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앞에 선 주호민 "말 못하는 피해자, 녹음마저 막으면 어떻게 지키나"

10개 장애인권단체와 함께 '학대피해 장애인 제3자 녹음금지 예외 촉구' 기자회견

웹툰 작가 주호민 씨가 발달장애아동 등 자신을 방어하기 어려운 사람들의 학대 피해 사건에 대해 제3자가 몰래 한 녹음의 증거능력을 인정해 달라고 대법원에 촉구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전국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 10개 장애인권단체는 6일 서울 서초 대법원 앞에서 '학대피해 장애인 권리 보장을 위한 제3자 녹음금지 예외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앞서 주 씨는 2022년 9월 장애를 가진 자신의 자녀를 정서적으로 학대했다며 초등학교 특수교사 A 씨를 고소했다. 소송의 주요 쟁점은 주 씨가 아들의 가방에 넣어둔 녹음기로 몰래 녹음한 파일의 증거능력 인정 여부였다. 해당 녹음 파일에는 '너 싫어', '버릇이 고약하다' 등 A 씨 발언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1심 재판부는 녹음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해 A 씨에게 벌금 200만 원 선고유예 판결을 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몰래 한 녹음은 통신비밀보호법상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 대화'에 해당한다며 증거능력을 부인하고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이 이에 불복해 사건은 대법원으로 넘겨졌다.

회견에서 주 씨는 "내 아들은 자폐성 장애가 있다. 사건 당시 9살이었고, 무슨 일을 겪었는지 설명할 수 없었다"며 "스스로 말하거나 증거를 남기기 어려운 사람에게도 법이 닿을 수 있는 기준을 세워 달라"고 호소했다.

1심 선고유예 판결이 항소심에서 무죄로 뒤집힌 데 대해 그는 "같은 말이 녹음됐는데도 누가 버튼을 눌렀느냐에 따라 그 목소리가 재판에서 지워졌다"고 했다.

이어 "모든 교실에 녹음기를 들이자는 게 아니다"라며 "CCTV도 증인도 없는 곳에서 피해를 설명할 수도 증거를 남길 수도 없는 사람에게 (보호자의) 녹음마저 허용하지 않으면 무엇으로 자신을 지킬 수 있나"라고 말했다.

단체들도 "2024년 한 해 동안 신고된 장애인 학대 사례는 6031건이며 피해자 71.1%가 의사표현과 자기 방어에 큰 어려움을 겪는 발달장애인"이라며 "학대를 당해도 이를 말로 표현하거나 증거를 직접 남길 수 없는 발달장애, 아동, 치매노인에게 보호자의 녹음은 사실상 유일한 피해 입증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회견 뒤 단체들은 2만 4000여 명의 시민이 서명한 탄원서를 대법원에 제출했다. 장애인, 아동, 치매노인 등 학대 사건에서 제3자 녹음금지 예외를 인정해 달라는 내용이다. 같은 취지로 법률가 112명이 작성한 의견서도 이미 대법원에 제출됐다.

다만 반대편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교사노동조합연맹,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지난 5월 "교육활동 중 몰래녹음 증거를 인정하면 교육현장 전반의 위축이 우려된다"며 A씨 무죄를 촉구하는 교사 2만 4000여 명의 탄원서를 대법원에 제출했다.

▲6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열린 '제3자 녹음금지 예외적용을 통한 학대피해 장애인 권리보장 대책위원회' 주최 제3자 녹음금지 예외 촉구 2차 기자회견에서 웹툰 작가 주호민 씨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