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고문·강제노동' 캄보디아 범죄단지는 아직 여전하다

국제앰네스티 "범죄단지 해체 실패, 피해자 보호와 가해자 처벌도 한계 드러내"

캄보디아에서 한국인들을 상대로 벌어진 보이스 피싱, 몸캠 피싱 등 범죄들이 여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제앰네스티는 8일 보도자료를 내고 "캄보디아 정부가 대대적으로 추진한 스캠 범죄단지 단속이 상당수 시설을 해체하는 데 실패했으며, 인신매매 피해자 보호와 가해자 처벌에도 구조적인 한계를 드러냈다"고 밝혔다.

국제앰네스티가 이날 발표한 보고서 '사각지대에 방치되다: 캄보디아의 스캠 범죄단지 단속과 보호받지 못한 피해자들(FALLING THROUGH THE CRACKS)'를 보면 캄보디아 당국은 인신매매 피해자를 제대로 식별하지 못하고 있으며, 일부 범죄단지는 단속을 피해 장소를 옮겨가며 계속 운영되고 있다.

또한 국제앰네스티가 확인한 스캠 범죄단지 86곳 중, 캄보디아 국가기관의 개입이 확인된 곳은 24곳에 불과했다. 국제앰네스티는 "이는 전체의 약 25% 수준"이라며 "'250곳 이상의 스캠 범죄단지를 단속·폐쇄했다'는 캄보디아 정부의 주장과는 큰 차이를 보이는 결과"라고 주장했다.

보고서에 인터뷰이로 참여한 생존자 73명 전원은 국제 기준상 인신매매 피해자에 해당했지만, 공식적으로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했다. 국제앰네스티는 "피해자 상당수는 범죄단지에서 탈출하거나 구조된 이후에도 적절한 보호를 받지 못한 채 길거리에 방치되거나 출입국 구금시설에 수용됐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범죄단지 내부에서 폭행, 고문, 강제노동뿐 아니라 강간과 성폭력도 광범위하게 발생했다고 밝혔다. 여성 생존자 6명은 강간 피해를 당했다고 증언했으며 일부는 임신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 범죄단지에서 경찰과 운영자 간 유착 정황도 확인됐다. 국제앰네스티는 "생존자들은 경찰이 단지를 방문하고도 구조나 체포 조치를 하지 않았으며, 일부 관리자들은 단속 계획을 사전에 파악해 피해자들을 다른 지역으로 이동시켰다고 증언했다"고 밝혔다.

캄보디아 정부의 범죄단지 단속이 국제사회의 압력에 의해 이뤄졌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특히 한국은 캄보디아 당국의 단속을 촉발한 대표적인 사례로 2025년 8월 캄보디아 남부 캄폿주 보코산의 한 스캠 범죄단지에서 한국인 청년이 고문을 당한 채 숨진 사건과 이른바 '망고2' 시설 등이 언급됐다.

국제앰네스티는 "한국 언론을 통해 집중적으로 보도되자 당국은 뒤늦게 수사에 착수했다"며 "당국은 수개월 전부터 해당 시설과 관련한 구조 요청을 받고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또 캄보디아 정부가 단속 성과를 내세우면서도 조사 대상과 폐쇄 근거를 공개하지 않아 단속의 실효성을 검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몬세 페레르(Montse Ferrer) 국제앰네스티 지역조사국장은 "일부 피해자들이 단속을 통해 해방된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많은 범죄단지가 운영되고 있으며 피해자들은 적절한 보호와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캄보디아 정부는 모든 스캠 범죄단지와 관련 카지노를 철저히 조사하여 인신매매 피해자를 식별·보호하는 한편 단속이 실패하게 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제앰네스티는 “국제사회의 압박이 캄보디아 정부의 단속을 이끌어낸 주요 동력이었지만, 이번 조사 결과는 그 노력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생존자 지원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 체계를 마련하고, 국제사회가 캄보디아 정부에 대한 압력을 강화해 국제인권법과 국제인권기준에 부합하는 추가 조치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캄보디아 범죄단지는 2025년 8월 8일 대학생인 A씨가 캄보디아 현지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되면서 국내에 알려졌다. 발견 장소는 캄보디아 캄폿주 보코산 범죄단지 인근이었다. A씨는 7월 캄보디아에서 열리는 박람회에 참석한다며 길을 나섰다가 현지에서 감금당해 고문 끝에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 캄보디아 캄폿주에서 펼친 단속 작전에서 체포한 중국인들. 이들은 캄보디아 깜폿주 보꼬산 인근에서 20대 한국인 대학생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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