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자 없는 독점 여당, 기회 아닌 시험이다

[복지국가SOCIETY] 민주당의 민주화와 한국사회의 미래

정치학자 샤츠 슈나이더는 일찍이 말했다. "정당의 공천은 선거의 핵심이다. 공천을 지배하는 자가 정당을 지배하고, 정당을 지배하는 자가 국가를 지배한다." 이 명제는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유효하다. 아니, 오히려 거대 단일 여당 구조가 고착된 지금의 한국 정치에서는 더욱 예리하게 적용된다.

경쟁 없는 권력이 만들어내는 정치 역설, 민주주의 퇴행

12.3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이후, 한국 정치 지형은 근본적으로 재편되었다. 내란 세력의 본산이라는 비판을 받는 국민의힘은 극우화와 내분을 거듭하며 사실상 실질적 야당의 기능을 상실했다. 그 결과 더불어민주당은 역설적 지위에 놓였다. 경쟁할 상대 없는 거대 단일 여당. 이것은 축복처럼 보이지만, 대의정치의 역사는 이 상황이 얼마나 위험한지 반복해서 증언해 왔다.

경쟁이 사라진 권력은 반드시 변질된다. 이것은 도덕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정치학자 클레그와 메어가 경고한 '카르텔 정당화'는 바로 이 조건에서 가속된다. 외부 경쟁자가 없을 때, 정당은 당원들의 의사와 국민이 맡긴 역사적 과업 완수보다 내부 세력 규합을 앞세우기 시작한다. 공천은 가치와 자격이 아니라 충성과 계파의 언어로 재편된다. 당의 제도와 자원은 개혁의 도구가 아니라 권력 유지의 수단으로 전용된다. 이 흐름에 비판적인 당원들은 동지가 아니라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취급된다.

2026년 6월 3일 치러지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바로 이 위험이 현실화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정치적 시험대다. 지방권력의 재편이자 중간평가의 장인 이 선거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내란 세력의 존속 여부 뿐 만이 아니다. 내란을 심판한다고 자처하는 세력 내부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지 엄정하게 살펴야 한다.

'평택을'이 보여주는 것

그 현실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곳이 '평택을' 국회의원 재선거다. 민주당은 이 선거에서 김용남 전 의원을 전략 공천했다. 지역 당원과 시민사회가 경선을 준비하는 과정을 건너뛴 채 내려진 결정이었다. 지역 시민사회와 예비후보 측은 "당원과 시민의 뜻을 외면한 반민주적 결정"이라며 반발했고, 일부 민주당 인사들은 탈당하거나 조국혁신당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이후 보좌관 폭행 의혹, 농업회사법인 편법 운영 의혹, 대부업체 차명운영 의혹, 성범죄사건 변호 비판, 원정출산 의혹 등 논란이 잇따랐다.

후보 측은 대부업 관련 의혹을 제기한 유튜버들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더 심각한 것은 이 과정에서 당 안팎의 비판적 목소리를 향해 취해진 태도다. 문제를 제기한 당원들과 시민사회의 비판을 봉쇄하려는 듯한 경고문과 입장문을 잇따라 발표하였다. 잘못을 비판하는 당원들을 동지로 받아들이기보다 폭력적 방식으로 제압하려 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단순한 공천 잡음이 아니다. 경쟁자 없는 독점 여당이 내부 민주주의를 어떻게 다루는지 보여주는 구조적 징후다.

전략공천의 명분과 실제

전략공천 그 자체가 반드시 잘못은 아니다. 정당이 전략적 판단에 따라 특정 후보를 선택하는 것은 정당 정치의 현실이며, 경우에 따라 당의 가치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기능할 수 있다. 그러나 전략공천이 가치와 자격의 검증이 아니라 세력 충성의 보상으로 기능할 때, 그것은 민주적 절차가 아니라 정략적 세력 안배의 수단이 된다.

공직 후보자 검증은 형사 재판이 아니다. 무죄추정의 원칙은 존중되어야 하지만, 유권자는 범죄자가 아닌 사람을 뽑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가치와 이해를 대표할 가장 적합한 사람을 선택하는 것이다. 스스로를 민주개혁 세력의 중심이라 자임하는 정당이라면, 그 공천 기준은 법적 무결성을 넘어 도덕적·정치적 적합성을 포함해야 한다. 서민경제에 대한 감수성, 권력 약자에 대한 태도, 성범죄 피해자 인권에 대한 인식, 당원과 시민사회를 대하는 방식 모두가 그 기준에 들어가야 한다.

민주당이 이 기준을 적용하지 않거나 당내 역학 구도나 후보에 따라 차별적으로 적용한다면 당원들에게 뿐 아니라 국민들로부터도 비판을 받게 될 것이다. 이는 스스로 검찰개혁, 언론개혁, 민생개혁을 말할 자격을 약화시키는 것이다. 권력의 자의적 행사를 비판하는 정당이 공천 권력을 자의적으로 행사한다면, 그것은 개혁의 언어를 사유화하는 것이다.

독점 정당 권력의 내부 억압은 민주주의의 역사적 퇴행

더 근본적인 문제를 직시해야 한다. 경쟁 정당이 사실상 붕괴된 상황에서 민주당이 내부 비판 세력까지 억압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선거 전략의 실패가 아니다. 그것은 민주주의 작동 자체를 위협하는 반역사적 퇴행이다.

민주주의는 외부 경쟁과 내부 토론이라는 두 개의 축으로 작동한다. 민주당이 외부 경쟁자가 사실상 무력화된 지금, 민주주의와 정치 발전, 제도개혁을 위한 진영 내 경쟁과 토론의 자유는 더욱 소중하다. 당 내·외의 비판적 문제 제기는 정당을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정당을 강하고 살아있게 만드는 민주주의의 산소다. 경쟁을 인위적으로 제거하려 하거나 토론과 비판을 억압하는 것은 그 산소를 차단하는 것이다.

촛불혁명과 탄핵, 수차례의 당내 민주화 과정과 공천 갈등을 거치며 민주 정당의 당원들은 더 이상 수동적 지지자가 아니다. 그들은 정당의 가치와 후보의 자격을 묻고, 지도부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며, 필요하다면 다른 선택을 하는 주권자로 성장했다. 이 당원들이 요구하는 것은 검찰개혁의 완수, 민생의 회복, 그리고 민주당 스스로가 민주적 정당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지도부가 당원들과 국민들에게 표를 달라고 하기 전에, 먼저 이 요구에 답해야 하는 시대다.

그 요구를 외면하고, 비판하는 당원을 억압하며, 세력 결집에 유리한 공천을 강행하는 것은 단지 당원들의 지지를 잃는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국민이 민주당에 맡긴 시대적 과업, 즉 내란 이후 한국 민주주의를 한 단계 더 성숙시키라는 역사적 소명을 스스로 걷어차는 것이다.

'평택을'에서 조국혁신당 조국 후보가 출마하면서 개혁 진영 내부의 경쟁이 가시화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내란 종식과 검찰개혁이라는 동일한 과제를 내세우는 두 정당이 단일화나 협의 없이 정면충돌하는 구도는, 독점 여당의 지위에 안주한 민주당 어떤 세력의 계산이 만들어낸 결과라는 비판을 받게 될 것이다.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이것이다. 설령 의도가 무엇이었든, 민주당의 공천이 결과적으로 개혁 진영을 분열시키고 내란 심판의 동력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한다면, 그 책임은 역사 앞에서 피할 수 없다. 내란 종식과 검찰 개혁을 말하면서 개혁 진영의 결집을 스스로 흩트린다면 국민은 그 정당이 국민이 부여한 역사적 과업보다 자신들을 위한 다른 무언가를 더 앞세우고 있다고 판단할 것이다.

민주주의는 민주적 자기 권력 행사로 지켜진다

이번 6·3 지방선거는 내란 세력에 대한 국민 심판의 장이어야 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동시에 그 심판을 주도한다는 세력의 내부를 비추는 거울이어야 한다.

민주주의는 상대의 불의와 퇴행으로 자동 성립되지 않는다. 자신이 가진 권력을 어떻게 행사하느냐로 증명된다. 내란 세력을 심판하겠다는 정당이 내부 민주주의를 억압한다면, 그 정당은 심판자의 도덕적 권위를 스스로 허무는 것이다. 개혁을 말하는 정당이 공천 권력을 불투명하게 행사하고 비판자를 폭력적으로 제압하려 한다면, 그것은 개혁의 대상인 권력 남용을 스스로 자행하는 것이다.

공천은 정당의 얼굴이다. 후보는 정당의 가치가 시민 앞에 구체화된 모습이다. 후보가 당의 정체성과 어긋나는 각종 논란에 휩싸였을 때 지도부가 보여야 할 태도는 방어 가 아닌 검증 책임이다. 비판자를 고발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을 향한 공적 해명이다.

민주당이 진정 국민주권을 말하려면, 먼저 당원주권 앞에 겸손해야 한다. 개혁을 말하려면, 자기 안의 비민주적 공천 권력부터 개혁해야 한다. 내란 세력을 심판할 도덕적 권위는 선언만으로 주어지지 않는다. 그것은 절차의 투명성, 후보 검증의 엄정함, 그리고 내부 비판에 대한 열린 자세로 당원들과 국민들로부터 획득해야 하는 것이다.

경쟁자 없는 독점 여당의 자리는 민주당에게 기회가 아니라 시험이다. 그 시험에서 내부 민주주의를 억압하고 당원의 소명 의식을 꺾는 방향을 선택한다면, 민주당은 스스로 국민이 맡긴 역사적 과업을 배반하는 것이다. 당원들과 국민은 6월 3일의 투표함 앞에서, 그리고 그 이후의 전당대회와 국회의원 공천 현장에서, 이 배반에 대한 답을 스스로 내릴 것이다.

※ 이재섭 대표는 대학과 대학원에서 행정학을 전공하고, 영국 켄트대학교에서 사회정책학 박사학위를 받았다('2007년 국민연금개혁의 제도·정치' 주제). 공무원연금공단 공무원연금연구소장과 서울신학대학교 교수 역임. '공적연금수급자유니온' 공동대표. '사람을살리는사회정책연구소(사·정·연) 소장. '공적연금강화'와 '공적연금 체제·구조개혁'운동가. 은퇴(노후)설계 전문가. 시인·수필가.

▲경기 평택을에 출마하는 국회의원 후보자들이 지난달 27일 서울 양천구 목동 CBS에서 열린 박재홍의 한판승부 평택을 후보자 초청 토론회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김용남, 국민의힘 유의동, 조국혁신당 조국, 진보당 김재연, 자유와혁신 황교안 후보.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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