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는 '윤석열 판사 버전'을 꿈꾸는가?

[박세열 칼럼] 조희대의 '정치적 동기'는 과연 무엇인가

조희대 대법원장이 청와대의 대법관 제재청 요구를 거부했다. 대통령의 제재청 요구에 "헌법적 근거와 사유가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 문장은 완벽히 닫혀 있다. 어떤 퇴로도 없으며, 무슨 여지를 둔 것도 아니다.

'헌법적 근거가 없다' 이것은 조희대 원장의 행위가 가능한 이유를 설명할 뿐이다. 제재청을 거부한 데 대한 조희대 원장의 행위에 대해서는 그가 내놓은 설명만으로는 '여러 가능한 선택 가운데 왜 하필 그 선택을 했는가'에 대해 자동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모든 정치적 행위에는 동기가 있다. 대통령이 헌법상 대법관 제청을 요구하는 행위, 임명하는 행위들이 모두 정치 행위라고 한다면, 대통령의 요구를 거부하는 조희대 원장의 행위도 정치 행위다. 이건 조 원장이나 사법부 사람들이 동의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헌법은 기본적으로 권력 기관의 정치 질서를 규정해 놓은 문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치행위에는 동기가 반드시 존재한다.

먼저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혹은 일부 유력 보수 언론들이 이재명 대통령의 '행동' 배경(동기)에는 '재판을 받아야 할 대통령이 왜 사실상 판사를 선택하려 하느냐'는 논리다.

공평하게 하자면 조희대 원장의 행동에도 비슷한 식의 정치적 해석을 부여해 주는 것이 맞다. 왜냐하면 과거 윤석열 정부 시절 '대법원장-대통령'간의 대법관 인사 사례에서 보여진 것과 전혀 다른 행동을 조희대 원장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3년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은 "대법원은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법조계는 물론, 국민이 수긍할 수 있는 인물을 제청해야 한다"고 김명수 당시 대법원장을 노골적으로 압박했다. 법조계에서는 우리법연구회 출신인 정계선 판사(현 헌법재판관)가 제청되면 임명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로 해석했다. 결국 대통령실의 뜻은 관철됐다. 심지어 첫 대법관 인사에서 김명수 전 원장은 '윤석열의 친구'로 알려진 오석준 대법관을 제청했다. 나중에 오석준 대법관은 윤석열 체포 방해 사건 선고 당시 스스로 재판에서 빠진다.

당시엔 대통령의 임명권을 대법원이 존중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그러나 조희대 원장의 이번 행동은 완전히 다르다. 그는 대통령의 임명권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강수'를 두고 있다. 그래서 조희대 원장의 '동기'를 추론해 보는 것은 의미가 있다.

이 행동을 통해 조희대 원장은 무엇을 원하는가. 먼저 '이번에 밀리면 앞으로 대통령이 사실상 대법관을 선택하게 된다'는 위기 의식이다. 그는 지금 한 명의 대법관 자리를 놓고 싸우는 것이 아니다. 향후 대법관 인사의 게임 룰을 놓고 싸우고 있다. 2년 뒤 대법관 증원을 포함한 향후 인선에서 청와대와 대법원 가운데 어느 쪽이 주도권을 쥐느냐는 문제가 존재한다.

이 논리를 조희대 원장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그가 이번에 대통령을 꺾으면, 그는 앞으로 모든 대법관을 자신이 제청해 대통령의 임명을 유도할 수 있는 힘을 거머쥔다. 만약 대통령이 임명을 거부한다면 그는 또 다른 '정치적 행위'를 통해 돌파할 수도 있다.

심지어 조희대 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는 때를 택했다. 대통령 힘이 약해지고 있는 시점을 파고들었다. 부동산 문제나 검찰 개혁 문제 때문에 발생한 대통령의 '정치적 위기'를 적극 활용한 것이다. 그래야 '정치적 승리'의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겉으로 보면 거의 문재인 정부 시절 윤석열 수준의 정치적 도박을 감행하고 있다.

물론 이건 추정이다. 대통령과 맞서겠다는 '정치적 동기'보다는 대통령에게 법관 인사 주도권을 넘겨주지 않겠다는 사법관료 조직의 집단 반발이 조희대 원장을 통해 표출된 것일 수도 있다. 그가 연일 '사법부의 독립'을 강조하는 것도 이런 맥락일 것이다.

그럼에도불구하고다. 그가 과거 '사법부의 독립성' 같은 가치나, '정치적 중립성' 같은 가치를 제대로 지켰던가? 조희대 원장은 과연 일관된 '사법부 독립'의 화신으로 행동해 왔는가? 그는 정말 '대쪽 판사'였던가?

조희대 원장은 지난 계엄 정국과 대선 정국에서 치명적인 약점들을 노출했다. 특히 계엄 정국에서 조희대 원장의 태도는 이해할 수 없었다. 법원행정처 간부들에게 비상계엄이 위헌이라는 취지로 말했다던 조희대 원장은 4일 아침 전국에 생중계된 출근길 약식회견에서 '위헌'이나 '불법'이라는 말을 전혀 하지 않았다.

공포스러운 내란의 밤을 지낸 국민들은 대한민국 사법부의 단호한 입장을 기다렸지만, 조희대 원장은 "나중에 다시 말씀드리겠다"며 빠져나갔다.

그런 조희대 원장은 불법 계엄과 내란으로 발생한 대통령 선거를 코앞에 둔 상황에서, 당시 야당의 유력 후보 선거법 사건을 헌정 사상 초유의 '속도전'을 동원해 유죄 취지 판결을 내렸다. 2심 무죄 판결 후 2025년 3월 28일 상고장이 접수됐고, 하루만에 6만 쪽 이상의 기록이 서울고법에서 송부됐다. 한달도 채 안 된 4월 22일 조희대 원장은 대법원 전원합의체 회부를 결정했으며, 이틀만인 4월 24일 두 번째 합의기일을 개최하고, 5월 1일 유죄로 사실상 결론을 뒤집었다.

전광석화같은 이 판결은 여러모로 풀리지 않은 의문들을 남겨 놓고 있다. 한달여 만에 야당 유력 대권 주자의 정치 생명을 끊는 판결을 내리는 게 상식적으로 가능할까?

만약 대법원의 인적 구성이 바뀌면 2025년 대선 직전 대법원의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검증 압력이 커질 수 있다. 대법원이 정치에 노골적으로 개입한 것으로 기록될 이 사례는 반드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고 본다.

물론 조희대 원장이 '배수의 진'을 친 동기가 이런 과거 행위들을 감추기 위해서라는 해석도 지나친 감이 있다. 대법관 구성이 바뀐다고 해서 과거 전원합의체의 내부 심의 내용이 자동으로 공개되거나 조사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제재청 거부 사태가 대통령 권력과 사법권력의 정면 충돌로 치달은 데 대한 원인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있다는 말이 틀리지 않다면, 동시에 조희대 대법원장이 자초한 것이라는 설명도 틀리지 않다.

사법부는 선출되지 않는 권력이기 때문에 '이념적 순환 고리'의 균형을 통해 그 중립적 권위가 유지된다. 미국의 대법관은 종신직이지만, 그 정치적 매커니즘은 한국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이를테면 진보 정권에선 진보 성향 대법관이, 보수 정권에선 보수 성향 대법관이, 흑인 정권(?)에선 흑인 대법관이, 여성 정권(?)에선 여성 대법관이 늘어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다. 완벽한 '중립'이란 불가능하기 때문에 민주주의 국가에선 이런 이념적 순환 고리를 통해 사법 권력을 견제하고, 정치 권력과의 관계에서 '모종의 균형'을 유지해 왔다.

조희대 원장은 암묵적으로 합의돼 왔던 사법부의 '이념적 순환 고리'를 깨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그는 진보 정부에서 보수 우위의 대법원 체제를 유지하려 한다.

그는 왜 이런 무리수를 두는 걸까? 왜 자신이 선택한 대법관 후보자를 관철시키기 위해 선출직 권력인 대통령의 의지를 꺾으려 하고 있을까? 왜 그는 '정치적 도박'이란 비난까지 감수하며 특정 후보를 밀어붙이고 있는 걸까? 조희대는 정권에 반기를 들고 대통령 직에 스스로 오른 '윤석열'처럼 되고 싶은 걸까? 자신이 행한 '정치 개입'의 진상을 덮기 위한 것일까? 판단은 독자들에게 맡기겠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법원 등에 대한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회가 선언되자 법사위 회의실을 나서고 있다. 왼쪽 위는 조 대법원장의 이석에 반대하며 무소속 최혁진 의원이 든 규탄 팻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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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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