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산불' 프랑스·스페인, 폭염까지 덮쳐…"기후 비상사태의 가장 고통스런 발현"

30만명 대피·40도 폭염 예보에 진화 더 어려워질 듯…유럽, 세계 평균보다 2배 빠르게 온난화

프랑스 남서부와 스페인 중부에서 최대 규모 산불이 가라앉지 않는 가운데 40도를 넘나드는 폭염이 예보돼 진화에 어려움이 더해질 전망이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이번 산불이 "기후 비상사태의 가장 고통스러운 발현"이라고 지적했다.

27일(이하 현지시간) 세바스티앙 르코르뉘 프랑스 총리는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여름이 아직 한 달 이상 남은 상황에서 올해 산불 피해 면적이 11만6085헥타르에 달해 2022년 기록된 이전 최대 피해 면적(7만2000헥타르)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프랑스 남서부에선 지난주부터 산불이 맹렬히 타오르고 있다. 지난 22일 지롱드주 소모스에서 발생한 산불은 파리 면적 4배에 달하는 4만2000헥타르를 태우고 주도 보르도 15km 밖까지 접근 중이다. 토마스 카제나브 보르도 시장은 영국 BBC 방송에 "모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며 "추가 대피 명령이 내려질 경우 대규모 인원을 수용할 수 있게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 화재로 240채가 넘는 집이 불탔고 22만 명 이상이 대피했다.

프랑스 방송 프랑스24를 보면 보르도 시내는 이미 24일 저녁 짙은 연기로 뒤덮였고 탄 냄새가 진동했다. 코로나19 대유행 때처럼 많은 사람들이 연기를 피해 마스크를 쓰고 거리를 걸었다. 당국은 취약계층을 위한 마스크 150만 개를 배포했고 추가 1백만 개를 더 배포할 예정이다.

당국은 외출을 자제하고 실내에 머물며 창문을 닫아 두기를 권고했지만 폭염에 그마저도 쉽지 않다. 주민 미카엘라는 프랑스24에 "보르도 시내 한복판 꼭대기층에 살고 있다. 아파트 내부가 온도가 34도인데 연기 때문에 창문을 열 수 없다"며 "폭염이 또 온다고 하는데, 정말 재와 폭염 중 선택해야 하는 건가"라고 토로했다.

이번 산불로 '불구름', 화재적란운까지 발생했다. 프랑스에서 거의 처음 관측된 것으로 보인다. 화재운은 화재로 뜨거워진 지표에서 공기가 빠르게 상승하며 형성된다. 구름이 뇌우와 강풍 발생 가능성을 키워 불을 더 번지게 할 수 있다. 화재운은 지난 2019~2020년 호주 대형 산불, 이른바 "검은 여름" 당시 불길을 키우는 데 일조했다.

27일 지롱드를 방문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연설을 통해 "전례 없는 산불"로 나라가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가혹한 상황"에 마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 CNN 방송을 보면 마크롱 대통령은 현지 언론에 지난 23일 남부 랑드주에서 시작돼 3600헥타르를 태운 또 다른 산불은 진압됐다고 밝혔다.

이웃국 스페인도 지난 23일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며 산불과의 싸움을 벌이고 있다. 마드리드 인근에서 발생한 스페인 중부 산불은 바르셀로나 면적 5배에 달하는 5만헥타르를 태워 스페인 최대 산불로 기록되게 됐다. CNN은 스페인 내무부에 따르면 마드리드, 톨레도, 아빌라 산불로 6만3152명이 대피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마드리드에서 불과 48킬로미터(km) 떨어진 곳에서 불이 번지고 있는 탓에 마드리드 서쪽에 위치한 공원에서도 매캐한 냄새가 진동했다고 공원 매점에서 일하는 엘레나 산체스(54)를 인용해 전했다. 그는 노인들이 외부 활동 때 마스크를 착용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로이터> 통신을 보면 산체스 총리는 27일 "우리가 겪고 있는 건 일련의 개별적 사건이 아니다. 이는 기후 비상사태의 가장 고통스러운 발현으로, 산불을 더 흉포하게 하고 폭염을 더 빈번하게 해 우리 땅을 더욱 취약하게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주 프랑스와 스페인 기온이 다시 40도에 육박할 것으로 관측돼 산불 진화 어려움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프랑스 기상청은 28~29일 폭염이 다시 덮쳐 산불이 번지고 있는 남서부 지역의 경우 40도까지 오를 것으로 예측했다. 스페인 기상청도 29일부터 주말까지 남부 지역 등에서 최고 기온이 42도까지 오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양국은 폭염이 닥치기 전 불길을 조금이라도 더 잡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을 보면 프랑스 전국소방연맹 대변인 에릭 브로카르디는 "시간과의 싸움"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페르난도 그란데마를라스카 스페인 내무장관도 기온 상승 전 27~28일이 산불 진압에 있어 "절대적으로 중요한 날"이라고 강조했다.

올 봄부터 유럽을 덮친 이른 더위가 토양과 초목 건조를 가속화해 산불 피해를 키웠다는 평가다. 6월 서유럽 기온은 관측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고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는 이 결과가 기후변화가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유럽연합(EU)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C3S)에 따르면 유럽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온난화 진행 중인 대륙으로 그 속도가 지구 평균의 두 배에 달한다. 지난 30년간 전세계 평균 기온이 10년마다 0.27도 상승한 데 비해 1990년대 중반 이후 유럽 기온은 10년마다 평균 0.56도 상승했다.

▲28일(현지시간) 산불 피해를 입은 프랑스 지롱드주 소모스 인근 숲이 연기와 안개로 덮여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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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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