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만건의 검열, 난도질당한 시…5·18 진실을 가린 신군부의 칼날

[특별기고] '80년 언론인 해직의 역사 재판' 국민 대토론회 ②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80해언협)는 20일 언론인 강제해직에 대한 역사 재판으로 국민대토론회를 개최하고 “80년 내란집단의 언론인 강제해직은 해직 후에도 취업 제한과 감시 사찰 등의 이른바 사후 관리를 자행한 전방위적 국가폭력이었다”고 규탄했다. 이날 오전 국회 도서관 강당에서 열린 국민대토론회에서 80해언협은 “헌정사상 처음으로 언론인 강제해직에 대한 국가 사과와 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해 16일 역사적 재판이 시작됐다”면서 “법원의 실정법 재판과 병행해서 역사재판으로서 국민대토론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 글은 이날 토론회 두번째 주제발표문인 김주언 뉴스통신진흥회 전 이사장의 글을 요약한 것이다. (편집자주)

“80년 내란집단의 언론검열과 언론인 강제해직”

518광주민중항쟁이 일어난지 거의 반세기가 흘렀지만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광주항쟁 왜곡과 비하는 전두환 내란세력에 대한 완전한 청산 작업과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 차원의 배상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도 검열과 비판 언론인 축출이 내란의 필수 수단이다. 1979년 10월27일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에 계엄령이 선포된 뒤 1981년 1월24일 해제시까지 1년3개월 동안 신문 방송 통신 잡지에 대해 총 108만5,096건을 사전 검열하고 2만9,010건을 보도 관제했다.

종합적으로 살펴볼 때 매체별로는 통신이 양적으로 가장 많은 검열 빈도를 보였지만, 검열 대비 삭제 비율은 신문이 현저하게 높다는 특징이 있다. 모두 7만190건에 달하는 신문 검열건수 가운데 1만1,485건이 부분 또는 전면 삭제를 당해 16.36%의 삭제비율을 보인다. 100건의 검열기사 가운데 평균 16건이 삭제됐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수치는 방송 11.6%와 통신 5.9%의 삭제율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높다.

전체 검열기간 중 검열 대비 삭제 비율을 보면 두드러진 경향을 보여주는 세 시점을 발견할 수 있다. 가장 높은 삭제 비율을 나타내는 시점은 5.18광주민중항쟁을 전후한 시기로 특정일은 최고 삭제비율이 54%에 이른다. 다음은 12.12 군사반란을 전후한 시기였으며, 이와 비슷하게 삭제비율이 높게 나타나는 시기는 1980년 2월과 3월 사이로 학원가를 중심으로 ‘서울의 봄’으로 불리던 민주화 이행 논의가 한창 진행되던 시기였다. (그래프 1)

이와는 대조적으로 5월의 광주민중항쟁 이후 검열 대비 삭제 비율은 점차 감소해 하향 추세를 보였다. 이는 정국이 안정됐다기보다는 신군부가 언론통제 고삐를 더욱 강화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5.18 광주민중항쟁 내용이 보도됐던 1980년 5월19일부터 6월4일까지 보도검열단을 거쳐 간 기사는 총 1만2,212건이었다. 이중 전면삭제 777건과 부분삭제 933건을 합해 모두 1,710건이 삭제됐다. 격동의 17일간 검열기사 대비 삭제기사 비율은 14%에 달했다. 전체 검열 기간 456일 동안 삭제 비율 평균 수치 9.7%보다 4.3%나 높다. (이민규 ‘신군부와 언론검열 (2)’)

▲그래프 1 검열기간 중 검열대비 삭제 비율 ⓒ80해언협

아래는 삭제된 동아일보의 고바우 만평 (1980년 12월31일 자)

ⓒ80해언협

내란집단의 보도 검열에서 삭제된 동아일보 1980년 5월22일 자 1면의 백인수 만평 ‘구문(舊聞)’

ⓒ80해언협

아래는 검열에서 삭제된 한국일보 만평 ‘두꺼비’

ⓒ80해언협

<1979년 12월3일 자 동아일보 1면 검열 전후 비교한 지면>

아래는 전남매일신문 1980년 6월2일자 1면. 난도질당한 김준태 시인의 시‘ 우리나라의 십자가여’.

제목이 삭제되고 본문 109행 가운데 3분의 2가 칼질돼 35행만 살아 남았다.

ⓒ80해언협

<삭제당한 김준태의 시 전문>

김준태 시인의 시 ‘우리나라의 십자가여’ 전문은 다음과 같다. 사체로 쓰여진 부분만 당시 검열에서 살아남았다. 살아남은 부분만 보면 광주항쟁과는 전혀 무관한 것처럼 보인다.

《우리나라의 십자가여》

아아, 광주여 무등산이여/죽음과 죽음 사이에/피눈물을 흘리는/우리들의 영원한 청춘의 도시여

우리들의 아버지는 어디로 갔나/우리들의 어머니는 어디서 쓰러졌나/우리들의 아들은/어디에서 죽어 어디에 파묻혔나 우리들의 귀여운 딸은/또 어디에서 입을 벌린 채 누워있나/우리들의 혼백은 또 어디에서 찢어져 산산이 조각나 버렸나?

하느님도 새떼들도/떠나가버린 광주여/그러나 사람다운 사람들만이/아침저녁으로 살아남아/쓰러지고,

엎어지고, 다시 일어서는/우리들의 피투성이 도시여/죽음으로써 죽음을 물리치고/죽음으로써 삶을 찾으려 했던/아아 통곡뿐인 남도의/불사조여 불사조여 불사조여

해와 달이 곤두박질치고/이 시대의 모든 산맥들이/엉터리로 우뚝 솟아 있을 때/그러나 그 누구도 찢을 수 없고/빼앗을 수 없는/아아, 자유의 깃발이여/살과 뼈로 응어리진 깃발이여

아아, 우리들의 도시/우리들의 노래와 꿈과 사랑이/때로는 파도처럼 밀리고/때로는 무덤을 뒤집어쓸지언정/아아, 광주여 광주여/이 나라의 십자가를 짊어지고/무등산을 넘어/골고다 언덕을 넘어가는/아아, 온몸에 상처뿐인/죽음뿐인 하느님의 아들이여

정말 우리는 죽어버렸나/더 이상 이 나라를 사랑할 수 없이/더 이상 우리들의 아이들을/사랑할 수 없이 죽어버렸나/정말 우리들은 아주 죽어버렸나/충장로에서 금남로에서/화정동에서 산수동에서 용봉동에서/지원동에서 양동에서 계림동에서/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아아, 우리들의 피와 살덩이를/삼키고 불어오는 바람이여/속절없는 세월의 흐름이여

아아, 살아남은 사람들은/모두가 죄인처럼 고개를 숙이고 있구나/살아남은 사람들은 모두가/넋을 잃고 밥그릇조차 대하기/어렵구나 무섭구나/무서워 어쩌지도 못하는구나

여보 당신을 기다리다가/문 밖에 나가 당신을 기다리다가/나는 죽었어요 … 그들은/왜 나의 목숨을

앗아갔을까요/아니 당신의 전부를 빼앗아갔을까요/셋방살이 신세였지만/얼마나 우린 행복했어요/난 당신에게 잘해주고 싶었어요/아아, 여보!/그런데 나는 아이를 밴 몸으로/이렇게 죽은 거예요 여보!/미안해요, 여보!/나에게서 나의 목숨을 빼앗아가고/나는 또 당신의 전부를/당신의 젊은 당신의 사랑/당신의 아들 당신의/아아, 여보! 내가 결국/당신을 죽인 것인가요?

아아, 광주여 무등산이여/죽음과 죽음을 뚫고 나가/백의의 옷자락을 펄럭이는 우리들의 영원한 청춘의 도시여/불사조여 불사조여 불사조여/이 나라의 십자가를 짊어지고/골고다 언덕을 다시 넘어오는 이 나라의 하느님 아들이여/예수는 한 번 죽고/한 번 부활하여/오늘까지 아니 언제까지 산다던가/그러나 우리들은 몇백 번을 죽고도/몇백 번을 부활할 우리들의 참사랑이여/우리들의 빛이여, 영광이여, 아픔이여/지금 우리들은 더욱 살아나는구나/지금 우리들은 더욱 튼튼하구나/지금 우리들은 더욱/아아, 지금 우리들은/어깨와 어깨 뼈와 뼈를 맞대고/이 나라의 무등산을 오르는구나/아아, 미치도록 푸르른 하늘을 올라/해와 달을 입 맞추는구나

광주여 무등산이여/아아, 우리들의 영원한 깃발이여/꿈이여 십자가여/세월이 흐르면 흐를수록/더욱 젊어져 갈 청춘의 도시여/지금 우리들은 확실히/굳게 뭉쳐있다 확실히/굳게 손잡고 일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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