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부르짖는 '힘에 의한 영토주권' 수호하려다 무고한 청년들만 희생된다

[정욱식 칼럼] 군사적 충듈 위기 커지는 비무장지대…군사분계선 확정 위해 조선 태도 변해야

한반도의 휴전선인 군사분계선(MDL) 일대에서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조선(북한)의 김여정 노동당 총무부장은 19일 담화에서 "지금 남부국경의 상황은 매우 불안정하다"며 "전술적 타격수단들을 전 남부국경선 부근에 증강 배치하는 문제와 대한국 확성기방송을 재개하는 문제를 검토하고"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위협성 경고는 한국군이 "남부국경 차단물 공사에 동원된 우리 인원들이 '월선'하였다고 근거없는 트집을 걸면서" 경고방송과 더불어 "경고사격을 가하여 우리 군인들의 신변을 위협하고 있는 바"에 따른 것이라는 주장도 내놨다.

이에 대해 진영승 합동참모본부 의장은 20일 중부전선을 담당하는 군단 사령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만약 적이 우리 군의 정당한 조치를 빌미로 추가 도발을 감행한다면 단호하게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이는 조선군이 한국군이 MDL로 간주하는 선을 넘어와 '국경화' 작업을 하는 것이 정전협정 위반에 해당하기 때문에 경고방송과 경고사격을 하는 것은 정당한 조치에 해당한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이렇듯 MDL를 둘러싼 이견이 커지면서 이재명 정부 출범 직후 쌍방의 전단 살포 및 확성기 방송 중단으로 조성되었던 접경 지역의 안정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조선이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면 한국도 확성기 방송 재개 등으로 맞대응에 나설 공산도 커진다.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지금까지는 MDL를 월선한 것으로 간주되는 조선군은 한국군의 경고방송과 경고사격을 듣고는 돌아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왔다. 그런데 김 부장이 거듭 MDL를 월선한 바 없다며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힌 만큼, 앞으로는 조선군이 경고방송과 경고사격에도 물러서지 않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자칫 교전이 발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또한 국방부가 예고한 대로 조선군이 MDL 남쪽에 지뢰를 매설한 것으로 의심되는 지역에서 한국군이 지뢰 제거 작업에 나서면, 조선은 한국군이 자신의 '국경선'을 침범했다며 군사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분계선에 대한 불일치가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조선의 국경화 작업이 완료되어 '국경선'일대에 경비병이 배치되면 무력 충돌의 위험도 상존하게 된다.

▲<조선중앙통신>은 3일 새벽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북한 동부지역에서 조선동해로 중거리 전략미사일 발사훈련을 진행했다고 4일 보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오른쪽에 딸 주애, 맨 왼쪽 부인 리설주, 김정식 당 군수공업부 제1부부장, 장창하 미사일총국장(오른쪽 뒤)이 발사훈련에 동행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이러한 불상사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조속히 대화를 갖고 갈등의 근원인 분계선을 다시 획정하는 길밖에 없다. 그런데 조선은 자신의 주권을 인정하지 않는 한국과는 일체의 대화에 임하지 않겠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이에 따라 정전협정 관리 및 비무장지대(DMZ) 관할권을 갖고 있는 유엔사령부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유엔사가 한국과 조선 쌍방에 MDL 일대에서의 군사 활동을 잠정적으로 중단해달라고 요청하고 조선에 공식적으로 대화 제의를 하는 것이 시급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정전협정 당시 1대 5만의 지도를 펼쳐놓고 펜으로 그은 실선은 실제 공간에서는 약 50미터의 폭을 띠게 되고, 당시 약 200미터 간격으로 설치했던 표지석도 80∼90% 정도 유실된 상태이다. 또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을 실감하듯, 70년 넘는 세월이 지나면서 지형 변화도 많이 일어났다.

한국과 조선, 그리고 유엔사가 인식하는 분계선의 차이도 이러한 문제들이 중첩되어 나타난 것이다. 일단 한국과 유엔사는 MDL에 대한 양측의 입장 차이를 해결하려는 협의에 착수한 상태이다. 이것이 1단계에 해당한다면 다음 단계는 조선과 유엔사가 협의에 나서야 한다. 이와 더불어 MDL에서 실질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주체는 한국군과 조선군이라는 점에서 군 통신선 등 소통 채널을 복원하는 것도 중요해지고 있다.

이 대목에선 조선측의 태도 변화가 필수적이다. 김정은 정권은 '힘에 의한 영토주권 수호'에 집착하고 있지만, 힘의 남용은 양측의 무고한 젊은이들의 희생만 부를 뿐이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겸 한겨레평화연구소장은 최근 <자주국방의 가성비>를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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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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