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가자지구 무장정파 하마스의 무장해제 합의에 도달했다고 밝혔지만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폭격이 계속되며 이행 전망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10월 총선을 앞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스라엘 철군과 연계된 합의를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다.
팔레스타인 <WAFA> 통신은 3일(이하 현지시간) 밤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 남서부에 대한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2명이 숨지고 여러 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이스라엘 무인기(드론)가 이 지역 해안도로를 지나던 민간 차량에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설명했다.
주말엔 가자지구 병원 의약품 창고 및 주거 건물 공습 등으로 25명 이상이 무더기로 숨졌다. 카타르 알자지라 방송을 보면 1일 가자지구 중부 데이르알발라 알아크사 병원 의약품 창고가 공습으로 파괴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 공격으로 WHO 전달분을 포함해 필수 의료품이 파괴됐다고 밝혔다. 공격 지점이 병원과 가까웠던 탓에 병원 건물 자체도 약간의 손상을 입었다.
2일엔 가자지구 전역의 주거 건물과 난민촌이 공습 피해를 입어 하루 만에 19명이 숨졌다. 이 과정에서 5살 어린이를 포함해 여러 가족이 사망했다. 이는 이스라엘 공습으로 몇 주만에 하루에 가장 많은 팔레스타인인 숨진 것으로, 알자지라는 이스라엘 전투기가 사전 경고도 없이 아파트, 주거 건물, 민간인 밀집 지역을 폭격했다고 전했다.
지난달 30일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하마스 무장해제 합의 직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폭격이 가열되며 합의 이행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의장을 맡은 가자지구 평화위원회가 합의를 발표한 뒤 하마스는 동의 의사를 밝혔지만 네탸냐후 총리는 이를 받아들인다는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평화위가 3일 공개한 하마스 무장해제 내용이 포함된 15개항 합의안, '트럼프 대통령의 포괄적 가자지구 평화 계획의 완전한 이행을 위한 로드맵'을 보면 이스라엘은 지난해 10월 '트럼프 20개항' 휴전안에 따라 가자지구에서 군사작전을 중단해야 한다.
이스라엘은 수용 대신 "심각한 안보 우려"를 백악관에 전달했다. 이스라엘 총리실 대변인 도론 스필만은 <AP> 통신에 이스라엘 정보당국 평가에 따르면 하마스는 진정한 비무장화보다 군사력 재건에 전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하마스가 무장을 해제하기 전까진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군을 물리지 않을 거라고 말했다.
그는 "하마스가 진정으로 무장해제 되기 전에 우리가 (병력을) 재배치할 경우 하마스는 가자지구 전역으로 세력을 빠르게 확장하고 테러 기반시설을 재건해 다시 한 번 이스라엘 지역사회를 위협하고 (2023년) 10월7일식 공격을 또 다시 감행하려 할 것"이라고 했다.
1년에 걸친 하마스 무장해제와 정권 이양을 골자로 한 합의안 이행 땐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에서 단계적으로 철수해야 한다. 스필만 대변인 발언은 하마스 무장해제 합의안 발표 뒤 이스라엘 쪽에서 나온 거의 첫 공식 논평이다.
이스라엘, 공식 수용 없이 '우려' 전달하며 시간끌기
이스라엘 쪽은 일단 기발표된 합의안 내용 수정을 시도하며 공식 수용이나 거부를 미루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평화위는 3일 평화위의 가자지구 담당 고위대표 니콜라이 믈라데노프가 네타냐후 총리 및 참모진과 회담을 가졌다고 밝혔다. 이어 "하마스가 중재자들과 약속한 대로 이스라엘군은 무장해제가 완료된 뒤에만 '황색선' 너머로 철수할 것"이라며 이스라엘을 안심시키려 시도했다.
평화위는 "목표는 명확하고 의문의 여지가 없다. 가자지구 내 무기의 완전한 해체와 무력 통치에서 민간 통치로의 전환"이라고 강조했다.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평화위가 이스라엘 철수 조건을 변경한 걸로 보인다고 전했다. 매체는 지난주 평화위 한 관계자가 자사에 이스라엘군이 초기에 황색선까지 물러나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황색선은 지난해 휴전 협정에 따른 이스라엘 철수선으로 가자지구의 절반을 차지한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이후에도 휴전을 위반하고 진격을 계속해 현재 황색선을 넘어 가자지구 6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매체는 평화위 태도 변화는 이스라엘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함인 것으로 보이지만, 원 조건에 동의했던 하마스의 이탈 위험을 키운다고 지적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현지 매체를 인용해 네타냐후 총리가 블라데노프와의 회담에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발포를 멈추지 않을 것이며 황색선에서 철수하지도 않을 거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AP>는 합의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이스라엘이 평화위 일원인 토니 블레어 영국 전 총리를 통해 백악관에 우려 사항을 전달했고 그 중 하나는 가자지구에서 군사작전을 자유롭게 수행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었다고 보도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통신에 이스라엘이 카타르와 튀르키예(터키)가 합의 검증 과정에 참여하지 않아야 하고 압수된 하마스 무기는 파괴돼야 한다고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네타냐후 총리와 회담한 믈라데노프는 3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긴 하루"를 보냈고 "힘든 단계의 시작"이라고 평가하며 협상이 녹록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앞선 게시글에서 이스라엘을 직접 언급하지 않은 채 "가자지구 전역에 이틀간 이어진 공습으로 민간인들이 죽었고 주민들에 필요한 의료 물품이 파괴됐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양쪽 모두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AP>는 회의 내용을 잘 아는 두 소식통에 따르면 믈라데노프가 네타냐후 총리에게 가자지구 공습을 중단할 것을 압박했다고 전했다.
CNN "네타냐후, 극우 탓 침묵 오래 지키기 어려울 것"
10월 총선을 앞둔 네타냐후 총리가 어떤 수준이든 전투 중단 및 철군 결정을 내리긴 쉽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전쟁 지속 여론이 높은 이스라엘에서 이란 휴전으로 궁지에 몰린 상황이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이 보도한 이스라엘 채널12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62%가 네타냐후 총리가 가자지구에서 약속한 "완전한 승리"를 달성할 거라고 믿지 않는다고 답했다고 나타났다. 과반인 51%는 이란과의 전쟁 재개에 찬성했다.
같은 조사에서 네타냐후 총리 연합은 10월27일 총선에서 야당 연합(56석 전망)에 밀려 120석 중 50석을 얻는 데 그쳐 1위를 차지하지 못할 것으로 예측됐다.
미 CNN 방송은 네타냐후 총리가 일단 "하마스가 합의를 위반하길 바라고 있다"는 이스라엘 소식통의 관측을 전했다. CNN은 다만 극우 동맹들이 합의 거부를 강력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네타냐후 총리가 선거 이후까지 침묵을 지키며 시간을 끌긴 어려울 거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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