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주시 가흥신도시 중심가의 한 유명 커피숍 앞에 설치된 펜스로 보행로가 사실상 단절됐지만, 영주시가 5년 동안 단 한 차례도 행정처분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커피숍 앞에는 업주 측이 사유지 경계를 표시한다며 1m 남짓한 보행공간과 주차장 부지를 나누는 경계석 위에 긴 펜스를 설치했다. 취재 결과 펜스가 설치된 경계석은 영주시 소유인 것으로 확인됐다.
펜스가 설치된 구간 중 기존 인도가 있는 곳은 통행 폭이 크게 좁아져 유모차와 자전거, 휠체어가 지나가기 어렵다. 인도가 없는 구간에서는 그동안 보행로로 이용되던 공간까지 펜스에 막히면서 시민들이 차도로 내려가 걸어야 하는 위험한 상황이다.
가흥신도시 대부분 지역은 충분한 공공 인도가 확보되지 않아 건축물이 도로 경계에서 물러나면서 생긴 사유지가 사실상 보행로 역할을 해왔다. 이처럼 시민들의 통행을 사유지에 의존해온 상황에서 토지 소유자가 경계에 펜스를 설치하자 시민들이 다닐 공간마저 사라졌다. 가흥신도시 보행체계의 구조적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영주시는 부족한 보행공간을 보완하기 위해 신규 건축물 인허가 과정에서 주거·상업지역의 일정 규모 이상 건축물을 건축선에서 1m 이상 후퇴해 짓도록 안내하고, 그 공간을 보행로로 이용하도록 해왔다. 그러나 건축선 후퇴 공간은 사유지로 남아 있어 법률상 공공 인도에 해당하지 않는다.
영주시 관련 부서의 설명도 오락가락했다.
영주시는 처음에는 “개인 사유지에 설치된 펜스라 문제가 없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관련 자료를 요구하자 “펜스가 설치된 경계석은 영주시 소유가 맞다”고 답해 앞선 설명과 다른 입장을 내놨다.
영주시 소유 경계석 위에 사설 펜스가 설치된 사실이 확인된 만큼 도로점용허가 또는 공유재산 사용허가 여부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 적법한 허가 없이 설치됐다면 무단점용에 따른 철거나 원상복구 등 행정조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영주시는 해당 펜스가 설치된 이후 5년 동안 단 한 차례도 행정처분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수년간 민원이 이어지고 영주시의회에서도 문제가 제기됐는데도 펜스의 설치 위치와 허가 여부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안이한 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영주시 도시과 관계자는 “늦었지만 영주시 공유재산 관리부서인 건설과와 협의해 해당 시설물에 필요한 행정조치를 취하고 보행 불편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가흥신도시 보행로 확보 문제는 수년 전 영주시의회에서도 여러 차례 제기됐다. 당시 영주시는 국비를 확보해 보행로 조성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현재까지 시민들이 체감할 만한 개선은 이뤄지지 않았다.
유충상 전 영주시의회 경제도시위원장은 “가흥신도시는 사람이 안전하게 다닐 인도를 제대로 확보하지 않고 조성된 전국에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도시”라며 “영주시의회에서 수차례 보행로 확보 방안을 요구했지만 영주시는 사실상 무대책으로 일관했다”고 지적했다.
손성호 영주시의회 경제도시위원장은 “가흥신도시 보행로 확보 문제는 전임 의회에서도 여러 차례 논의됐지만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한 지역의 오랜 난제”라며 “제9대 의회에서는 시민들이 안심하고 다닐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대안을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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