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전 축구국가대표팀에 대한 한국사회의 비난이 과도하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홍 전 감독이과거 일본 프로축구인 J리그의 쇼난 벨마레에서 선수 생활을 한 적이 있어 그에 대한 일종의 동정론과 함께, 이재명 대통령이 홍 전 감독을 비난하는 듯한 메시지를 밝힌 것을 두고 정치가 필요 이상의 개입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6일 일본 <요미우리신문> 계열인 스포츠 매체 <스포츠 호치>는 "FIFA(국제축구연맹, 이하 피파)는 '제3자에 의한 정치적 간섭'을 금지하고 있으며, 정부의 개입에 대해 우려를 표명해 왔다"라며 한국 정부가 지난 2024년 홍 감독 선임 과정에 불투명성이 제기되자 직접 감사에 나서고 홍 전 감독과 정몽규 축구협회장이 국회에 출석한 바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피파가 '정치적 간섭'이 있었다고 판단할 경우, 해당 대표팀은 국제 대회 출전 자격을 박탈당하고 클럽 대표팀 역시 국제 경기 출전이 금지된다"라며 "나이지리아가 2014년, 쿠웨이트가 2015년 정치적 간섭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출전 자격을 박탈당한 사례"가 있다고 전했다.
일본의 또 다른 스포츠 전문 매체인 <닛칸 스포츠>는 이날 TV 아사히의 <하토리 신이치 모닝쇼>에 출연한 패널들이 한국 사회에서 홍 전 감독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문제를 다뤘는데, 패널 중 한 명인 배우 이시하라 요시즈미는 대한축구협회와 홍 전 감독에 대한 사회적 짍를 두고 "(32강 탈락의) 실망감을 표출할 곳이 필요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한국 내 비난 여론에 대해 "기업이 프로 스포츠를 후원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시민들이 운영하는 팀도 있지만, 프로 야구와 축구는 모기업 없이는 발전할 수 없다"라며 "(홍 전) 감독이 한국에 남을 수 없어서 로스앤젤레스로 간 것 아닌가? 하지만 한국이 우승했더라면 이런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겠지?"라고 덧붙였다.
이시하라 씨는 "단순히 무능했다는 이유만으로 납세자의 돈을 쓰고 신뢰를 저버렸다는 주장을 펼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라며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월 2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X'의 본인 계정에 "능력보다 내 편, 네 편을 더 중시해 무능한 사람을 지휘관으로 선발하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라고 밝힌 것을 문제 삼았다.
그는 "대통령이나 국회가 그런 문제에 대해서까지, (예를 들어 일본이) WBC에서 결승에 진출하지 못했다고 해서, '너희들 탓이다'라고 (정치권이) 말하지는 않지 않나"라며 "그래서 굉장히 신기하다는 느낌을 받으며 뉴스를 듣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또 다른 패널인 전 TV아사히 PD 다마가와 도오루 평론가는 이 대통령의 X 메시지에 대해 "축구는 개인 경기가 아니라 모두 함께 싸우는 것이기에 국가 차원에서도 응원하는 것이다. 그런데 경기에 졌다고 해서 '저 녀석이 잘못했다, 쟤 때문이다'라며 남 탓을 하기 시작하는 것 자체가 스포츠로서 옳은 일인가 싶다. 이런 상황은 솔직히 좀 납득하기 어렵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설마 일부러 지려고 경기를 한 것도 아닐 테고, 다 잘해보자고 한 일이지 않나. 경기에 졌다고 해서 이런 식으로 흘러가는 건 잘못됐다"라며 "한국에도 분명 냉정하게 상황을 바라보는 사람이 많을 텐데, 일부 사람들이 평소에 쌓여 있던 다른 불만을 이곳에다 표출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그걸로 개인을 몰아세우는 건 분명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이밖에 요미우리TV에서 방영하는 <정보라이브 미야네야>에서도 한국 축구의 현 상황에 대한 문제점이 거론됐는데, 이 프로그램 역시 다른 프로그램처럼 주로 정치권이 축구에 개입한다는 점이 비판 대상이 됐지만, 홍 전 감독의 감독 선임 과정에 대한 언급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와 관련 일본 스포츠 전문 매체 <넘버웹>은 이날 "한국 대표팀의 탈락은 홍 감독의 전술 미스만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미디어와의 대립, 스타 선수에 대한 의존, 세대 간의 거리감, 일본에서도 보도되고 있는 대한축구협회(KFA)에 대한 불신과 감독 선임 프로세스를 둘러싼 찜찜함까지, 다양한 문제들이 월드컵이라는 극한의 무대에서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그것이 한국의 북중미 월드컵이었다"며 홍 감독 선임 문제를 거론했다.
매체는 "홍명보를 과도하게 옹호할 생각은 없다. 남아공전의 판단은 결과적으로 실패였고, 팀을 끝까지 하나로 묶어내지 못한 책임도 있다"라며 "하지만 그 공항에서 그를 향해 쏟아진 야유와 고함이 모두 공정한 비판이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라고 평가했다.
매체는 "손흥민을 탓하려는 것도 아니다. 그는 오랜 시간 한국 축구를 위해 달렸고 골을 넣었으며, 비판을 감내하며 대표팀의 얼굴로 존재해 왔다. 하지만 그 존재감이 너무 컸기에, 한국 대표팀은 언제부턴가 ‘손흥민을 축으로 삼을 것인가, 아니면 그 의존증에서 탈락할 것인가’라는 중요한 결단을 계속해서 미루는 딜레마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닐까"라며 "어쩌면 홍명보는 그 결단을 이번 월드컵에서 내리려 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남아공전이 바로 그 결단의 증거였고, 그리고 실패했다"라고 진단했다.
매체는 "홍 감독은 그라운드 위 전술에서 손흥민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를 두고 고심했을 것"이라며 "올해로 34세가 되는 손흥민은 한때 프리미어리그를 휩쓸었던 압도적인 스프린트 능력과 폭발적인 스피드가 있었지만 (지금은) 확연한 황혼기처럼 보이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매체는 "체코전과 멕시코전에서도 최전방에 배치된 그는 상대 수비진 사이에서 완전히 고립되어 있었다. 상대 수비 뒷공간을 파고들려는 시도를 몇 번이고 감행했으나, 스피드로 완전히 따돌리지 못하는 장면이나 결정적인 기회를 놓치는 장면도 두드러졌다"라고 평가했다.
매체는 "이 때문에 그는 체코전에서는 69분, 멕시코전에서는 57분 만에 벤치로 물러났다. 두 경기 모두 오현규와 교체였는데, 체코전에서는 교체 투입된 오현규가 결승골을 터뜨리면서 홍 감독의 용병술이 신의 한 수라며 극찬을 받았지만, 멕시코전에서는 오현규마저 침묵하며 패하는 바람에 손흥민의 교체 타이밍이 너무 빨랐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매체는 전 축구 국가대표였던 박지성 피파 분과위원회 위원이 방송 해설 과정에서 "누구를 기용할지는 감독의 권한이지만, 손흥민에게 맞는 공간과 공격 형태가 만들어졌다면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라고 논평했다면서 "세계적인 공격수의 장점을 살려내지 못한다면 그 대가는 감독에게 무겁게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지적하는 듯했다"라고 해석했다.
매체는 "전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손흥민,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황희찬(울버햄튼), 황인범(페예노르트) 등 소속 클럽의 이름값만 나열해도 한국 축구 역사상 손에 꼽히는 '황금세대'라 칭송받던 이들은 왜 이토록 비참한 결말을 맞이했을까"라며 "현장에서 그들을 계속해서 지켜본 나의 눈에는, 그라운드 위의 전술뿐만이 아닌 눈에 보이지 않는 균열이 존재했던 것처럼 느껴졌다"고 총평했다.
매체는 "멕시코에서 한국 대표팀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 정답은 하나가 아니다"라며 "하지만 한국 축구를 위해 떠나겠다고 말하며 쫓겨난 과거의 영웅과, 한국 축구의 상징으로서 앞으로도 대표팀에 남기로 결심한 슈퍼스타, 그 둘 중 어느 쪽도 승자는 아니었다"면서 "한국 축구에 휘몰아칠 엄중한 현실을 생각하면, 이 사실이 무겁게 다가온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일본 TBS 방송을 비롯한 스포츠 매체들은 이날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이 사임서를 제출하고 박지성 위원과 이영표 해설위원, 박주호 해설위원 등 축구인이 참여한 케이-축구 혁신위원회가 출범했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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