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중동 전쟁 발발로 세계 정세가 예측하기 어려운 국면으로 나아가는 가운데, 한국 정부가 향후 다극화될 국제 질서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러시아가 내미는 손을 계속 외면하고 있으면 안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오는 18일 (사)유라시아21과 (사)외교광장은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전쟁의 시대, 갈등과 협력의 지평 : 러우 전쟁과 한러 관계"를 주제로 정책 세미나를 개최한다. 이 세미나는 다극화되는 국제질서 및 미국 패권이 약화되는 상황 속에 향후 한국의 러시아 재진출을 위한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을 기반으로 마련됐다.
이날 첫 번째 발표를 맡은 이문영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교수는 '트럼프 2.0과 2개의 전쟁: 미국 패권의 몰락과 한국 외교의 대응'을 주제로, 트럼프 2.0과 두 전쟁이 빚어낸 국제질서의 대격변 및 두 전쟁 간 상호작용, 이것이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 방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러우 전쟁이 포문을 열고 이란 전쟁이 쐐기를 박은 미 유일 패권의 몰락, 단극 체제에서 다극 체제, 미국 주도의 자유주의 국제질서에서 미중러가 협력 및 경쟁하는 강대국 정치로의 이동, 규칙이 힘이 되던 시대에서 힘이 규칙이 되는 시대로의 전환 등이 변화하는 세계질서의 모습이라고 이 교수는 설명했다.
또 이 교수는 과거 불곰사업으로 러시아가 K-방산의 DNA를 제공했다면, 현재는 북러 드론 협력으로 러시아가 NK-방산의 DNA를 제공하고 있는 현실의 위중함을 지적하며 러시아 관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두 번째 발표를 맡은 박지원 한국수출입은행 선임연구원은 '외국 기업의 러시아 시장 재진입 환경 및 시사점'을 통해 전쟁 이후 철수했던 서방 기업들의 재진입 가능성을 진단하고, 중국 및 러시아 기업의 시장 점유율 확대, 러시아의 자국 기업 지원 정책 확대 등 러시아 시장 상황의 변동을 분석한다.
또 박 선임연구원은 향후 휴전·종전 및 제재 완화 여부가 한국 기업 재진입의 핵심 변수임을 강조하며, 러시아 정부가 한국 기업의 복귀를 크게 기대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현지 상황을 고려한 한국 기업의 재진입 전략 수립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토론에는 박병환 전 주러시아 공사, 권희석 전 아세안 대사, 박종수 전 북방경제협력위원장, 조영관 한국수출입은행 선임연구원이 참여하여 러우 전쟁의 향방과 한–러 관계의 전략적 대응 방향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할 예정이다.
박병환 전 주러시아 공사는 현 정부가 대러 관계에 대해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고나 보자'라는 식의 소극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을 비판하고 국익과 실용 차원에서 수출 통제 품목을 재검토하여 종전 이전이라도 순차적으로 해제할 것을 주장한다. 제재 해제가 한-러 관계 정상화의 전제 조건이고 기존 수출 통제는 우리 정부의 독자 제재이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또 박병환 전 공사는 정부가 우리 기업의 재진입에 대해서도 방관하기보다는 직접 러 측과 협의에 나서도록 촉구할 예정이다. 그리고 러시아를 왕래하는 국민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최우선적으로 양국 간 직항 재개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권희석 전 아세안 대사는 전쟁 조기 종결 가능성이 낮은 현실을 지적하면서, 제재 이행 원칙을 유지하되 정부가 한러 관계의 미래를 위해 무엇을 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는 대러 리스크 관리를 위해 대화 채널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우리 기업의 신속한 러시아 시장 재진입을 위해 필요한 조치들을 미리 추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종수 전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은 러우 전쟁에서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국제여론이 변화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미국 단일패권 퇴조, 브릭스(BRICS)의 부상, 러시아·인도 간 물류 협력 확대 등 국제질서가 급변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그는 러북혼맹 등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가 변화하는 가운데 푸틴의 한국에 대한 구애 묵살, 러우 전쟁 이후 러시아와의 협력 방침 고수 등으로 수교 이후 최저점을 지속하고 있는 한–러 관계 개선을 위해 푸틴의 김정은·시진핑·트럼프 정상채널을 활용하고, 점진적 대북 개혁·개방 등 복합 외교·안보 전략 구축을 제안한다.
조영관 한국수출입은행 선임연구원은 현재 한러 양국 관계가 소원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여전히 한국과의 관계 복원을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중국 기업의 시장 점유율 확대 속에서도 러시아 시장에서 식료품, 화장품 등에 대한 한국 제품 선호 경향이 지속되고 있으며, 한국 대기업들이 러시아 시장 재진입을 통해 성과를 거둘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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