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소재 5개 지방정부가 주민 권익을 지키기 위해 마련한 비공개 공동대응 자료가 정작 협의 상대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에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우성빈 부산 기장군수가 모 군의원의 자료 유출 의혹을 공개적으로 제기한 가운데 최택용 더불어민주당 기장군 지역위원장도 '정치토호 비리 척결'을 언급하면서 지역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 군수는 지난 19일 자신의 SNS에서 "5개 원전소재 지방정부 협의회의 고준위핵폐기물 관련 비공개 대응 방안이 한수원 측에 유출됐다"며 "비공개 자료를 유출한 사람은 기장군 모 군의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한수원 직원입니까? 기장 군의원입니까?"라고 반문하며 해당 행위를 "기장군민에 대한 배신"이라고 비판했다. 군민의 이익을 지키는 것이 군수의 책무라며 엄중 대응 방침도 밝혔다.
앞서 기장군은 이날 오전 9시 10분 공식 유튜브 채널 '기장군TV'를 통해 주간업무보고를 생중계했다. 공개된 영상에서는 모 군의원이 원전소재 지방자치단체 행정협의회 관련 자료를 의정자료로 집행부에 요청됐다는 취지의 설명이 나왔다.
이어 민주당 최택용 위원장도 이날 자신의 SNS에 해당 업무보고 영상을 공유하며 "극소수 정치 토호세력의 비리를 뿌리뽑겠습니다"라는 글을 게시했다. 최 위원장은 앞서 우 군수의 공개행정과 부정부패·낭비성 의심 사업 전수조사 등을 '우성빈 현상'으로 평가한 바 있다. 다만 이번 발언이 특정 군의원의 위법행위를 확인하거나 지목한 것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지방의회의 자료 요구 권한과 확보한 자료의 외부 제공을 구분해야 한다는 데 있다. 군의원의 의정자료 요구는 집행부를 감시·견제하기 위한 활동이지만 해당 문건이 비공개 공동대응 자료였다면 이를 협의 상대 기관에 전달하는 행위의 적절성은 별도로 따져봐야 한다.
특히 원전 운영기관을 상대로 주민 안전과 지역 지원방안을 협의하기 위한 자료라면 외부 제공 여부는 지자체들의 협상력과 공동 대응체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자료의 성격과 공개 제한 근거, 다른 지자체와의 사전 협의 여부가 중요한 이유다.
지난 9월 8일 경주에서 열린 제36차 원전소재 지방자치단체 행정협의회에는 기장군과 경주시·울주군·영광군·울진군 등 5개 지자체가 참여했다. 당시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과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제도 개선, 한수원과의 협의 및 지원금 문제 등 주민 권익과 직결된 현안이 논의됐다.
기장군도 한수원을 상대로 주민 중심의 협의를 강조해 왔다. 우 군수는 지난 8월 김회천 한수원 사장과 만나 고리 2·3·4호기 계속운전 상생협력지원금 배분과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 문제 등을 논의하며 실질적인 사전 협의와 주민이 납득할 수 있는 상생방안 마련을 요구했다.
이처럼 원전 관련 협의는 안전뿐 아니라 지역 지원과 보상, 장기적인 상생방안까지 맞물린 사안이다. 5개 지자체가 공동 대응에 나선 것도 개별 지자체의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인식에서다.
다만 우 군수의 주장과 별개로 해당 문건의 비공개 지정 경위와 실제 전달 여부, 한수원 측의 수령 경로는 독립적인 확인이 필요하다. 관련 군의원의 자료 요청 목적과 외부 제공 여부, 해당 의원과 한수원의 입장도 아직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우 군수의 공개적인 문제 제기와 최 위원장의 정치토호 관련 발언으로 논란이 확산된 만큼 이제 확인해야 할 것은 문건의 실제 이동 경로다. 누가 어떤 권한으로 자료를 요구했고 누구에게 전달했으며 한수원은 실제로 해당 문건을 받았는가에 대한 군민 권익을 둘러싼 이번 논란은 이 질문에 대한 구체적인 사실 확인을 필요로 하고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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