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론에 부정적…양향자만 "불가피"

장동혁 "대통령이 '니가 가라 호남' 압박", 김재원 "전력은 경북이 풍부한데 왜 호남?"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호남·충청권에 새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계획을 구체화할 것으로 알려진 데 대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부정적 태도를 보였다. 호남 출신 양향자 최고위원만 찬성론을 폈고, 일부 최고위원은 '핵발전소가 밀집한 영남이 더 적절하지 않나'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2011년 박근혜 비대위 이후 김종인 비대위, 한동훈 대표 체제를 거치며 간간이나마 '서진 정책'을 지속 추진해온 국민의힘의 현주소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2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증시가 연일 폭락과 폭등을 반복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선거용 증시 부양도 결국 시한폭탄이 됐다"고 이재명 정부 경제정책을 비판하면서 "그런데도 이 정권은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반도체 산업을 호남에 보내겠다고 한다"고 했다.

장 대표는 "(반도체 생산시설 이전은) 수백 조를 투자해야 하는 기업의 사활이 걸린 프로젝트이다. 용수, 전기, 인력 등 제반 여건을 기업이 검토해서 결정할 문제"라며 "그런데 대통령이 직접 '니가 가라 호남'을 압박하고 있다. 청와대 김용범은 초과이익 분배를 또 끄집어냈다"고 비난했다.

신동욱 수석최고위원도 "오는 29일 국토대전환 민관합동회의라고 하는 것이 청와대에서 열리는데, 이 자리에서 호남의 대규모 반도체 투자, 수백조 원에 달하는 반도체 투자를 발표할 거라는 보도를 보고 걱정"이라며 "이재명 정부는 반도체 산업에서 거둬들이는 이익을 마치 자기들 주머니의 공깃돌처럼 생각하는 것 같다"고 했다.

신 수석최고위원은 "지방선거를 앞두고는 일부 호남 정치인들이 ‘용인의 반도체 라인 일부를 새만금으로 가져가겠다’라는 얘기를 했다가 큰 반발에 부딪힌 적이 있다"며 "정부가 반도체 산업을 잘못 이해해서 지역갈등을 부추기는 불쏘시개로 활용하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강하게 가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신 최고위원은 "삼성과 SK하이닉스가 호남의 대규모 반도체 투자, 수백조 원에 달하는 반도체 투자를 하는 것이 대한민국 경제에 나쁠 것은 없다"면서도 "이게 기업의 자율적인 판단에 따른 것이 아니고, 정부의 압박에 의한 것이라면 이건 대단히 심각한 문제"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과 최태원 SK 회장에게도 말씀드린다. 이런 투자를 이렇게 이런 방식으로 결정하셔서는 안 된다"며 "아무리 권력이 무서워도 권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기업이고, 국가의 미래다. 다시 한번 깊숙이 검토해서 국민적 공감대 위에서 이런 결정을 해달라"고 그는 촉구했다.

김재원 최고위원도 "삼성과 SK에서 반도체 투자를 호남 지역으로 400조 이상 규모로 투자 발표를 앞두고 있다는 보도가 연이어 나오고 있다"며 "이 이야기가 정치권에서부터 나오기 시작해서 '7월 1일 통합특별시 출범에 맞춰서 발표한다'든가 또는 '민주당의 전당대회 진행 과정에서 호남 민심을 얻을 수 있는 비장의 카드'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기 때문에 문제"라고 했다.

김 최고위원은 "삼성, SK에서 합리적으로 이런 투자 결정이 이루어지고 그에 대해 전 국민들도 충분히 수긍할 수 있다면 아무 문제를 제기할 이유가 없다. 나아가서 반도체 투자가 호남 지역에 투자되고, 영남에도 투자되고, 강원도에도 투자되고, 전 국토의 반도체 투자가 이어진다면 얼마나 좋은 일이겠느냐"면서도 "그런데 왜 하필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런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것인지, 왜 청와대가 29일 이 회의를 주도해서 발표를 한다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했다.

김 최고위원은 특히 "'호남 지역의 풍부한 재생에너지'를 이야기하는데 과연 호남 지역에서 생산되는 재생에너지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알고 싶다"며 "원자력(핵)발전소가 위치하고 있는 곳이 대부분 동해안 지역이다. 전력이 가장 풍부한 곳이 바로 동해안 경북 지역인데 어떻게 해서 반도체 공정에 호남 지역이 적절하다고 주장하는 것인지, 앞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도 알고 싶다"고 했다.

긍정적 반응을 보인 이는 양향자 최고위원이 유일했다. 양 최고위원은 "대통령실에서 발표한 호남 및 충청 지역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계획은 폭증하는 메모리 반도체 수요를 감당할 불가피한 조치"라고 했다.

양 최고위원은 "곧 영남, 강원 등 다른 지역으로도 클러스터가 이어질 것"이라며 "지금 중요한 것은 지역 간 경쟁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 전체가 반도체와 AI를 핵심 축으로 삼아서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거대한 성장을 선도하는 일"이라며 "우리 국민의힘이 이 대전환의 역사를 주도하고 마침내 실현해내는 것이야말로 2028년 총선 승리 전략이자 2030년 집권 플랜"이라고 대승적 태도를 에둘러 촉구했다.

▲국민의힘 양향자 최고위원이 2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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