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란전에 힘 빠졌다"…빈틈 노린 러시아에 '경고'하러 CIA 국장 5년 만에 러시아행?

비공개로 이뤄진 CIA 국장 러시아 방문 두고 트럼프 "통상적 업무…러시아의 나토 회원국 공격 걱정 안해"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5년 만에 러시아에 방문한 배경을 두고 여러 추측이 나오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통상적인 업무 차원이었다면서 러시아가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들을 공격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27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매체 <액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화 인터뷰를 가졌다며 "여러 언론은 존 랫클리프 CIA 국장의 이번 방문이 러시아에 나토 회원국을 공격하지 말라고 경고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보도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부인하면서 랫클리프 국장이 러시아에 그러한 경고를 전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가 나토 회원국을 공격할 가능성이 있지 않냐는 질문에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 아무런 문제가 없다"라고 답했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나토 회원국에 대한 잠재적인 공격과 관련한 경고를 전달했냐는 질문에 대해 언급하고 싶지 않다면서 "그들은 나토(소속 회원국) 영토를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랫클리프 국장의 모스크바 방문에 대해 "통상적인 업무"라면서 "랫클리프는 6개월에 한 번 또는 1년에 한 번씩 러시아 측 상대방을 만난다. 두 사람은 매우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전달한 메시지는 없었고 특이한 일도 없었다"라고 말했다.

앞서 25일 랫클리프 국장은 비밀리에 모스크바에 방문해 세르게이 나리시킨 러시아 대외정보국(SVR) 국장과 회담을 가졌다. 그는 랫클리프 국장의 모스크바 방문 사실을 확인했으며 이번 회담에서 "특별한 점은 없었다"고 밝혔다고 미 일간지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했다. 신문은 러시아 대통령실인 크렘린궁을 인용해 랫클리프 국장이 푸틴 대통령을 만나지 않았다고 전했다.

<액시오스>는 나리시킨 국장이 랫클리프 국장과 회담은 "양측 업무의 통상적인 일부"였으며 "특별한 일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나리시킨 국장은 랫클리프 국장과 "정보 관련 사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랫클리프 국장의 이번 방러는 지난 2021년 말 조 바이든 행정부 당시 CIA 국장이었던 윌리엄 J. 번스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막기 위해 러시아를 설득하려 했던 이후 5년 만이다.

이에 그의 방러를 두고 다양한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신문은 사안에 정통한 두 소식통이 "미국 정보기관은 랫클리프 국장의 이번주 모스크바 방문에 앞서, 크렘린궁은 이란 전쟁으로 미국이 약화되었다고 보고 있으며, 이는 러시아가 미국과 유럽 동맹국에 대한 공격을 확대할 기회로 보고 있다는 새로운 첩보를 입수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사안에 정통한 또 다른 인사는 신문에 랫클리프의 모스크바 방문이 "푸틴이 궁지에 몰렸기보다는 미국이 (이란에서의 전쟁에서 여력이) 소진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개입할 수 없다는 러시아의 판단이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신문은 "푸틴 대통령은 미국이 6개월간 지속된 이란과의 전쟁으로 약화됐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기밀 정보"도 있다면서 "미군은 패트리어트 방공 시스템을 비롯한 주요 무기,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수요가 높은 단거리 전술 미사일 시스템(ATM)과 같은 정교한 공격 무기의 비축량이 심각하게 감소했다"고 전했다.

이를 종합하면 러시아는 미국이 이란과 전쟁으로 인해 현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개입할 수 없다고 판단,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유럽의 다른 국가들로 공격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 실제 최근 몇 주 동안 루마니아와 폴란드를 비롯한 여러 나토 회원국의 영공에 러시아 드론이 진입했지만 격추당했다고 <액시오스>가 보도하기도 했다.

한 소식통은 <워싱턴포스트>에 랫클리프 국장이 러시아에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공격을 확대하는 것은 역효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경고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랫클리프 국장이 러시아 관리들에게 푸틴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확대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더 밀착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CIA 국장 존 랫클리프를 태운 것으로 추정되는 C-17 글로브마스터 수송기가 25일(현지시간) 라트비아 리가 인근에 착륙하는 모습이 소셜 미디어 영상을 통해 포착됐다. ⓒ로이터=연합뉴스

미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전현직 정보 관련 관계자들을 인용해 랫클리프 국장이 러시아에 이대로 계속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하는 것이 러시아의 군사적·경제적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며, 속히 우크라이나와 협상을 체결할 것을 촉구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신문은 랫클리프 국장이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국장 알렉산드르 보르트니코프에게 이러한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랫클리프 국장이 전쟁 중 러시아군의 막대한 손실과 진격 실패 등을 날카롭게 지적헀다면서, 최전선에서 러시아 병사의 평균 생존 시간이 35분도 채 되지 않는다고 언급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또 본인이 CIA 국장으로 취임한 이후 18개월 동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체 영토의 약 1%만을 점령했을 뿐이며, 이는 우크라이나의 드론 기술 "우수성" 덕분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문은 "랫클리프 국장의 이번 방문은 교착 상태에 빠진 협상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으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최근 노력 중 하나"라며 "미국의 군사 지원이 줄어들더라도 우크라이나가 동부 전선에서 싸움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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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남북관계 및 국제적 사안들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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