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의 진주라 불리는 섬, 충남 보령시 삽시도(揷矢島). 그곳엔 매일같이 파도에 밀려와 모래톱에 박히는 ‘바다의 흔적’들이 있다.
누군가에겐 그저 치워야 할 쓰레기일지 모를 폐로프, 조개껍데기, 깎여나간 유목들이 한 예술가의 손길을 거쳐 세상에 단 하나뿐인 예술적 ‘프레임’으로 다시 태어났다.
보령문화원이 선정한 초대작가 김태연의 개인전 ‘삽시도, 수많은 날들 중 하루’가 지난 26일부터 오는 31일까지 보령문화의전당 기획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단순히 섬의 풍경을 담은 사진전을 넘어, 해양 폐기물을 업사이클링한 오브제 액자를 통해 환경에 대한 경각심과 바다를 향한 애틋한 시선을 동시에 던진다.
경상남도 진주가 고향인 김태연 작가와 충남 보령 삽시도의 인연은 4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육지에 살던 언니가 삽시도로 시집을 오게 되면서, 작가는 언니를 보기 위해 수차례 섬을 오갔다.
“언니가 섬에서 식당과 펜션을 하며 홀로 고생한다는 소식에 돕고 싶은 마음에 자주 찾게 됐어요. 그런데 섬을 오가다 보니 오히려 제가 삽시도와 사랑에 빠져버렸죠.”
그렇게 5년 전, 아예 섬에 정착한 김 작가는 매일같이 삽시도의 해변을 걸었다. 아침 일출부터 저녁 노을까지, 매일 다른 물빛을 띠는 바다는 그에게 영감의 원천이었다. 무엇보다 그를 사로잡은 것은 바다가 내어주는 모든 것이었다. 주민들의 생계를 책임지는 풍성한 수산물뿐만 아니라, 파도에 떠밀려온 쓰레기조차 그에게는 바다가 남긴 소중한 ‘삶의 흔적’으로 다가왔다.
사진영상학을 전공하고 오랫동안 렌즈를 통해 세상을 보아온 김 작가에게 삽시도는 ‘영원히 박제하고 싶은 순간의 섬’이었다. 그는 사라져가는 기억을 붙잡기 위해 카메라를 들었고, 그 사진을 담을 틀 역시 바다에서 찾았다.
전시장에 놓인 액자들은 예사롭지 않다. 관광객이 버리고 간 쓰레기, 거친 파도에 닳고 닳은 나무토막, 빛바랜 폐어구들이 사진을 감싸고 있다. 작가는 수집한 해양 폐기물을 직접 엮고 붙여 액자 하나하나에 섬의 표정을 입혔다.
김태연 작가는 “예술이라고 하면 흔히 정형화된 액자를 떠올리지만, 삽시도가 주는 선물은 너무나 다양했다”며 “쓰레기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버려진 것들이 다시 예술로 태어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전시의 이면에는 급격히 변화하는 해양 환경에 대한 안타까움도 담겨 있다. 김 작가는 “작년과 올해가 또 다르다. 바다가 주민들에게 내어주는 선물(바지락 등)이 예전 같지 않고, 밀려오는 쓰레기는 갈수록 늘어난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번 전시가 관람객들에게 삽시도의 아름다움을 전하는 동시에, 우리가 지켜야 할 바다의 가치를 되새기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
김 작가는 “버려진 것들도 다시 아름다움이 될 수 있듯, 우리가 무심코 지나친 바다의 고통을 다시 바라봐 주었으면 한다. 삽시도에서 만난 찰나의 순간들이 관람객과 섬을 잇는 다리가 되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섬을 향한 곡진한 사랑을 프레임에 담아낸 김태연 작가. 그의 뷰파인더에 포착된 삽시도의 ‘수많은 날들 중 하루’는 오는 31일까지 보령 시민들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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