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교수·연구자들이 "가자지구와 이란, 레바논에서 벌어지는 참상은 단순한 국제정치 사안이 아니라 인간 존엄이 훼손되는 위기"라면서 당장 전쟁을 중단할 것으로 촉구하고 나섰다.
대한민국의 대개혁을 추진하는 교수·연구자 모임인 사회대개혁지식네트워크는 13일 성명을 발표해 전쟁으로 인한 중동 지역의 민간인 희생을 언급하며 "안보와 전략이라는 언어로 설명될 수 없는 인간성의 파괴"라면서 민간인과 의료시설 공격은 "국제인도법을 위반한 중대한 전쟁범죄이며 어떠한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재명 대통령의 이스라엘 비판 발언에 대해 "인간의 고통에 대한 공감과 책임을 환기하는 윤리적 언어"라면서 국민의힘에서 이를 비판하고 있는 것에 대해 "공적 담론을 훼손하는 행위"라고 반박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이스라엘 정부를 향해 "끊임없는 반인권적·반국제법적 행동으로 고통받고 힘들어하는 전 세계인의 지적을 한 번쯤은 되돌아볼 만도 한데 실망"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스라엘 정부에 즉각적인 군사행동 중단과 민간인 보호를 요구하는 한편, 국제사회에도 책임 있는 대응을 촉구했다. 이어 "교육은 생명의 존엄을 가르쳐야 하며 연구는 인간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날 발표한 성명서 전문이다.
<기억의 윤리와 학문의 책무 — 전쟁을 멈추고 인간의 존엄으로 돌아가라>
우리는 학생을 가르치고 진리를 탐구하는 교수·연구자로서, 지금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참상을 단순한 국제정치의 사건으로 바라볼 수 없다. 그것은 인간 존엄의 근간이 흔들리고, 고통의 의미가 선택적으로 규정되는 시대적 위기를 드러내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가자지구와 이란, 그리고 레바논의 폐허 속에 남겨진 일상의 흔적들, 무너진 병원과 이름을 잃은 희생자들은 ‘안보’와 ‘전략’이라는 언어로 설명될 수 없는 인간성의 파괴를 증언하고 있다. 학문은 이러한 현실 앞에서 침묵할 수 없으며, 교육은 이러한 비극을 외면하는 태도를 가르칠 수 없다.
이에 우리는 학문 공동체의 이름으로 다음과 같이 밝힌다.
1. 기억은 연구의 대상이 아니라 윤리적 책무이다.
홀로코스트를 비롯한 인류사의 비극은 특정 민족 혹은 집단의 소유물이 아니라, 인류 전체가 짊어져야 할 윤리적 유산이다. 그것은 “다시는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는 보편적 명령으로서만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기억이 특정한 정체성과 결합하여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는 근거로 전용되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성찰의 기반이 아니라 배제의 장치로 변질된다. 우리는 이러한 ‘기억의 도구화’를 단호히 경계한다.
학문은 고통의 위계를 인정하지 않는다.
인권은 비교될 수 없는 가치이며, 어떠한 정치적 상황에서도 상대화될 수 없다.
2. 전쟁범죄는 어떠한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민간인, 특히 여성과 어린이, 그리고 의료시설과 피난처까지 공격 대상으로 삼는 행위는 국제인도법의 최소 기준을 위반하는 중대한 범죄이다.
우리는 이러한 폭력이 반복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정당화하거나 침묵하는 국제사회의 태도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 또한 외교적 비판에 대해 감정적이고 공개적인 방식으로 대응하는 행태는 국제사회가 공유해 온 규범적 질서를 훼손하는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힘의 논리가 아니라 책임의 윤리이다.
폭력의 정당화가 아니라 폭력의 중단이다.
3. 양심에 기반한 발언은 민주주의의 핵심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은 단순한 외교적 표현을 넘어, 인간의 고통에 대한 공감과 책임을 환기하는 윤리적 언어로 이해되어야 한다.
정치 지도자의 역할은 국익의 계산을 넘어, 보편적 가치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는 데 있다. 특히 역사적 고통을 경험한 사회일수록, 타인의 고통에 대해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책임이 있다.
우리는 이러한 발언이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이 지향해야 할 가치의 방향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고 평가한다.
4. 인권 문제의 정치적 도구화를 경계한다.
동시에 우리는 인류 보편의 인권 문제를 국내 정치의 정쟁으로 환원하는 모든 시도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
전쟁과 학살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두고 표현의 형식이나 외교적 기술만을 문제 삼는 것은, 본질적 질문을 회피하는 태도에 다름 아니다. 이는 학문적 성찰이 아니라 정치적 편의에 가까운 접근이다.
민주사회에서 다양한 의견은 존중되어야 하나, 인권의 문제를 정략적 이해관계에 종속시키는 순간 공적 담론의 수준은 급격히 훼손된다.
학문은 권력에 봉사하지 않으며, 진실에 대한 책임을 우선한다.
우리는 이러한 기준 위에서 모든 정치적 발언과 행위를 비판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우리는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교육은 생명의 존엄을 가르쳐야 하며,
연구는 인간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아야 한다.
이스라엘 정부는 즉각적인 군사행동을 중단하고, 민간인 보호라는 국제사회의 최소한의 기준을 준수해야 한다.
국제사회 역시 침묵과 방관을 넘어 책임 있는 행동에 나서야 한다.
우리는 학생들에게 가르쳐 온 그대로 말한다.
인간의 생명은 어떠한 정치적 계산보다 우선한다.
기억은 특권이 아니라 책임이다.
그리고 그 책임은 지금, 우리의 선택과 행동으로 증명되어야 한다.
2026년 4월 13일
전국교수연구자 모임
사회대개혁지식네트워크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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