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중간선거 앞 유가 하락 안 돼'…이란, '인간 레이더' 동원해 선박 공격

2주간 호르무즈서 24척 피격…트럼프 "중간선거 뒤에도 난 이 자리" 선거 뒤 후티 개입 시사

미국 중간선거가 가까워지며 호르무즈 해협 선박 피격 횟수가 치솟고 있다. 미군 공격으로 레이더가 파괴된 이란이 '인간 레이더'까지 동원해 선박 공격에 나서 선거 전 유가 하락을 막고 있다는 보도다.

13일(이하 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영국해사무역기구(UKMTO) 보고서 및 유럽 안보 소식통들에 따르면 11일까지 2주간 호르무즈 해협에서 선박 24척이 공격 받아, 지난 2월 말 이란전 개전 이래 가장 집중적 공격이 쏟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3월 첫 2주간 13척의 배가 피격된 뒤 가장 높은 수치다.

해사무역기구에 따르면 11일에만 6건의 공격이 무더기로 발생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해양보안업체 뱅가드를 인용해 피격 선박 중 3척은 정제유 운반선이었고 2척은 원유 운반선으로 각 한국 장금상선, 중국 뉴트레저시핑 소속이었다고 전했다. 다른 1척은 인도 컨테이너선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호르무즈 해협 통과 원유량이 거의 전쟁 발발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는 집계가 나오는 가운데, 미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란이 유가 하락을 막기 위해 유조선 공격을 강화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속한 공화당은 이란전이 촉발한 유가 상승으로 선거 국면에서 곤욕을 치르고 있다.

14일 <로이터> 통신은 이란 고위 당국자 2명을 인용해 이란이 미국 대선 결과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선박 공격 속도와 유형을 달리 하는 새 전략을 채택했다고 전했다. 한 당국자는 새 전략의 목표는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국제유가를 낮추기 위한 노력을 좌절시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새 전략의 일환으로 이란이 선박 공격 범위를 호르무즈 해협을 넘어 오만만과 그 너머 해역까지 확대할 예정이라고 했다.

통신은 영국해사무역기구와 해양안보업체 자료를 분석한 해상 보안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이란이 카타르 및 아랍에미리트(UAE) 연안 등에서도 선박을 겨냥하는 사건이 일어나 이미 이러한 전략이 시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란 당국자는 통신에 이란이 11월 선거 전 트럼프 대통령이 유가를 낮추는 걸 허용하지 않을 거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들이 가격 하락 지점에 근접했다고 생각하는 순간 우린 그들을 거기서 밀어낼 것"이라며 "이는 체스 게임과 같다"고 했다. 그는 "그러한 배들은 어디서도 안전하지 않을 거다. 호르무즈 해협 바깥에서도 말이다"라고 위협했다.

이란 당국자는 이란이 자국의 제한 조치를 위반하는 모든 배들의 해협 통항을 막는 쪽으로 가고 있다며 "곧 완전 봉쇄가 이뤄질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란 당국자들은 새 전략에 대해 구체적 언급을 피했지만 미군 당국자는 <로이터>에 이란이 정찰병을 활용해 공격 대상 선박을 물색하는 새로운 방식이 등장했다고 설명했다. 미군이 레이더를 파괴하자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소형 선박에 비무장 정찰 인력을 태워 바다로 내보내 표적을 보고하게 하는 방식으로, 지난주 미군이 적발해 탑승자들에 해당 선박을 버리게 하고 파괴했다고 한다. 사상자는 없었다는 설명이다.

이에 더해 미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12일 보고서에서 이란이 선박 공격 능력 향상을 위해 대함 미사일 역량을 개발 중일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선박 공격 횟수가 늘며 호르무즈 해협 통과 원유량도 급격히 줄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해양분석업체 케이플러를 인용해 지난달 호르무즈 해협 통과 원유량이 하루 평균 1550만배럴로 개전 이후 가장 높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최근 선박 피격 급증으로 통항량이 급감해 11일 기준 해협 통과 원유량은 290만배럴로 줄었다. 이란 전쟁 발발 전 걸프국 하루 평균 원유 수출량은 1800만배럴 가량이었다.

신문은 위험에도 불구하고 높은 운임 덕에 해협 운항을 유지했던 선주들이 최근 이 지역을 떠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걸프국에서 화물을 싣는 배가 정박하던 오만만 연안 아랍에미리트 푸자이라항에서 최근 며칠간 선박 여러 척이 떠났다고 한다.

국제유가 기준 브렌트유 가격은 이달 들어 종가 기준 배럴당 100달러 밑으로 떨어지지 않고 있다. 13일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12월 인도분 선물 가격은 배럴당 105.6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일주일 전에 비해 5% 가량 올랐다.

유가 불안정을 야기하는 또 다른 요인인 이란 지원 후티 반군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갈등도 날로 격화 중이다. 사우디 에너지부는 13일 성명을 내 이날 저녁 동부 다란에 위치한 국영석유기업 아람코 행정동이 공격 당해 화재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사상자는 없었다. 이 회사 소식통은 <로이터>에 아람코 본사 단지에 탄도미사일이 떨어져 사무동 한 곳이 피격됐고 최상위 3개층이 손상을 입었으며 건물에 불이 났다고 설명했다.

사우디 민방위대에 따르면 이날 수도 리야드에서도 요격된 후티 반군 미사일 파편 피해로 4명이 다치고 주택 15채가 파손됐다. 후티 반군은 13명을 숨지게 한 지난 10일 공격을 포함해 리야드 킹칼리드 국제공항을 일주일 새 4번 공격하며 사우디 항공망을 교란 중이다.

아람코 본사 피격은 이날 앞서 후티 반군이 사우디가 예멘 수도 사나를 공격하고 있다고 밝히고 관련해 "가혹하고 고통스러운" 보복을 천명한 뒤 이뤄졌다. <AP> 통신을 보면 예멘 정부군을 지원하는 사우디 주도 연합군은 이날 예멘 사나 외곽 석유회사 부지 및 저장고 인근 주민들에 대피를 촉구한 뒤 공습을 강행했다. 연합군 쪽은 후티 반군이 해당 시설을 미사일 및 무인기 무기고로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후티 반군은 해당 공격을 예상한 것으로 보이며, 석유 회사 쪽은 저장고가 비어 있었다고 밝혔다.

미국의 개입 여부가 주목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 뒤 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후티 반군이 "아마도 이란 지시"에 따라 "미국 선거 전 의도적으로 유가를 끌어 올릴 목적"으로 사우디를 공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난 선거 뒤에도 이 자리에 있고 절대 잊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13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 인근 이란 반다르아바스에서 한 소녀가 그네를 타고 있는 가운데 바다 위 화물선들이 보인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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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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