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윤의 로컬푸드 이야기] 지역 식재료를 새로 태어나게 하라

흔한 농산물을 색다른 것으로 바꾸는, 과학과 가공의 창업

지난 글에서 나는 로컬푸드 창업이 꼭 식당일 필요는 없으며, 재료를 발굴하고 이야기를 쓰고 연결하는 것도 어엿한 창업이라고 했다. 이번에는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지역의 흔한 식재료를 그대로 파는 것을 넘어, 아예 '색다른 것'으로 새로 태어나게 하는 창업이다. 그 열쇠는 과학과 가공에 있다.

같은 사과라도

사과 한 알을 떠올려 보자. 그냥 팔면 어디에나 있는 흔한 과일이다. 그러나 발효하면 사과식초와 사과주가 되고 얇게 말리면 사과칩이 되며 성분을 뽑아내면 기능성 원료가 된다. 같은 재료가 손질하는 방식에 따라 전혀 다른 가치의 상품으로 바뀌는 것이다. 식품과학과 가공은 바로 이 '흔한 것을 특별한 것으로' 바꾸는 기술이다. 그리고 이 영역은 청년의 지식과 아이디어가 가장 크게 빛날 수 있는 창업의 무대이기도 하다.

지역 식재료를 새로 태어나게 하는 네 가지 길

첫째, 발효다. 발효는 미생물의 힘으로 시간을 들여 재료를 전혀 다른 맛과 성질로 바꾸는 기술이다. 지역 농산물로 담근 발효 음료, 천연발효 빵, 지역 콩으로 빚은 장들은 흔한 원료를 개성 있는 상품으로 만든다. 우리 전통 발효는 세계가 주목하는 분야이기도 하니 청년의 새로운 감각이 더해지면 가능성은 더 커진다.

둘째, 발아와 기능성이다. 곡물을 싹 틔우면 몸에 이로운 성분이 늘어난다. 이런 원리를 활용해 발아 곡물이나 기능성 원료, 건강식품을 만드는 창업이다. 단순한 먹거리를 '건강'이라는 가치까지 얹은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끌어올리는 길이다.

셋째, 업사이클링이다. 모양 때문에 버려지던 못난이 농산물이나, 가공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을 새로운 식품으로 되살리는 것이다. 맥주를 만들고 남은 보리 부산물을 고단백 가루로 되살린 국내 스타트업, 남은 쌀 조각과 콩비지로 과자를 만들어 해외에까지 파는 기업의 사례가 이미 있다. 버려지던 것에서 새로운 상품과 시장을 찾아내는 청년다운 창업이다.

넷째, 재해석이다. 익숙한 지역 식재료를 낯설고 새로운 형태로 바꿔 보는 것이다. 지역 나물로 만든 파스타 소스, 전통주를 현대적으로 다시 디자인한 술, 지역 과일로 만든 색다른 디저트처럼, '우리 것'을 요즘 감각으로 다시 푸는 시도다. 익숙함과 새로움 사이의 그 지점에 뜻밖의 시장이 있다.

이것은 '요리'가 아니라 '개발'이다

여기서 분명히 해 둘 것이 있다. 이 길은 요리와 다르다. 개발에 가깝다. 어떤 재료에 어떤 성분이 들었고 어떤 미생물로 어떤 온도에서 얼마나 발효해야 원하는 맛과 품질이 일정하게 나오는지를 따지는 일이다. 즉 실험하고, 분석하고, 표준을 세우는 과정이 필요하다. 다행히 청년 혼자 이 모든 것을 감당할 필요는 없다. 지역의 대학과 식품 연구기관, 창업 지원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을 수 있고 큰 설비 없이도 공유주방이나 가공센터를 빌려 소규모로 시작해 볼 수 있다. 만든 제품은 온라인을 통해 전국의 소비자에게 곧바로 닿을 수 있다.

흔한 재료 속에 기회가 있다

과학과 가공의 창업이 매력적인 이유는 남들이 흔하다고 지나친 재료 속에서 새로운 가치를 찾아낸다는 데 있다. 값이 폭락해 밭에서 갈아엎히는 농산물, 모양이 못나 버려지는 것들, 늘 있어서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지역 특산물. 이 흔한 것들이야말로 과학이라는 마법을 만나면 가장 크게 변신할 재료다.

물론 여기에도 원칙은 같다. 새로움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아무리 색다르게 만들어도 결국 맛있어야 하고 안전해야 하고 소비자가 다시 찾아야 한다.

기발함은 손님을 한 번 놀라게 하지만 다시 사게 만드는 것은 언제나 진짜 좋은 품질이다. 그 본질 위에서라면 지역의 흔한 식재료는 청년의 손에서 얼마든지 새로 태어날 수 있다. 다음 글에서는 재료를 공급하거나 가공하지 않고도, 로컬푸드를 예술과 콘텐츠로 풀어내는 또 다른 창업의 길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문상윤

세종충청취재본부 문상윤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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