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정비사업 '사전타당성 검토' 폐지, 전재수 시정 재개발 속도 높이나?

사전타당성 검토 없애고 MP회의 도입…권리산정기준일 앞당겨 투기 차단 병행

부산시가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의 초기 행정 절차를 대폭 줄인다.

9일 부산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8일부터 '2030 부산광역시 도시·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 변경안'을 시행했다. 핵심은 신규 정비구역 지정 과정에서 운영돼 온 사전타당성 검토를 폐지하고 전문가 자문 방식의 '정비사업 MP회의'를 도입하는 것이다.

▲재건축정비사업을 진행중인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모습.ⓒ연합뉴스

이번 개편은 전재수 부산시장 취임 이후 주거정비 분야에서 나온 첫 제도 손질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노후 주거지 정비와 도심 재편 속도를 높이되 공공성과 사업성을 함께 관리하겠다는 방향으로 읽힌다.

그동안 사전타당성 검토와 정비구역 지정 심의가 유사한 내용을 중복 검토하면서 사업 지연과 초기 비용 부담을 키운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부산시는 이번 개편을 통해 행정 절차를 줄이고 주민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절차를 줄이는 대신 전문가 검토 장치는 새로 둔다. 도시계획, 건축, 경관, 교통, 디자인 등 분야별 전문가가 참여하는 MP 회의를 통해 정비계획 입안 단계부터 연접 지역과의 통합계획, 기반시설 배치, 공공기여 방안 등을 조율한다.

정비계획 입안 요청 제도도 함께 손질됐다. 기존 주민 주도의 입안 제안 방식에서 나아가 공공이 초기 단계부터 참여해 정비계획의 기본방향을 제시하고 공공성과 사업성의 균형을 맞춘 공간계획 수립을 지원하는 구조다. 입안요청을 통해 정비계획을 수립할 경우 최대 5%의 용적률 인센티브도 부여할 수 있도록 했다.

▲도시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 주요 변경 내용.ⓒ부산시

권리산정기준일도 앞당겨진다. 기존에는 구·군이 시에 사전타당성 심의를 신청하거나 정비계획 입안 요청 수락을 통보한 날이 기준이었지만 앞으로는 토지등소유자가 구·군에 정비계획 입안을 제안하거나 요청한 날로 바뀐다. 이른바 '지분 쪼개기' 등 투기성 진입을 초기에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이번 개편은 부산 정비사업의 해묵은 병목을 줄이는 조치다. 노후 주거지가 많은 부산에서 정비사업은 주거환경 개선과 도심 재편의 핵심 수단이지만, 초기 절차가 길어지면서 사업 동력이 떨어지고 주민 갈등이 커지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다만 절차 간소화가 곧바로 좋은 정비사업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사전타당성 검토가 빠진 만큼 MP 회의가 형식적 자문에 그치면 공공성 검토가 약해질 수 있다. 반대로 또 다른 심의 절차처럼 운영되면 제도 개편의 취지도 흐려질 수 있다.

용적률 인센티브 역시 관리가 필요하다. 사업성을 높이는 장치가 될 수 있지만 기반시설 확충이나 공공기여 없이 밀도만 높이는 방식으로 흐를 경우 교통, 학교, 공원, 주차 등 생활인프라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전재수 시정의 정비사업 개편은 속도와 공공성을 동시에 시험받게 됐다. 사전타당성 검토 폐지가 사업 추진의 숨통을 틔우는 계기가 될지, 또 다른 갈등의 출발점이 될지는 MP회의 운영과 구·군의 현장 관리 역량에 달려 있다.

윤여욱

부산울산취재본부 윤여욱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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