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남북관계의 실질적 복원을 위해서는 대통령 임기 초반에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또 러시아 주도의 동방경제포럼(EEF)에도 정부 차원의 참석 필요하다며 러시아 및 북한과 관계 개선에 대한 적극성을 보였다.
4일 기자들과 만난 정 장관은 이재명 대통령의 8.15 경축사에 담길 내용과 관련해 통일부 차원에서 제안한 것이 있냐는 질문에 "8.15 경축사를 통해 중요한 전환점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며 "통일부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고 희망사항으로서 적어도 임기 전반부에 남북 정상회담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남북관계의 실질적 진전 복원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장관은 북한이 남북관계 단절을 선언하고 실천하는 상황에서 정상회담 추진이 어렵지 않느냐는 지적에는 "지난 정부의 파괴적이고 적대적인 대결 (정책을) 청산했으면 남북관계를 정상화해 평화공존 궤도에 올려야 한다. 그러려면 정상회담이 있어야 하고 이왕이면 임기 전반에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상식이다"라고 답했다.
통일부가 올해 11월 선전 APEC(에이펙,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까지 역량을 집중하여 "한반도 평화공존의 획기적인 전환점"을 만들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 오는 9월 러시아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에 정부 대표단이 참석할 예정이냐는 질문에 정 장관은 "가만히 있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움직여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APEC과 올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5월 방중을 관건적 계기로 만들어야 했는데 우리가 소극적이었다"라며 "시진핑 주석이 9월에 백악관에 방문하고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선전에 오는데 부지런히 움직여야한다. 동방경제포럼도 푸틴 대통령이 빠지지 않고 참석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정 장관은 "물론 북한은 대한민국의 동방경제포럼 참석에 부정적이다. 다만 그건 북한 입장이고 우리는 한러관계를 또 독자적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동방경제포럼 참석을 적극 추진하겠다"라며 "과거 박근혜, 문재인 대통령도 참석했었고 총리와 장관급 대표단도 갔었다. 올해 정부 차원에서 (참석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 내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미국과 동맹을 중시하는 소위 동맹파와 자주파가 갈등을 보이고 있어 적극적 움직임을 통한 남북대화 재개라는 정 장관의 구상이 실현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정 장관은 "우리 스스로가 평가하는 국민적 능력과 국력이 있는데 남북관계를 이정도 밖에 못하냐는데 대한 자괴감이 있다. 자신감을 갖고 남북관계에 임해야 한다. 분단됐을 때 약소국이 아니지 않나"라며 "현실을 돌파하는 힘은 남남통합에서 나온다. 극심한 분열과 대립이 발목을 잡고 있는데 지혜와 마음을 모을 수 있으면 남북관계 현실을 바꿀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 장관은 NSC 내에서도 이에 동의하는 인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통일부는 5일 업무보고에서 남북관계가 막혀있는 현실 속에 남한이 우선 할 수 있는 것들을 준비해두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우선 오는 9월 열릴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을 통한 민간 교류를 지원하겠다는 입장인데, 지난 5월 북한 여자 축구 클럽인 내고향 축구단이 남한에 왔을 때처럼 시민단체가 남북공동응원단을 꾸리면 이를 뒷받침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통일부는 박근혜 정부 때 추진됐다가 중단됐던 경원선 복원 사업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경원선 복원 사업은 2015년 8월에 착공했다가 2016년 5월에 중단된 사업으로 총 사업비 1790억 원 중 370억 원이 이미 집행된 사업이다. 부지 매입과 설계가 완료됐으며 노반공사는 3% 진행됐다.
정 장관은 "해마다 남북협력기금이 편성 돼있고 올해도 238억이 마련됐다. 정부 차원에서 재개 결정 내리고 해당 구간 준비해서 내년에 착공하면 2029년에 완성되는데, 그러면 용산에서 월정리까지 바로 갈 수 있는 것이다. 전임 정부 사업을 계속한다는 의미가 있기도 하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를 완성되면 용산에서 원산-갈마까지 직통으로도 가능하고 거기서 금강산으로 내려갈 수도 있다"며 "이를 대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구간을 (복원)해 놓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은 원산-갈마 관광지구에 대형 리조트를 마련해 놓았는데, 아직 외국인 관광객은 많지 않은 수준이다.
현재 원산-갈마 관광지구의 해외 관광객 유입과 관련 정 장관은 러시아 국적의 한국계가 소수 방문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러시아 쪽 관광사가 7박 8일에 290만 원인 관광상품을 통해 러시아 관광객을 모객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통일부, 외교부(재외동포청), 국방부(병무청, 방위사업청), 국가보훈부 업무보고에서 통일부에 "평화공존 정책 계속해 나가야겠다. 그런데 정략적, 정치적으로 악용되는 측면이 있어 많이 조심하셔야 될 것 같다. 본의 아니게 용어 하나, 표현 하나가지고 정쟁의 대상이 되고 하니까 더욱 신중해야겠다"라고 말했다.
이는 북한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고 부르는 데 대한 속도 조절을 주문한 것으로 풀이되는데, 이 대통령은 "예를 들면 남북한 공식 명칭 불러주기, 이게 논쟁의 여지가 있는 일"이라며 "당연히 선의로, (남북 간) 관계개선을 위한 일이라고 확신하고 하시는 것일 텐데 얼마 전에도 논쟁이 됐다"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좋은 가치와 이상을 가지고 있지만 표현의 꼬투리가 잡혀서 정쟁으로 휘말려 들어가면 원래 하고자 했던 데서 오히려 나쁜 상황이 초래될 수도 있겠다"라며 "정말로 잘 고민해야 할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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