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구룡포수협은 뼈를 깎는데, 포항수협은 왜 환부를 도려내지 않나

[기고] 구룡포수협은 뼈를 깎는데, 포항수협은 왜 환부를 도려내지 않나

▲박성환(포항수협 조합원·전 경북도해양수산과장)ⓒ본인제공

바다의 물고기조차 먹이가 풍부할 때는 살을 찌우지만, 먹이가 끊기는 혹독한 시기에는 제 몸에 축적한 에너지를 소모하며 생존을 이어간다.

풍요로운 시절의 몸집을 끝까지 지키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환경에 맞춰 살아남는 것이 바다의 순리다. 하물며 거센 경영 위기에 직면한 조직이라고 다르겠는가.

지금 우리 포항수협을 둘러싼 경영 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 차갑고 거세다. 고금리, 고유가와 소비 침체, 어획량 격감이라는 삼중고 속에서 조합의 미래를 걱정하는 조합원들의 한숨이 포구마다 깊어지고 있다.

지금 우리 포항수협의 현실은 어떠한가? 올해 9월 말 기준, 적자 규모만 무려 약 80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조합의 곳간이 바닥을 드러내고 배 밑바닥으로 바닷물이 차오르고 있는 위기 상황이다.

그런데 작금의 집행부는 이 비상시국에 무엇을 하고 있는가? 긴축과 쇄신은 커녕, 오히려 신규 직원 3명을 채용하겠다고 한다. 80억 적자 속에서 들려온 신규 채용 소식은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하고 있는 조합원들의 가슴에 또 한 번 깊은 절망과 배신감을 안겨 주었다.

이쯤에서 우리는 바로 이웃한 구룡포수협의 행보를 뼈아프게 직시해야 한다. 구룡포수협 역시 지난 2024년 160억 원, 2025년 26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적자를 기록하며 존폐의 갈림길에 섰었다.

전임 조합장의 유고와 보궐선거를 거쳐 2024년 10월 취임한 현 조합장은 취임 즉시 말뿐인 쇄신이 아닌 ‘결단’을 내렸다. 취임 당시 120여 명에 달하던 직원을 엄격한 인적 구조조정을 통해 80여 명 선으로 과감히 감축한 것이다.

그 결과 연간 68억 원에 달하던 인건비를 50여 억 원 수준으로 줄이며, 매년 18억 원이라는 막대한 고정비용을 아껴냈다.

40여 명을 줄이면 조직이 멈춰 설 것이라 수군거리던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구룡포수협은 어떠한가? 비대해진 군살을 도려내자 조직은 오히려 더 날렵하고 기민해졌으며, 구조조정 이전보다 훨씬 더 탄탄하고 활력 있게 돌아가고 있다.

위기 앞에서는 누구도 예외일 수 없다는 뼈를 깎는 각오가 조직의 생명력을 되살려 낸 것이다.

반면, 우리 포항수협은 지금 어떤 길을 걷고 있는가? 현재 포항수협의 직원은 135명 안팎에 달한다. 80억 적자가 나는 마당에 방만한 조직을 그대로 방치한 채, 또다시 채용 문을 열고 인건비 부담을 키우고 있다.

구룡포수협이 살을 도려내는 고통을 견디며 회생의 물길을 틀 때, 포항수협은 안일한 무사안일주의에 빠져 침몰해 가는 배에 짐을 더 얹고 있는 꼴이다. 경영진의 위기의식 부재와 무능이 빚어낸 이 적자의 굴레를 도대체 언제까지 조합원들의 희생으로만 메우려 하는가?

인적 쇄신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조합원을 위해 일해야 할 조직이, 조직과 소수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조합원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적폐는 이제 반드시 끊어내야 한다. 구룡포수협이 증명했듯이, 과감한 군살 빼기와 조직 혁신 없이는 포항수협의 적자 늪을 결코 탈출할 수 없다.

지금 포항수협에 필요한 것은 80억 적자의 칼바람 속에서 스스로 살을 도려낼 줄 아는 강력한 개혁 의지, 구룡포수협이 보여준 단호한 결단력과 추진력이다. 조합원이 피땀 흘려 지켜온 포항수협을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 이제는 우리 모두가 한목소리로 준엄한 인적 쇄신의 칼을 빼 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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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호

대구경북취재본부 김기호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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