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성의 지역은 정치다] 2차 공공기관 이전, 충청권의 새로운 셈법이 필요하다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이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전국 지방정부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대전과 충남 역시 2020년 혁신도시로 지정된 이후 사실상 처음 맞는 공공기관 이전 기회라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기대만 하기에는 녹록지 않다. 오히려 충청권이 다시 한번 균형발전의 사각지대에 놓일 가능성까지 면밀하게 살펴야 할 시점이다.

정부는 지난 8월26일 ‘국토대전환 추진전략’을 발표하면서 5극3특을 중심으로 권역별 성장거점을 만들고, 지역산업과 공공기관을 연계하는 방향을 분명히 했다. 동시에 대통령 세종집무실과 국회 세종의사당 건립 등을 통해 세종의 행정수도 기능을 완성하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세종시는 여기에 더해 행정수도특별법의 조속한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행정수도 완성은 충청권 전체로 보면 분명 반가운 일이다. 문제는 세종의 성장이 곧바로 대전과 충남의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과거 1차 공공기관 이전에서도 대전과 충남은 세종시 건설이라는 이유로 혁신도시에서 제외됐다. 결국 2020년 뒤늦게 혁신도시로 지정됐지만 지금까지 이전한 수도권 공공기관은 한 곳도 없다. 세종이 있다는 이유로 이미 한 차례 역차별을 경험한 셈이다.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될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 정부의 정책은 ‘분산’보다 ‘집중과 집적’에 무게를 두고 있다. 지역마다 기관을 골고루 나눠주는 것이 아니라 관련 산업과 기관을 묶어 성장거점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실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1차 이전과 같은 나눠먹기식 배치보다 지역산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중심으로 기관을 배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광주·전남의 행정통합도 중요한 변수다. 정부는 통합특별시에 대해 2027년 본격 추진될 2차 공공기관 이전 과정에서 우선 고려하겠다고 공식적으로 약속했다. 광주·전남은 이를 바탕으로 AI·에너지·농수산·문화 등 전략산업과 연계한 핵심 공공기관 유치에 이미 속도를 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전과 충남이 단순히 “1차 이전에서 소외됐으니 이번에는 배려해 달라”고 주장하는 것 만으로는 부족하다. 형평성은 중요한 명분이지만 그 것 만으로 치열한 지역 간 경쟁을 이기기는 어렵다.

필자가 최근 KBS 방송토론에서도 강조했듯이 이제 중요한 것은 기관 숫자가 아니다. 대전은 대덕연구개발특구와 정부출연연, KAIST를 중심으로 과학기술의 연구 성과가 지식재산과 기술사업화, 창업과 투자로 이어지는 완결된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31일 열린 대전지역 토론회에서도 단순한 ‘과학기술도시’를 넘어 ‘대한민국 기술사업화의 수도’를 지향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충남은 더 분명한 국가적 명분이 있다. 전국 최대 규모의 석탄화력발전과 철강·석유화학 산업을 안고 있는 만큼 탄소중립 과정에서 가장 큰 산업전환의 부담을 감당해야 하는 지역이다. 따라서 기후·환경·에너지전환 관련 기관을 충남에 집적하는 것은 지역 배려를 넘어 ‘정의로운 전환’이라는 국가정책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발전공기업 통합 논의에서도 충남이 통합본사의 최적지라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정치권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다. 민주당은 지난 8월17일 전당대회를 통해 김민석 대표 체제로 재편됐다. 충남 출신 정청래 전 대표와 대전의 조승래 전 사무총장이 중앙당의 전면에 있던 시기와는 정치적 환경이 달라졌다. 이는 누구의 정치적 유불리를 따질 문제가 아니다. 충청권이 중앙정부와 집권여당 안에서 공공기관 이전을 관철할 새로운 정책 네트워크와 협상력을 다시 구축해야 한다는 의미다.

대전·충남·세종도 서로 경쟁해서는 안 된다. 세종은 행정과 정책, 대전은 연구개발과 기술사업화, 충남은 산업전환과 실증이라는 역할을 나눠야 한다. 세 지역이 각각 기관을 달라고 요구하는 것보다 ‘행정–연구개발–산업실증’을 연결하는 충청권 국가성장축​을 정부에 제안하는 것이 훨씬 강력하다.

2차 공공기관 이전은 지역에 건물 몇 채를 더 짓는 사업이 아니다. 청년 일자리를 만들고 지역산업의 구조를 바꾸는 국가균형발전 정책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도 대전과 충남이 “세종이 있으니 충청권은 이미 배려받았다”는 논리에 밀려서는 안 된다.

세종의 행정수도 완성은 대전·충남의 몫을 줄이는 이유가 아니라, 세종·대전·충남을 하나의 국가 성장축으로 설계해야 할 이유가 되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기대가 아니라 전략이고, 선언이 아니라 정치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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