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가자지구 권력 20년만에 내려 놓는다…이스라엘 "속임수" 일축

휴전 교착 타개책 분석 속 전문가 "네타냐후, 선거 전까진 가자 재건 허용 안 할 듯"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휴전 협정 이행 일환으로 가자지구에서 약 20년 만에 권력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가자지구 인도주의 상황이 여전히 처참한 가운데 휴전 교착 상태를 타개하기 위함으로 보이지만 선거를 앞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정권이 움직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다.

<AP>, <로이터> 통신 등을 보면 6일(이하 현지시간) 하마스 정부 언론국장 스마일 알타와브타는 가자지구 중부 데이르알발라에 있는 알아크사 병원 안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가자지구의 하마스 운영 정부를 해산하고 휴전 협정에 따라 팔레스타인 기술관료 집단인 '가자지구 국가행정위원회(NCAG)'에 권력을 이양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휴전의 핵심 조건인 무장 해제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가자국가위는 지난해 10월 가자지구 휴전 합의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설립한 평화위원회의 감독을 받는다.

평화위원회는 이날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하마스 발표를 인지하고 있다며 "평가는 약속이 아닌 행동에 따라 이뤄질 것"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가자국가위는 지난 1월 소집된 뒤 이스라엘 반대로 이집트 카이로에 발이 묶여 가자지구에 진입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하마스의 권력 이양 선언은 교착 상태에 빠진 휴전 이행을 이스라엘과 평화위에 압박하기 위함이라는 분석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을 보면 분쟁전문 싱크탱크 국제위기그룹(ICG)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프로젝트 책임자 막스 로덴벡은 "가자지구의 비참함이 끝없이 이어지는 데다 평화위원회가 이스라엘의 매일 지속되는 공습과 추가 영토 점령 시도는 외면한 채 하마스 무장 해제 진전 조건만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하마스는 교착 상태 타개책을 강구 중"이라며 "팔레스타인 쪽에 정치적 전망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하마스는 무기를 내려 놓을 수 없지만 적어도 정치 권력을 포기할 의사는 있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마스가 이를 통해 평화위원회에 "유연성을 발휘할 책임"을 지우고자 한다는 것이다.

하젬 카셈 하마스 대변인은 카타르 알자지라 방송에 "팔레스타인 여러 정파들과 회의를 가졌는데 모두 이번 결정을 환영했다"며 "이제 중재자들과 보증국들이 점령자(이스라엘)에 압력을 가해 가자국가위가 가자지구에 진입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할 차례"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이스라엘 쪽은 하마스의 이번 발표를 무장 해제를 피하기 위한 "속임수"라고 일축했다. 기드온 사르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이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하마스의 속임수는 간단하다. 하마스가 기술관료 정부를 위한 '자리를 마련하겠다'는 듯한 태도는 무장 해제를 막고자 하는 것"이라며 "기술관료 정부가 쓰레기 수거나 다른 행정 서비스를 맡는 동안 하마스는 여전히 지배적 군사 세력으로 남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하마스가 무기를 보유하는 한 어떤 민간 정부도 하마스 지시에 따라 운영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스라엘 쪽이 부정적 반응을 보임에 따라 하마스의 이번 발표는 당분간 교착 상태를 뚫지 못한 채 상징적 의미만을 가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가디언>을 보면 유럽 싱크탱크 유럽외교관계위원회(ECFR) 연구원 무함마드 셰하다는 "하마스는 일방적 무장 해제에 동의하고 요구 받은 모든 걸 행한다 해도 네타냐후가 선거 전까진 가자지구 어느 곳도 재건을 허용하지 않을 거란 걸 알고 있다"고 짚었다.

신문은 역내 외교관들이 네타냐후 총리가 10월 말로 예정된 총선에서 극우 연정 유지를 위해 분투하고 있는 상황에서 선거가 끝날 때까진 가자지구의 미래에 별다른 진전이 없을 걸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10월 '휴전' 이후에도 가자지구엔 거의 매일 이스라엘 공습이 가해지고 있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휴전 합의 뒤에도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 공격으로 1072명이 사망했다고 집계했다. 가자지구 전쟁이 1000일을 넘긴 상황에서 총 사망자 수는 7만3098명에 달한다. 휴전 이후에도 이스라엘군은 철수하지 않은 채 가자지구의 60% 가량을 장악하고 있다.

<로이터>를 보면 6일에도 이스라엘 공격으로 가자지구에서 5명이 숨졌다. 가자지구 보건당국은 이날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 텔알하와 지역 한 아파트에서 이스라엘 공습으로 2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IDF)은 하마스 사령관 파디 팔라 아슈르 다그마시를 겨낭해 살해했다는 입장이다. 의료진에 따르면 남부 칸유니스에서 차량, 피난민 천막 또한 공습 당해 3명이 죽고 최소 20명이 다쳤다. 이스라엘군은 관련해 즉각 논평을 내놓지 않았다.

휴전 합의에서 약속된 구호품 "전면적 지원" 또한 충분치 않다. 가자지구 구호물자 전달을 조율하는 이스라엘군 기구 코갓(COGAT)은 지난달 초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매일 구호트럭 600대가 진입하는 걸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트럭 600대는 전쟁 전 일일 구호품 규모로 가자지구가 이스라엘 공격으로 폐허가 된 현 상황에선 턱없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마저도 달성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톰 플레처 유엔 인도주의·긴급구호 사무차장은 지난달 18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브리핑에서 가자지구에 여전히 완전히 기능하는 병원이 없고 어린이 110만 명이 물 공급 불확실성에 시달리고 있으며 위상 상태 악화로 주민들이 쥐에 물리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구의 70%는 적절한 주거 공간 없이 생활 중이다. 이 전쟁으로 가자지구 인구 200만 명 대부분이 사실상 난민이 됐다.

지난 3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열악한 위생 환경 속 여름을 맞으며 가자지구에서 불과 2주 만에 9300건이 넘는 수두 사례가 발생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6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 셰이크라드완 지역 피난민 천막 앞에 한 소년이 서 있다. ⓒAFP=연합뉴스

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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