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높은 인기에 따라 얼마간 동조돼 있던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지방선거 전후로 크게 떨어졌다. 리얼미터가 지난 15일 발표한 6월 2주차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은 38.0%의 지지율을 기록해, 국민의힘 44.3%에 오차범위 밖에서 역전당했다.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 역시 4주째 하락 중이다. 이에 따라 민주당 안팎에선 이런 부침이 누구의 탓이냐를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극심하게 이뤄지고 있다. 선거 전 민주당 내 갈등이 '누가 과실을 따먹느냐'를 두고 이뤄진 것이었다면, 선거 후엔 '누구에게 책임을 묻느냐'에 쏠려있는 것처럼 보인다.
민주당 지지율 하락에는 여러 요인들이 있다. 가깝게는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등 선관위의 관리 부실 문제가 정권과 여당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키웠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대통령으로부터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준헌법기관이라는 점에서 민주당으로선 억울할 점이 없지 않지만, 대다수 국민들은 연동해서 바라볼 수밖에 없다. 이 문제에 관해 민주당 지도부는 미적지근한 대응으로 일관했고, 선거 평가를 둘러싼 당내 논쟁에 사로잡힌 나머지 밖을 살피지 못했다. 굳이 음모론까지 가지 않더라도, 민주당이 선관위의 '관료주의적 과실'이나 '부실 행정'과 관련해 민감하게 대응하지 않는다는 점이 '기득권 정치'에 대한 이미지를 가중시켰다.
이런 가운데 당 안팎에서는 친명계와 친청계의 차기 당권 대결, 이른바 ABC론에 입각한 힘겨루기가 한창이다. 김민석 총리와 송영길 전 대표 등은 친명 평론가들에 의해 "뉴이재명"이라 명명된 중도보수 실용주의 당원들을 대변하고, 정청래 당대표 등은 김어준·유시민의 백업을 바탕으로 '친노·친문' 성향 당원들을 대변한다는 것이 이들이 설정한 구도다. 하지만 이 갈등상 어디에서도 '노선 갈등'이라 부를만한 여지는 없어 보인다. 금융시장 부양을 통한 자산가 양성, 반도체 산업 올인을 통한 국가-자본의 동맹, 자본 중심의 실리 외교 등 이재명 정부의 정책 기조에 대한 토론은 전무하다. 어느쪽이 더 위선적이고 종파적인지 따지고 있는 형국일 뿐이다.
민주당 지지율 하락의 요인
민주당의 당권 경쟁이 이토록 치열한 이유는 차기 당권을 쥔 쪽에 차기 총선 후보 공천 과정에서 상당한 권한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당대표는 공천의 실무를 총괄하는 '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와 전략 지역을 심사하는 '전략공천관리위원회'를 임명할 수 있고, 공천 기준을 설정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당권은 그 자체로 '차기 권력'을 창출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 정청래 대표가 '1인1표제'를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 있다. 자신의 지지 기반이 대의원이나 국회의원보다는 권리당원들이라고 보고, 권리당원 표심을 자극해 당권 경쟁의 우위를 확보하겠다는 생각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수적으론 승리했지만, 상징적으로는 패배했다. 가장 중요한 서울시장 선거에서 초반부 높은 우위를 차지하던 정원오 후보가 오세훈 현 시장에게 추월당해 패배했고, 격전지로 떠올라 모든 이목을 사로잡았던 경기 평택을과 부산 북구갑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도 패배했다. 심지어 오세훈(서울시장)과 한동훈(부산 북구갑)이라는 국민의힘 계열 두 대권 주자들이 극적으로 되살아났는데, 선거운동 기간 당의 리더십이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크다. 이 때문에 선거 직후 민주당 내에선 정청래 리더십을 향한 비판적 시선이 많아졌다.
잇따른 비판들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내 갈등은 쉽사리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민주당의 위성정당을 자처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가 훨씬 복잡하고 어려워진 만큼 이 문제를 둘러싼 쟁점도 중첩돼 있다. 주지하다시피 경기 평택을 보궐선거에서 김용남 후보(민주당)와 조국 후보(조국혁신당)는 저마다 '민주당의 적자'를 자처하면서 감정적 격돌을 반복했는데, 선거 결과 각각 2·3위를 차지해 유의동(국민의힘)에게 어부지리 승리를 안겨다줬다. 출마는 자유이고, 각자의 권리지만, 두 당의 논리 체계에서 충분한 설득력을 갖추고 있진 못하다.
주거 불평등 무관심이 패배불렀다
다른 한편, 서울시장 선거에서 민주당 정원오 후보의 패배는 민주당의 고질적 문제를 그대로 드러냈다.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는 세금 감면, 재건축 규제 완화 등 강남과 '마용성' 일대에 고가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자신의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부동산 공약을 명확히 내세운 데 반해, 정원오 후보는 서민 지지층을 자신의 '집토끼'라고 가정하고, 오히려 고가 주택 소유자나 강남 구민들의 표를 얻기 위해 '재산세/종부세 감면'이나 '실거주자 세금 감면' 같은 공약을 내걸었다. 하지만 이는 부동산 시장 과열 증상을 극복할 수 있는 방향이 아니라, 그 반대 방향을 추동하는 오래된 습관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민주당과 정원오 캠프가 아무리 강남의 부자들을 향해 구걸한다고 해서 이들이 민주당에게로 선회할 가능성은 미미하기 때문이다.
선거 시기 정원오는 용산정비창부지에서 '세계도시 서울의 대전환'이라는 슬로건으로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공약을 발표했다. 오세훈 후보의 공공토지 매각 방식 대신 99년 장기 임대로 사업하고 개발권만 매각하겠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었지만, 초국적 기업에 특혜를 주는 데다 공공주택 공급 계획은 전무했다는 점은 오세훈 후보와 다르지 않았다. 기업들에게 법인세 감면·비자 및 규제 특례를 제공하고, 글로벌 벤처캐피탈을 유치하며, 용산 지역을 AI 특화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하겠다는 게 그의 공약이었다. 2031년까지 36만 호 이상의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했는데, 이 중 대부분(30만2000호)은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을 통한 공급이었다.
이는 서울에서 진행 중인 재개발 사업들의 기대 결과를 반영하는데, 사실 그 자리엔 이미 25만호의 저가 주택이 있었다. 등기상으로는 25만호를 철거해 31만호를 짓는 것이지만, 그보다 많은 가구가 저렴하게 살던 주거가 사라진다. 주택 공급 효과도 미미하고, 주택 가격 인상만 불러오는 정책을 대단한 부동산 대책인양 떠드는 것은 무주택 시민들의 냉소를 불러왔을 뿐이다.
서울시민의 50% 이상은 집 없는 임차인이고, 민주당에 흔쾌히 지지를 보냈든 비판적 지지를 보냈든 표를 던져온 사람들 역시 집값 안정을 바라는 무주택자, 청년, 서민층이다. 민주당은 이런 사람들의 문제를 관심에 두지 않았다. 무주택 시민들을 설레게 하거나 투표장으로 유인할 만한 공약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투표장에 가고 싶도록 만들지도 않았다. 정원오 후보는 어중간하게 오세훈을 따라할 게 아니라, 용산정비창 같은 공공토지에서 100% 공공주택을 짓겠다고 선언했어야 했다.
실제 서울지역 아파트 가격 및 상승 폭이 높을수록 민주당 득표율이 하락하고 보수 정당 득표율이 상승하는 경향성은 뚜렷하다. 초고가 아파트 단지에서는 집값 상승이 종합부동산세, 재산세 등 보유세 부담으로 직결하고, 자산 가치 상승보다 세제 규제에 대한 반발 심리가 더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아파트 가격이 인상되면 주거 불안정이 극대화되고, 주거 불평등은 심화된다. 그러니 민주당은 누구도 탓할 수 없다. 스스로 자초한 패배일 뿐이다. 마치 국민의힘의 몰락이 그들 자신에 의해 초래됐듯이 말이다.
기득권 정치가 해결할 수 없는 위기
이재명 정부는 주식시장 부양과 '인공지능 대전환' 정책, 'K-국방'에 정권과 한국 사회의 명운을 건 듯하다. 이에 대해선 민주당 내 어느 그룹이나 지지세력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주식시장 부양책은 단순히 주식시장 내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주식시장에서 실현된 차익은 전통적인 실물 자산인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되는 유동성의 원천이 된다. 코스피의 변동성은 너무나 크고, 부동산은 안전 자산이라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통계적으로 주식 자산의 소유는 전 국민에게 균등하게 분배되지 않는다. '특권중산층'과 고가 아파트가 몰려 있는 지역에 압도적으로 쏠려 있고, 이 때문에 주식시장 부양 정책은 이미 자산을 많이 보유한 자산가층의 부만 급격하게 증식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 실제 열심히 일해서 버는 노동소득의 세금 부담이나 증가 속도에 비해, 주식이나 부동산 등 자산 가치 상승으로 얻는 이득의 속도가 압도적으로 빠르다. 이때 특권중산층은 자산이 불어나 소비를 늘리는 반면, 다수 서민들은 주거비 지출이 늘어 소비를 줄여야 하므로 양극화의 'K자 갈래'가 뚜렷해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은 불평등을 해소할 과감한 분배와 사회공공성 확대보다는 주식·자산 시장 부양에 비정상적으로 몰두해왔다. SK와 삼성 등 거대 자본과 결탁해 AI·반도체 클러스터 중심의 무한 성장주의를 밀어붙이는 데 반해, 노동과 물적 재분배를 부차화하고 대중의 투기적 욕망을 오히려 조장한다. 물론 이재명 정부는 사회 양극화의 심화가 정권의 실패로 이어질 것임을 알고 있다. 반복해서 '보유세 강화'나 '부동산 투기 척결'을 외치는 이유다. 그러나 실제 정책 실현까지 가기엔 너무 많은 장벽이 있다.
민주당의 주요 정치인들은 표를 얻기 위해 정부 기조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행보를 보이기도 한다. 지난 강남구청장 선거에 출마한 민주당 김형곤 후보는 '강남구민 세금 부담 완화, 실거주자 세금 감면'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이소영 등 수도권 의원들은 선거 패배 이후 '부동산 실용주의'를 주장하며 정부의 보유세 강화나 재산세 개혁 시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선거 전까지 정부와 민주당의 부동산 문제 해결책은 비교적 선명한 듯 보였지만, 자신이 자초한 함정과 시장친화적인 개발주의에 가로막힌 셈이다.
기득권 양당 정치의 반복되는 모순 속에서 시민들은 "누가 집권해도 내 삶은 바뀌지 않는다"는 깊은 환멸을 느낀다. 그리고 지금처럼 기득권 정당들이 불평등을 해결할 능력을 상실했을 때, 시스템 바깥에서 "갈아엎겠다"고 외치는 극우 포퓰리스트들의 자극적인 선동이 강력한 대안으로 다가오기 쉽다.
물론 극우주의자들이 '갈아엎겠다'고 외치는 대상은 평범한 시민들에게 박탈감과 좌절감을 안겨주는 경제 구조가 아니다. 대신 극우주의자들은 이주민과 장애인, 성소수자 등 자신들보다 더 취약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을 공격하며 "저들이 파이를 빼앗고 있다"고 선동할 뿐이다. 경제적 모순에 따른 생존의 위기를 '문화적 정체성의 위기'로 치환한다. 시스템의 모순은 은폐되고, 약자를 원망하는 정치, 문화 전쟁만 남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극우세력에게 선동의 틈을 만들어주고 있는 건 누구인가? 잘못된 선거 시스템을 방조함으로써, 불평등과 양극화를 그대로 둠으로써 민주당 스스로 이에 동조하고 있지 않나? 원인은 그대로 두고 증상(문화 전쟁)에만 몰두하고 있을 뿐이다.
지방선거에서 확인된 것
민주노동당의 분열과 통합진보당 사태, 위성정당 사태로 인한 독립성의 소실 등 진보정당 역사의 쇠락 이후 독립적이고 반신자유주의적인 대안 정당의 존재감은 거의 사라진 듯하다. 조국혁신당은 기초단체장 2인의 당선을 비롯해 총 39명의 당선자를 배출했지만, 당 지지율은 최저치로 하락했고, '언젠가는 민주당과 합칠 정당'으로 인식된다. 당의 상징이자 이름 그 자체인 조국 전 대표는 평택을 재보궐에서 3위라는 기대 미만의 성적을 거뒀고, "조국은 찌질하다"는 인상만 높였다.
진보당은 광역의원 7명, 기초의원 34명을 배출했지만, 기대했던 기초단체장 선거 2곳에선 패배했다. 심지어 울산 동구청장 선거에선 같은 민주노총을 배경으로 하는 '원외 진보정당' 노동당이 아니라, 민주당과 후보 단일화를 이뤘고 심지어 낙선했다. 돈도 빽도 없는 노동당 이장우 후보가 온전히 지역 노동자들의 지지로 15%에 근접한 득표를 얻은 것이 주효했다. 마찬가지로 진보당 후보는 민주당과의 단일화로 완주한 부산 연제구청장 선거에서도 패배했다. 오히려 진보당의 기초의원 후보들이 당선한 것은 끈질긴 풀뿌리 지역정치 활동으로 인해 주민들의 지지를 얻은 곳들에서다.
언론으로부터 적지 않은 주목을 받은 경북 안동시의원 선거 녹색당 허승규의 당선, 그리고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당선된 정의당 소속 6명의 기초의원들 역시 다르지 않다. 시민들은 자신들과 가장 가까이에서 지역 공동체가 처한 시장친화적 개발과 공공성의 파괴에 맞서 함께 싸워준 후보들에게 표를 주었다. 단기적으로 지망생들을 수집해 요란법석 선거에 임했으나 단 한 곳에서의 기초의원 당선만 이끌어낸 개혁신당과는 대조적이다.
한편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과 친민주당 평론가들은 '울산 모델'을 운운하며, 이곳에서 이룬 민주당과 진보당 간 후보 연합이 대단한 성취인 것처럼 떠든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그렇게 보일지도 모르겠다. 민주당 김상욱 후보는 사전투표(5월 29일)를 불과 나흘 앞둔 5월 23~24일,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 경선을 진행하다가 갑자기 일방적으로 "경선 전격 중단"을 선언한 바 있다. 김상욱 후보 측은 여론조사 과정에서 "일부 세력이 개입한 정황이나 변칙적인 흐름(공정성 위해 요소)이 포착되었다"며 조사 공정성에 심각한 의혹을 제기했다. 원인을 명확히 파악하기 전까지는 조사를 지속할 수 없다며 일방적으로 중단을 선언한 것이다.
진보당 김종훈 후보 측은 즉각 거세게 반발했다. 양당이 합의한 규칙에 따라 시민들이 참여하고 있는 조사를 구체적인 근거 제시도 없이 중단한 것은 "합의 정신의 명백한 위반이자 유권자에 대한 폭력적이고 무례한 행위"라는 입장이었다. 후보 단일화는 상호 신뢰와 계약에 기반한다. 아무리 의혹이 있더라도 상대 당과의 조율이나 상의 없이 여론조사 도중 일방적으로 중단을 통보한 행위는 대의 민주주의적 절차와 신의성실의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한다. 일각에서는 "중간 집계 결과를 무단 열람한 뒤 본인에게 전세가 불리하게 돌아가자 판을 깨버린 것 아니냐"고 의심어린 시선을 보냈다. 정황상 지극히 합리적인 의심이었다.
일련의 결과가 증명한 것은 2012년처럼 전국적 규모의 “야권연대”란 없을 뿐만 아니라, 민주당 후보가 밀릴 것 같은 상황이라면 규칙을 깨서라도 후보 자리를 쟁취할 것이란 점이다. 진보당은 당원들에게 굴욕적인 선거연대 전략을 취하면서 명분도 잃었고, 실리도 잃었다. 다행히도 진보당을 살린 것은 꾸준한 풀뿌리 정치 활동에 기반한 헌신들이었다.
'진보'는 끝났지만
모든 주류 언론들이 민주당과 원내 군소 진보정당들을 하나로 묶어 '민주진보세력'이라고 통칭하는 시대다. 진보정당들은 독자적 세력으로 분류되지 못하고 있으며, 심지어 대안세력으로서 독립성을 지키고자 했던 원외 진보정당들은 존재조차 부정당하고 있다. 설상가상 민주당 스스로 '진보세력'이라고 자칭하기도 한다. 대통령 스스로 현 정부를 '중도보수 정부'라고 칭하고 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존재하지만 독립적으로 호명되지 않는 상황에서 진짜 '진보정당'의 미래는 없다. 민주당 정부의 실패는 곧 '위성 진보정당'들의 실패로도 연결될 수밖에 없다. 이런 시대에 '진보'정당은 스스로를 무엇이라고 불러야 할까? 어쩌면 '진보'라는 딱지를 이제는 버려도 되지 않을까?
바야흐로 변혁과 야만의 시대다. 역사적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사회도 앞으로 더 나아갈 것이라는 낙관론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운동이 힘을 잃을 때, 공동체와 사회적 규범이 해체될 때, 세상은 오히려 후퇴한다는 점을 우리는 확인하고 있다.
지금 기득권 양당 정치가 외치는 '성장주의'나 '녹색성장' 담론은 자본의 이윤 기회를 늘리기 위해 자연과 지역, 노동을 수탈하는 신자유주의적 수사에 불과하다. 이런 시기에 우리는 "낡은 것은 가고 새것은 아직 오지 않은" 전환기의 동맥경화를 경험하고 있다. 기후위기와 불평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진보'라는 언명은 아무런 감흥이 없다. 좌파는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대중의 열망을 에너지 공공성, 노동권과 사회적 임금, 노동시간 단축, 자산 재분배 등 사회가 함께 책임지는 언어로 전환해야 한다. 지역의 쉼터, 독서모임, 주거·부채 상담, 돌봄 네트워크, 기후재난 대응 등 삶의 현장 곳곳에서 수많은 작은 가능성들을 인지하고 이를 하나의 정치적 인프라로 연결하는 생태계를 짜 나가야 한다.
'진보'는 끝났다. 좌파에겐 다른 이름이 필요하며, 지금이 바로 그런 때다. 비상계엄 내란을 추동한 극우세력에 맞선 가장 강력한 저항세력으로 거듭나고, 신자유주의적 불평등 문제를 해결할 마음이 추호도 없는 현 정부의 “든든한 우군”이 아닌 “비판 세력”이자 “대안 세력”으로 재탄생해야 한다. 마땅히 그러려면 '힘'이 필요하다. 그 여정에서 지역과 현장에서의 '조직화'를 모든 사업의 기본으로 삼아야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떠들썩하고 요란했던 이번 지방선거에 묻힌 희미한 진실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
리얼미터 6월 2주차 조사결과는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8~12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15명 대상 실시. 무선전화 100% ARS.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편집자.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