이라는 걱정도 있다. 종류가 많고 맛이 제각각이라 직원이 손님에게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그 결과 여행객은 그 지역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술은 어디서나 마실 수 있는 것을 곁들인다. 지역 술을 맛보려면 따로 양조장이나 전통주 판매점을 찾아가야 한다. 음식과 술이 같은 자리에서 만나지 못하는 것이다.

지역 술이 지역 식당에 놓여야 하는 이유는 맛의 궁합만이 아니다. 전통주 가운데 '지역특산주'는 술을 빚는 농업인이 직접 기른 농산물이나 양조장 인근 지역에서 난 농산물을 주원료로 써야 한다. 수입 원료나 정부 비축미는 쓸 수 없다. 지역 술 한 병이 팔리면 그 지역의 쌀과 과일이 함께 팔리는 구조다.

식당 입장에서도 손해 볼 일이 아니다. 같은 향토 음식이라도 그 지역 술과 함께 내면 손님에게 그 식당만의 이야기가 생기고 술값만큼 객단가도 오른다. 외국인 관광객에게는 더 그렇다. 한국 음식을 먹으러 온 외국인에게 지역 막걸리나 약주를 함께 권하는 것은 그 자체로 한국의 식문화를 경험하게 하는 일이다.

양조장 관광에는 피할 수 없는 문제가 하나 있다. 양조장 대부분이 시내에서 떨어진 곳에 있어 자동차 없이는 찾아가기 어렵다는 점이다. 그런데 술을 시음하면 운전을 할 수 없다. 운전하는 사람은 시음을 포기하거나 아예 양조장 방문을 일정에서 빼게 된다. 양조장 관광이 제대로 자리 잡으려면 대중교통이나 셔틀, 그리고 가까운 숙소와의 연계가 반드시 함께 가야 한다.

정부도 이 점을 의식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양조장 체험과 지역 농산물, 향토음식을 묶은 철도관광 상품을 만들고 올해 하반기에는 대전역에서 충청권 양조장들이 달마다 돌아가며 들어오는 팝업 매장을 시범 운영하기로 했다. 기차역에서 지역 술을 맛보고 사 갈 수 있게 하는 것은 운전 걱정 없이 지역 술을 만나게 하는 좋은 방법이다. 다만 역에서 술을 사 가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 술을 지역 식당에서 음식과 함께 맛볼 수 있어야 관광의 효과가 지역 전체로 퍼진다.

여건은 이미 나아졌다. 2024년 5월부터 식당에서 소주와 막걸리 같은 술을 한 잔씩 따라 파는 '잔술' 판매가 법적으로 분명해졌다. 한 병을 다 시키기 부담스러운 손님도 지역 술 두세 가지를 한 잔씩 맛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비싼 지역 술을 병째 들여놓기 부담스러운 식당에도 잔술은 좋은 출발점이 된다.

여기에 지역 단위의 지원이 더해지면 좋겠다. 지자체가 향토 음식점과 인근 양조장을 짝지어 그 음식에 어울리는 술을 함께 내도록 돕고 작은 양조장의 술이 지역 식당에 들어갈 수 있도록 소량 공급과 배송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식당 직원이 지역 술의 원료와 맛을 손님에게 설명할 수 있도록 짧은 교육을 제공하는 것도 비용 대비 효과가 큰 일이다.

관광 안내도 함께 바뀌어야 한다. 정부가 소개하는 지역 미식 명소나 양조장 코스에 그 지역 술을 내는 식당 정보를 함께 담으면 여행객은 양조장에서 맛본 술을 저녁 식사 자리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 양조장 코스를 철도와 숙소와 묶으면 시음 뒤 운전 걱정도 덜 수 있다.

향토 음식은 그 땅에서 난 재료로 만든다. 그 땅에서 난 쌀과 과일로 빚은 술이 그 음식 옆에 놓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여행객이 지역 식당에서 그 지역 음식과 그 지역 술을 함께 주문할 수 있게 될 때, 미식관광의 소비는 식당과 양조장, 그리고 농가에까지 고르게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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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윤

세종충청취재본부 문상윤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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