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호성 전북교육감 "학교는 '살아갈 힘을 길러 주는 곳'...수업이 달라져야"

[인터뷰] "교사 출신 교육감이라는 기대와 교수 출신 역대 교육감과 비교, 큰 부담"

세 번의 도전 끝에 전북특별자치도교육감에 당선돼 지난 7월 취임한 천호성 교육감이 취임 100일을 앞두고 전북교육 변화의 핵심으로 '수업 혁신'을 제시했다.

천 교육감은 <프레시안>전북취재본부와의 인터뷰에서 "교사 출신 교육감으로서 학교 현장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과 함께 역대 교수 출신 교육감들과 비교되기 때문에 큰 부담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가 내건 전북교육의 비전은 '살아가는 힘을 키우는 전북교육'이다. 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단순히 기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삶에 활용하며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해 자기 길을 찾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장이 답이고 기준, 교육청은 지시하는 조직 아닌 학교 지원 조직으로"

천 교육감은 이를 위해 무엇보다 "학교 수업이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답을 외우고 찾아내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학생이 스스로 질문하고 생각하며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수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교육행정의 중심도 교육청이 아니라 학교 현장에 둬야 한다고 했다. 교육청이 사업을 만들고 학교에 지시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학교가 교육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조직으로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천 교육감은 인사 원칙으로 '청렴·공정·투명'을 제시하고 "내 사람을 챙기는 인사가 아니라 사람보다 원칙과 시스템이 작동하는 조직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학생 마음건강과 독서교육, 지역대학·미래산업을 연결하는 인재 양성에 대해서도 구상을 내놨다. 특히 초·중·고와 대학, 지역산업을 하나의 인재 성장 생태계로 연결해 학생들의 졸업이 전북을 떠나는 계기가 아니라 지역 정착의 출발점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취임 100일을 앞둔 천호성 교육감으로부터 전북교육이 어디로 가야 하고, 학교 현장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 들어봤다.

▲천호성 전북교육감 ⓒ프레시안

프레시안=전북교육의 비전을 '살아가는 힘을 키우는 전북교육'으로 제시했는데 교육감이 생각하는 전북교육의 가장 중요한 방향은 무엇이며, 학교 현장에서 어떤 변화로 나타나야 한다고 보시는지.

천호성 전북특별자치도교육감(이하 천호성 교육감): 제가 말하는 '살아가는 힘'은 아이들이 학교에서 배운 것을 자기 삶에 활용하고,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며 자기 길을 찾아갈 수 있는 힘​입니다. 지식을 많이 아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읽고 쓰고 생각하는 기초학력, 질문하고 탐구하는 힘, 다른 사람과 협력하고 다시 도전하는 힘까지 모두 포함합니다.

그래서 저는 어떤 정책이나 사업이든 '이것이 우리 아이들의 삶에 실제로 도움이 되는가'를 가장 먼저 보려고 합니다. 특히 기초학력은 공교육이 끝까지 책임지고, 아이들이 자신의 장점과 가능성을 발견해 자기에게 맞는 진로와 진학의 길을 찾도록 돕겠습니다.

학교의 수업도 달라져야 합니다. 정답을 외우고 찾아내는 데 머무르지 않고 학생이 스스로 질문하고 생각하고 판단해 자기 의견을 표현하는 수업으로 가야 합니다.

결국 제가 바라는 변화는 분명합니다. 아이들은 스스로 생각하고 자신의 길을 찾아가고, 교사는 수업과 학생 지도에 집중하며, 학교는 한 아이 한 아이의 성장을 책임지는 곳​으로 달라져야 합니다.

프레시안= 취임 이후 학교 현장을 많이 찾아다녔는데 현장에서 들은 목소리를 바탕으로 교육청과 학교의 관계나 교육행정에서 가장 먼저 바꾸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요?

천호성 교육감: 저는 교육행정의 존재 이유는 학교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교육청이 사업을 만들고 학교에 지시하는 방식보다, 학교가 교육을 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조직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현장을 가보면 선생님들이 수업과 학생 지도 외에도 공문과 행정업무, 민원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래서 불필요한 사업과 보고는 줄이고, 본청의 기능은 정비하면서 교육지원청과 학교 가까이에 지원 역량을 더 두는 방향으로 바꿔가려고 합니다.

학교의 자율성도 더 넓혀야 합니다. 지역과 학생의 특성에 맞는 교육과정을 학교가 스스로 만들고, 교육청은 예산과 인력, 전문적인 지원으로 뒷받침해야 합니다.

저는 ‘현장이 답이고 현장이 기준’​이라는 말을 자주 합니다. 학교가 어려움을 이야기했을 때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하는 교육청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가능하게 만들 수 있을지 함께 방법을 찾는 교육청이 되겠습니다.”

▲천호성 교육감이 전북 학생들에게 보내는 엽서 ⓒ프레시안

프레시안= 학생들의 마음건강과 정서적 어려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개인이나 가정의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학교와 교육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는데 이에 대한 견해는?

천호성 교육감: 아이들이 보내는 작은 신호를 가장 가까이에서 발견할 수 있는 곳이 학교입니다. 그 신호를 놓치지 않고 필요한 도움으로 연결하는 것은 교육의 중요한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가 어려움을 혼자 견디게 해서는 안 됩니다.

전북교육청은 학교의 위(Wee)클래스와 상담실에서 시작해 14개 시·군의 16개 위(Wee)센터, 병원형 위(Wee)센터와 정신건강전문가 긴급지원팀까지 연결하는 다층적 지원체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필요하면 심리검사와 상담, 치료까지 이어지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생긴 뒤 지원하는 것 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평소 학교교육에서 자기 감정을 이해하고 조절하고,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고, 어려울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살아가는 힘’을 길러야 합니다. 그래서 사회정서교육도 함께 강화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힘들 때 도움을 받을 곳이 있다’​고 믿을 수 있는 학교를 만들겠습니다.

프레시안= 핵심 정책인 ‘독서300 프로젝트’ 추진계획도 구체화됐습니다. AI가 대부분의 질문에 빠르게 답해주는 시대에 오히려 독서를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이며, ‘300권’에는 어떤 의미가 있나요?

천호성 교육감: 독서300은 300권이라는 숫자를 채우자는 사업이 아닙니다. 초·중·고 12년 동안 책을 가까이하면서 스스로 질문하고 사유하고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힘을 길러주자는 학생 성장 프로젝트입니다.

과거에는 지식을 많이 기억하는 ‘걸어 다니는 백과사전’ 같은 사람이 능력 있는 사람으로 평가받았다면, AI 시대에는 답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질문하고 판단하고 새롭게 탐구하는 ‘살아 있는 탐구자’​가 필요합니다. 독서가 바로 그 힘을 기르는 중요한 토대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단순히 책만 읽히지 않겠습니다. 책과 수업을 연결하고, 읽은 뒤 토론하고 쓰고 말하면서 생각을 확장하도록 하겠습니다. 학교도서관뿐 아니라 가정과 지역의 도서관까지 연결해 책 읽기가 학습의 과정이자 생활의 일부가 되는 문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은 9일 본청 5층 회의실에서 전북지방우정청과 ‘독서 300 프로젝트’를 통한 책 읽는 전북교육 실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프레시안

프레시안= 인사는 교육청 내부의 신뢰를 가늠하는 중요한 기준입니다. 교육감이 세운 인사 원칙은 무엇이고, 조직 구성원들이 결과뿐 아니라 과정까지 신뢰하도록 어떻게 만들어갈 계획인지요.

천호성 교육감: 제 인사 원칙은 청렴·공정·투명입니다. 누구와 가깝느냐가 아니라 어떤 역량을 갖고 있는지, 맡은 업무를 잘할 수 있는지, 다른 구성원들과 협업할 수 있는지를 보고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합니다.

인사는 결과 뿐 아니라 과정도 납득할 수 있어야 합니다. 기준과 절차를 가능한 한 명확하게 하고, 구성원들이 예측할 수 있는 인사를 만들어가겠습니다.

그리고 저는 ‘권한보다 책임’이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청렴과 공정의 기준을 직원들에게만 요구해서는 안 됩니다. 교육감과 고위직 역시 견제와 감시에서 예외가 없어야 합니다. 합의제 감사위원회 역시 그런 방향에서 추진하는 제도입니다. 관련 법령과 절차를 충분히 검토해 감사의 독립성과 객관성을 실질적으로 높이는 방안을 마련하겠습니다.

결국 ‘내 사람을 챙기는 인사’가 아니라 사람보다 원칙과 시스템이 작동하는 조직​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프레시안= 최근 전북대의 ‘서울대 10개 만들기’ 사업 첫 선정 결과를 계기로 지역대학의 경쟁력과 지역 인재 양성 문제가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피지컬AI를 비롯한 전북의 미래산업을 키우려면 초·중·고 교육부터 대학, 지역산업까지 이어지는 체계가 중요한데 전북 인재를 키우는 큰 그림을 어떻게 그리고 있는지요.

천호성 교육감: 저는 초·중·고 교육과 대학, 지역의 산업을 따로 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지역의 대학을 나온 학생들이 지역의 인재로 성장해 전북에서 역할할 수 있어야 지역도 함께 살아날 수 있습니다.

나무에 비유하면 초·중·고 교육은 나무를 심고 튼튼하게 가꾸는 단계입니다. 대학에서 꽃을 피우고, 졸업한 뒤 지역에서 역할할 때 비로소 열매를 맺는다고 생각합니다.

교육청이 할 일은 그 기초를 튼튼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기초학력을 갖추고, 독서를 통해 AI 시대에 필요한 스스로 생각하고 질문하는 힘을 길러줘야 합니다.

그리고 학교와 교육청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지자체와 대학, 기업, 지역사회가 함께 연결돼 아이들이 전북에서 배우고 꿈꾸고, 졸업이 떠남이 아니라 정착의 출발점이 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천호성 전북교육감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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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

전북취재본부 최인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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