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균이 건강기능식품의 중심에 섰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 자료에 따르면 국내 프로바이오틱스 시장은 2023년 약 8348억 원으로 홍삼에 이어 건강기능식품 가운데 두 번째로 크다. 세계 시장은 11조 원을 넘고 그 절반가량을 아시아가 차지한다. 장 건강에서 시작한 광고 문구는 이제 면역과 혈당, 체지방과 수면, 여성 건강까지 뻗어 있다. 무엇을 믿고 골라야 하는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용어부터 정리할 필요가 있다.
먼저 프로바이오틱스다. 국제 학계는 이를 명확히 정의한다. 국제프로바이오틱스·프리바이오틱스학회(ISAPP)의 합의문은 프로바이오틱스를 "충분한 양을 섭취했을 때 건강상 이로움을 주는 살아 있는 미생물"로 규정한다(Hill 외, 2014). 두 가지가 핵심이다. '살아 있어야' 하고 '충분한 양'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흔히 쓰는 '유산균'은 젖산을 만드는 세균을 통칭하는 말로, 프로바이오틱스의 큰 부분을 차지하지만 완전히 같은 말은 아니다.
프리바이오틱스와 포스트바이오틱스는 이와 다르다. 프리바이오틱스는 유익균의 먹이가 되는 성분으로 식이섬유의 일종인 프락토올리고당 등이 여기에 속한다. 포스트바이오틱스는 비교적 최근에 정리된 개념이다. ISAPP는 이를 "건강상 이로움을 주는 죽은 미생물 또는 그 구성 성분으로 이루어진 제제"로 정의했다(Salminen 외, 2021). 살아 있는 균이 프로바이오틱스라면 그 먹이가 프리바이오틱스, 죽은 균이나 균의 산물이 포스트바이오틱스인 셈이다.
제품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한 원칙은 '균주 특이성'이다. 프로바이오틱스의 효과는 균의 종(species)이 아니라 균주(strain) 단위로 나타난다. 같은 락토바실루스라도 균주가 다르면 효과가 다르고 한 균주에서 확인된 결과를 다른 균주로 옮겨 적용할 수 없다. 광고가 내세우는 효능은 특정 균주를 특정 용량으로 특정 대상에게 시험한 결과일 뿐이다. 따라서 제품의 균종과 균주, 그리고 보장균수(유통기한까지 살아 있음이 보장되는 균의 수)를 확인하는 것이 '유산균'이라는 큰 이름만 보고 고르는 것보다 낫다.
실제 사례를 보면 균주별 차이가 분명하다. 락토바실루스 람노서스 GG(LGG)와 효모인 사카로미세스 불라디(Saccharomyces boulardii)는 항생제 복용 중 생기는 설사를 줄이는 데 비교적 근거가 쌓인 균주다. 국내에서 개별 인정을 받은 사례도 있다. 모유에서 분리한 락토바실루스 가세리 BNR17은 '체지방 감소'에 도움을 주는 기능성을 락토바실루스 플란타룸 HY7714는 '자외선에 의한 피부 건강(보습)'에 도움을 주는 기능성을 각각 식약처로부터 인정받았다. 같은 '유산균'이라는 이름 아래 이처럼 서로 다른 기능이 균주별로 나뉘어 있다. 목적이 배변 활동인지, 체지방인지, 피부인지에 따라 골라야 할 균주가 달라진다는 뜻이다. 균주명과 인정된 기능성을 함께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근거의 수준도 기능마다 다르다. 국내에서 프로바이오틱스의 대표 기능성으로 인정된 것은 '유익균 증식과 유해균 억제를 통한 장 건강, 배변활동 원활'이다. 이 영역은 상대적으로 근거가 쌓여 있다. 반면 혈당, 체지방, 수면, 여성 건강 같은 확장된 기능성은 특정 균주에 대한 개별 인정으로 근거의 두께가 제각각이다. '유산균이 살을 빼 준다'는 식의 일반화는 위험하다. 그것은 특정 균주의 제한된 결과이지 유산균 전체의 효능이 아니다.
한국인은 오래전부터 발효식품으로 유익균을 먹어 왔다. 김치와 된장, 청국장에는 다양한 젖산균이 들어 있다. 다만 발효식품과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을 같은 것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 발효식품은 균주와 생균수가 규격화되어 있지 않고 끓이거나 오래 익히는 과정에서 균이 사멸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발효식품은 식이섬유와 발효 과정에서 생긴 유익한 대사물을 함께 제공한다는 점에서 고유한 가치가 있다. 균의 생사만으로 발효식품의 이점을 재단할 필요는 없다.
그렇다면 목적에 따라 무엇을 고르면 좋을까. 모두 치료제가 아니라 도움을 주는 식품이라는 점을 전제로 몇 가지 기준을 짚는다. 가장 기본은 변비와 장 건강이다. 이 경우 '장 건강, 배변활동 원활'로 인정된 프로바이오틱스를 고르고 하루 섭취 보장균수가 충분한지(대개 1억~100억 마리 범위)를 확인하면 된다. 유익균의 먹이가 되는 프리바이오틱스, 곧 식이섬유를 함께 먹으면 도움이 된다. 항생제를 먹는 동안 설사가 걱정된다면 근거가 쌓인 균주인 락토바실루스 람노서스 GG나 사카로미세스 불라디가 선택지가 된다. 이때는 항생제와 두어 시간 간격을 두고 증상이 심하면 의사와 상의하는 것이 좋다.
특정한 목적이 있다면 개별 인정을 받은 균주를 참고할 수 있다. 체지방이 고민이라면 '체지방 감소'로 인정받은 락토바실루스 가세리 BNR17, 피부가 건조하다면 '피부 보습'으로 인정받은 락토바실루스 플란타룸 HY7714가 그런 예다. 다만 이들은 식사와 운동, 보습 관리를 대신하지 못하는 보조 수단이다. 여행지에서 급성 설사가 잦은 사람에게는 사카로미세스 불라디가 도움이 될 수 있다.
고르는 순서도 어렵지 않다. 먼저 포장에서 균종과 균주명을 찾고 인정된 기능성 문구가 자신의 목적과 맞는지 확인한다. 이어 보장균수와 보관 방법(냉장 여부)을 살피고 마지막으로 발효유 같은 일반식품인지 '건강기능식품' 마크가 붙은 제품인지를 구분하면 된다.
한 가지 덧붙인다. 프로바이오틱스는 사람마다 반응이 다르다. 2~4주가량 먹어 보고 변화가 없으면 다른 균주로 바꾸거나 중단해도 된다. 효과를 부풀린 광고보다 자신의 몸이 주는 신호가 더 정확한 기준이다.
프로바이오틱스는 살아 있는 균을 충분히 먹었을 때 이로움을 주는 것이며 그 효과는 균주와 용량, 그리고 사람에 따라 다르다. 건강한 사람에게는 대체로 안전하지만 면역이 크게 떨어진 사람은 섭취 전 전문가와 상의하는 편이 좋다. 매대의 '장 건강'이라는 문구 앞에서 확인할 것은 하나다. 어떤 균주를 얼마나, 무엇을 위해 담았는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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