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원 다 빼앗길라"…다급해진 트럼프, 이란에 '비밀 서한' 보냈나

WSJ "밴스 부통령, 전 이란혁명수비대 총사령관 레자이에 서면 접촉"…이란 외무장관 "외교 가능성 열어둬"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미 중간선거를 앞두고 여당인 공화당에 불리한 여론이 확산되는 가운데, J.D 밴스 미 부통령이 이란의 고위급 인사와 접촉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상하원 모두를 민주당에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선거전 막판에 이란과 접촉을 시도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28일(이하 현지시간) 미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은 사안과 관련된 관계자들을 인용해 밴스 부통령이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사무총장 모흐센 레자이에게 서한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레자이는 전 이란혁명수비대(IRGC) 총사령관이자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군사고문을 역임한 바 있어 강경파 인사로 분류된다.

신문은 사안에 정통한 한 관계자를 인용해 밴스 부통령의 서한 및 이후 이어진 미국과 이란의 당국자 간 논의에는 구체적인 평화 제안이 담기지 않았다고 전했다. 대신 협상 체계를 마련할 가능성에 초점이 맞춰졌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밴스 부통령의 이번 접촉이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 하에 이뤄졌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8일 저녁 기자들과 만나 "그들(이란)은 의료 물자와 여러 가지 지원이 필요하다"며 "밴스가 (지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그래서 '그렇게 하고 싶다면 해도 좋다'고 말했다"면서 접촉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한 관계자는 신문에 밴스 부통령의 서한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발송된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따라 밴스 부통령은 향후 몇 주 안에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대규모 공격을 실시하지 않도록 미국과 이란 간 공통분모를 찾을 수 있을지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접촉의 상대가 레자이 사무총장인 배경을 두고 신문은 "일부 미국 당국자들은 전쟁 초기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 정치 지도자들을 살해한 이후 이란 정권 내부에서 권력을 확대해 온 강경파 인사들과 대화하는 것이 더 나은 외교적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밴스 부통령의 접촉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 이후 전쟁이 재개될 수 있다며 이란에 대한 위협을 높이는 가운데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우리는 그들과 협상하고 있지 않다. 어떤 식으로든 결론을 내릴 것이며, 그 일은 곧 일어날 것"이라고 말하며 대규모 공격을 예고하기도 했다.

신문은 "밴스 부통령은 이란 전쟁을 공개적으로 지지해 왔지만, 비공개적으로는 전쟁 장기화에 우려를 표명했다"라며 "공화당이 중간선거 결과 하원과 상원에서 공화당 의석이 줄어들어 한 곳 또는 두 곳 모두에서 주도권을 잃을 가능성에 대비하는 가운데 이뤄졌다"고 전해 밴스 부통령이 선거를 위해 접촉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문은 "유권자들은 이란 전쟁과 유가 상승을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에 대한 불만의 원인으로 꼽고 있다"라며 "밴스 부통령은 현재 2028년 공화당 대선 후보 지명의 유력한 초기 주자로 거론된다"라고 전해 밴스 부통령이 차기 대통령 선거까지 염두에 두고 움직인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이란이 밴스 부통령의 접촉에 응할지는 미지수다. 신문은 "레자이는 지난주 이란의 핵심 요구 사항이 구체적으로 충족되기 전까지는 미국과 협상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라는 점을 전하며 이번 접촉으로 당장의 돌파구가 마련되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X'의 본인 계정에 "우리의 용맹한 군대는 조국 방어를 위한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지만, 이란은 여전히 외교적 해법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라고 밝혀 미국과 접촉에 대한 여지를 보였다.

그는 "우리는 중재자들과 긴밀하고 지속적으로 접촉하면서, 일주일도 채 되지 않는 기간 안에 우리의 '7일 계획'을 이행할 수 있는 방안들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라그치 장관이 밝힌 7일 계획은 지난 9월 유엔총회를 계기로 이란이 미국에 제안했던 호르무즈 해협 개방 방안으로, 1~5일 차에 모든 전선에서 전투를 중단하고 이란 항구에 대한 미국의 해상 봉쇄 해제, 이란산 원유 수출 제재 면제, 이란 자산 동결 해제 등을 실시할 경우 6일차에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고 7일 차에 미국과 협상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레자이 사무총장 역시 향후 접촉에 대비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신문은 25일 레자이 사무총장이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사우디아라비아, 파키스탄. 튀르키예의 안보 수장들과 회동한 것을 두고, 그간 외교관들이 만난 것과 비교했을 때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이란을 제외한 이들 세 국가는 상호방위협정을 맺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할 여지도 있다.

한편 밴스 부통령의 대변인은 신문에 접촉에 대한 언급을 거부했다. 신문은 백악관이 해당 사안에 대한 논평 요청을 부통령실로 넘겼다고 전했다. 이란 측 역시 외무부 대변인이 밴스 부통령의 접촉 시도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고 밝혔으며 레자이 사무총장 및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 측에서도 관련 사안에 대한 답을 듣지 못했다고 신문은 밝혔다.

▲J.D. 밴스 미 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중간선거 유세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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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남북관계 및 국제적 사안들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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