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도자문화의 중심’ 경기도에서 만나는 ‘흙의 예술’

‘2026 경기도자비엔날레’ 18일 개막… 11월 1일까지 광주·여주·이천지역서 45일간 펼쳐져

흙과 지구가 품은 시간과 기억을 공유하는 놀라운 경험 선사

▲경기도자박물관에서 펼쳐지는 ‘우리 시대 도예 명장’ 특별전을 통해 공개되는 명장들의 작품들. ⓒ프레시안(전승표)

"인간의 삶에 필수 요소인 흙은 예술의 좋은 재료이며, 흙으로 완성된 도자는 인류의 훌륭한 예술이자 자산이다."

오는 18일부터 11월 1일까지 45일간 펼쳐지는 ‘2026 경기도자비엔날레’를 앞둔 지난 16일 한국도자재단의 초청으로 경기도자박물관(광주)과 경기도자미술관(이천) 및 경기생활도자미술관(여주)에서 진행된 프레스투어를 통해 깨닫게 된 ‘땅이 만든다(Earth Makes)’라는 전시 주제에 대한 결론이다.

조선 백자의 요람인 광주와 고려청자 및 조선 분청의 맥을 잇는 여주를 비롯해 현대 도자의 중심지인 이천을 하나로 묶어 지역적 전통을 현대 문화로 재해석한 ‘2026 경기도자비엔날레’는 흙과 땅을 단순히 인간이 예술활동에 이용하는 재료로만 보는 것이 아닌, 예술을 함께 만들어 가는 주체로 바라보고 있었다.

인간 중심의 창작에서 벗어나 ‘땅’을 창작의 주체로 조명하고, 도자의 가능성을 미래로 확장했다는 느낌이 강했다.

실제 미리 본 ‘2026 경기도자비엔날레’는 수천·수만 년간 흙과 지구가 품어온 시간과 기억을 비롯해 생태적 순환의 가치를 예술적 시각에서 조명하며 도자의 과거와 현재 및 미래를 연결하고 있었다.

▲‘2026 경기도자비엔날레’를 알리는 경기도자박물관 로비. ⓒ프레시안(전승표)

□ 도자문화의 중심지에서 확인하는 도자의 현재와 미래

‘2026 경기도자비엔날레’가 펼쳐지는 기간동안 경기도자미술관에서는 14개 국에서 28팀·67명의 작가가 참여하는 본전시 ‘땅이 만든다’와 77개 국 1050명의 작가가 출품한 1397점의 작품 가운데 최종 선정된 58점의 작품을 선보이는 ‘국제공모전’을 통해 도자 예술이 인간의 기술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닌, 자연과의 교감과 협업의 결과물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본전시는 △Chapter 1 = 흙이 만든다(Made from Earth) △Chapter 2 = 땅이 만든다(Made by Earth) △Chapter 3 = 지구가 만든다(Made in Earth) 등 세 개의 장으로 구성됐다.

흙·불·물 등 자연의 요소가 도자로 완성되는 변화의 과정을 예술적 관점에서 조명하는 본전시에서는 흙의 무게와 습도 및 가마의 열을 비롯해 대기의 변화 등 자연적 요소들과 인간인 작가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도자가 단순히 인간의 손에 의해서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 지구의 자연과 함께 만들어 내는 ‘생성의 예술’임을 보여준다.

작품 속 균열과 뒤틀림 등의 흔적도 우연한 실패 또는 결함이 아니라 작품 완성의 중요한 요소로서 평가되며 도자 예술이 △자연과의 협업 △우연과 실패 △물질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창작임을 깨닫게 한다.

▲자신의 작품을 설명 중인 호주 작가 야스민 스미스(Yasmin Smith) 씨와 ‘2026 경기도자비엔날레’의 본전시인 ‘땅이 만든다(Made by Earth)’의 두번째 챕터에 커미셔너로 참여한 나탈리 킹(Natalie King) 전 베니스비엔날레 호주관 커미셔너 및 이대형 예술감독(사진 오른쪽부터)의 모습. ⓒ프레시안(전승표)

실제 호주 작가 야스민 스미스(Yasmin Smith) 씨는 ‘맨체스터의 유목(流木)·Manchester Driftwood’이라는 작품을 통해 영국 맨체스터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이 지구의 거대한 비극의 시작으로 규정한 그는 맨체스터 선받 운하에 떠다니는 나뭇가지를 수집해 점토로 주조한 후 나뭇가지를 태워 만든 재를 이용해 유약을 제조한 뒤 이를 작품에 활용했다.

야스민 스미스 작가는 "재 유약은 흙과 물, 대기에 축적된 오염과 그 장소에 역사를 드러내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땅을 매개로 벌어지는 자연적인 화학 작용에 인간이 개입하면서 초래한 기후 변화 위기 등 제6의 대멸종과 직면한 시대적 상황을 작품에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그의 또 다른 작품 ‘숲·Forest’도 호주 시드니 남쪽의 한 탄광에서 수집한 석탄덩어리를 본 뜬 뒤 공룡의 멸종을 불러온 제5의 대멸종 시기, 소행성에 의해 생성된 거대한 분화구에서 채취한 돌과 토양의 에너지를 흡수하며 자라난 나무로 제작한 유약을 발라 완성했다.

야스민 스미스 작가는 "한 때 광대한 숲을 이뤘던 선사시대 식물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 석탄이 되고, 다시 석탄재의 형태로 지표면으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영감을 받았다"며 "특히 호주 산업 폐기물에서 석탄재는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으로, 석탄의 형태와 석탄재를 활용해 제작된 유약을 한데 결합한 작업을 통해 지질학적 시간과 인간의 산업활동이 하나의 물질 안에서 뭉쳐지는 과정을 통해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고민했다"고 전했다.

▲‘국제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캐나다 작가 엘리자 아우(Eliza Au)의 ‘신성함을 공간화하기(Squaring the Circle)’. ⓒ프레시안(전승표)

이와 함께 국가와 세대, 작업방식이 서로 다른 다양한 문화권의 작가들이 각자의 시각과 기술 및 전통을 바탕으로 도자 예술을 새롭게 해석한 ‘국제공모전’에서는 도자 예술의 세계적 흐름 및 동시대적 경향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전시에서는 도자 예술의 실험성과 예술적 깊이를 확인하며 도자 예술의 본질과 미래를 탐구하는 시간을 통해 도자 예술의 다양한 스펙트럼과 창작의 깊이를 경험할 수 있다.

특히 전통적 기법과 현대적 감각 및 실험적 시도 등이 어우러진 한국 도자 예술의 위상도 체감할 수 있다.

▲‘국제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독일 작가 데이비드 라우어(David Rauer)의 ‘펀치카드 하우스(Lochkartenhaus’. ⓒ프레시안(전승표)

□ 명장의 예술세계부터 도자의 새로운 방향성까지

경기도자박물관에서는 한국 전통 도자 예술의 진수와 새롭게 해석되고 있는 현재의 도자 문화 및 앞으로의 방향성을 엿볼 수 있다.

특별전 ‘우리 시대 도예 명장’은 전통도예 1세대를 포함한 경기지역 도예 명장들의 작품과 인터뷰를 통해 전통도자의 현재와 미래를 조명한다.

△청자 기술의 계승과 현대적 해석 △분청의 자유로운 조형성 △담백함 속의 격조와 위엄, 백자 △한국 도자의 새로운 가능성 등으로 구성된 전시에서는 전통도예 분야에서 30∼50년간 자신의 인생을 바친 장인들의 고집과 철학마저 읽을 수 있다.

▲특별전 ‘우리 시대 도예 명장’이 마련된 경기도자박물관 기획전시실에 전시된 작품들. ⓒ프레시안(전승표)

명장들의 작품들은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인들에 의해 우리 청자의 가치가 인정된 과정과 맥이 끊겼던 청자 제작 기술이 일본인들에 의해 개발되는 과정에서 어깨너머로 이를 습득하며 고려청자를 계승할 수 있었던 과거의 현실과 해방 이후 점차 사라져가는 가마로 인해 이천지역 일대로 이주해 명맥을 잇게된 배경 등 전통 도예의 역사를 살아 숨쉬게 하는 매개체다.

비대칭이 특징인 조선백자 달항아리의 경우 최근 대칭을 중요시 하는 조형미와 여러 현대적 요소들이 강조되고 있는 모습을 통해 시대의 변화가 투영되고 있는 전통 도자의 변화 속에서도 한국적인 요소를 지키고자 하는 국내 도공들의 장인정신을 확인할 수 있다.

경기도자박물관의 소장품들을 공개하는 ‘도자기로 보는 우리 역사’에서는 고려시대부터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각 시대별로 도자에 담은 기술과 문화의 변화를 통해 우리 도자의 역사와 전통을 느끼고, 시대 및 생활상의 변화에도 계승·발전되고 있는 우리 도자 문화의 가치를 깨달을 수 있는 시간으로 구성됐다.

한국 도자의 전통과 조형정신의 현재를 살펴볼 수 있는 ‘아름다운 우리도자 공모전’에서는 총 254점의 출품작 가운데 선정된 37점을 만날 수 있다.

전통적인 재료와 기법의 계승에만 머무는 것이 아닌, 동시대의 감각과 시선으로 전통 도예를 새롭게 해석한 작품들이다.

이를 통해 한국 도자의 전통이 과거에 머무는 유산이 아니라 새로운 재료와 형식 및 표현을 만나며 확장되는 현재진행형의 문화임을 보여준다.

이 밖에도 오는 19일부터 11월 1일까지 주말과 공휴일을 중심으로 △상상 흙창고 △공예포차 △어린이 창작소 △공예체험 자판기 등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흙놀이와 도자·공예 체험으로 풀어낸 키즈 비엔날레 ‘얼스 플레이랩(EARTH PLAYLAB)’과 ‘지역 도예인 체험·마켓’ 등도 즐길 수 있어 ‘2026 경기도자비엔날레’가 펼쳐지는 3개 지역 가운데 어린이를 포함한 가족 단위 관람객들에게 가장 유익한 시간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경기생활도자미술관에서 열리는 소장품전 ‘아름다운 것은 영원한 기쁨’에 전시된 미국 작가 베티 우드만(Betty WOODMAN)의 ‘정원의 반영(A Garden Reflected)’ ⓒ프레시안(전승표)

□ 익숙함 속의 새로움

경기생활도자미술관에서는 △전통의 재해석 △도자 예술의 미적 가치 확산 △참여와 체험 중심의 문화교육 △지역사회와 현대 도예 시장의 연계 등 4가지 의미를 담은 시간이 제공된다.

특별전 ‘낯선 전통 : Tradition, Revisited’은 총 6명의 작가가 참여해 10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이는 미술시장 연계 전시로, 청자와 백자로 익숙한 한국 도자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토기·흑유자기·옹기·철화분청 등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재료와 기법들에 대해 오늘날의 시선으로 재해석한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원로·중견·신진 세대 작가들이 저마다 흙의 물성과 기형 및 제작기법을 각자의 조형 언어와 철학으로 새롭게 해석한 작품들은 한국 도자의 폭넓은 스펙트럼과 동시대적 가능성을 보여준다.

▲경기생활도자미술관에서 열리는 특별전 ‘낯선 전통 : Tradition, Revisited’에 전시된 김호정 작가의 작품들. ⓒ프레시안(전승표)

경기도자미술관이 소장중인 300여 점의 작품을 전시하는 소장품전 ‘아름다운 것은 영원한 기쁨’은 ‘기(器·Vessel·그릇)’를 바탕으로 시대와 지역에 따라 서로 다른 형태 및 표현 양식의 차이를 넘어 지속해서 이어지고 변화해 온 우리 도자의 미적 가치를 강조했다.

무엇보다 음식을 담거나 저장하는 실용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미적 감각과 작가의 실험정신을 보여줌으로써 그릇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확장성을 다루고 있다.

‘2026 경기도자비엔날레’의 지휘를 맡은 이대형 예술감독은 "이번 비엔날레는 인공지능(AI) 또는 디지털 테크놀로지 등 압축된 정보가 아닌, 땅과 흙이 가진 오래된 기억과 지혜를 상징적으로 느낄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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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승표

경기인천취재본부 전승표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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