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통증은 꾀병이 아니다…사회가 빚어낸 만성통증의 굴레

[서리풀연구通] 상실·소외·경제적 쇠퇴가 통증에 미치는 영향

우리는 일상에서 등, 허리, 목, 가슴, 머리 등 다양한 부위에서 통증을 겪는다. 이러한 통증은 특정 질환이나 손상으로 인해 나타날 수도 있고, 의학적으로 규명되지 못한 채 특별한 이유 없이도 경험할 수 있다. 통증이 일시적이라면 큰 문제가 아니지만, 장기간 지속되면 살아가는데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 더구나 원인 미상의 통증을 겪는 사람들은 주변에서 "꾀병이 아니냐"는 말을 들으며 자신의 감각이 부정당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는 스트레스와 수치심을 증가시켜 자신의 고통에 대해 더 말하기 어렵게 만든다. 2023년 제5차 헤일리온 통증 지수(HPI) 연구에 따르면, 펜대믹 이후 사람들은 통증에 덜 관대해졌고, Z세대(1997~2011년생)는 베이비붐 세대(1946~1964년생)에 비해 더 높은 비율로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고통을 믿지 않거나 차별하는 등 다른 대우를 받았다고 응답했다.

통증이란 실질적으로 또는 잠재적으로 신체 조직에 손상이 있거나, 손상이 있는 것과 관련하여 나타나는 불쾌한 육체적∙정서적∙사회적 경험이다. 생체의 방어 반응 중 하나로 통증 수용체에 대한 자극으로 생기며 위험을 회피하도록 아픈 증세로 나타난다. 이렇게 통증이 3개월 이상 지속되는 것을 만성통증이라 하는데, 2018년 제정된 국제질병분류(ICD-11)에 의해 정식 질병으로 분류되어 2022년부터 통계가 적용되기 시작했다.

반면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국가 차원의 만성통증 조사가 실시되지 않아 공식 유병률을 확인할 수 없고, 인식면에서도 만성통증은 여전히 어떤 질병에 대한 부수적 증상으로만 여겨지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가 2025년 상반기에 전체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시행한 비급여 보고 제도의 분석결과를 살펴보면, 비급여 진료비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항목은 '도수치료'인 것으로 나타났다. 비급여 보고 대상 중 '근골격계통의 통증 감소 및 기능 회복 등'의 목적으로 사용되는 도수치료, 체외충격파치료 등이 의과 분야 전체 진료비의 약 21.9%(2419억 원)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나 한국에서 만성통증이 증가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관련내용 바로가기).

그렇다면 만성통증은 왜 증가하는 것일까? 통증에 대해 이야기할 때 대부분 신체적 통증에만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만으로는 신체적 원인이 없는 경우의 통증을 설명하지 못한다. 통증은 단순히 신체 손상뿐만 아니라 상실∙소외∙배제를 경험할 때도 느낄 수 있는데, 이를 사회적 통증이라고 한다. 사회적 통증은 신체적 통증을 느낄 때와 동일한 뇌 영역을 자극하며, 진통제를 복용할 때도 동일한 완화 효과를 보인다. 또한 통증을 오랫동안 경험하면 신경계가 변해 통증에 매우 민감해지는데, 사회적 통증을 오래 겪은 사람일수록 신체적 통증에 더 민감해진다. 결국 신체적 통증과 사회적 통증은 서로를 강화한다. 따라서 사회적 배제나 경제적 불안정을 경험하는 사람들은 신체적 통증을 더 심하게 느끼게 된다.

오늘 소개하는 논문은 만성통증 유병률이 높은 미국 중부 애팔래치아 지역을 대상으로, 경제적 쇠퇴가 어떻게 사회적 통증을 유발하고, 그것이 어떻게 기존의 신체적 통증을 지속시키는지 그 메커니즘을 밝힌 연구이다(☞논문 바로가기: 통증이 전염되는 과정).

미국 중부 애팔래치아 지역은 미국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 중 하나다. 이 지역은 옥수수와 녹두를 재배하는 생계형 농업을 꾸려가다가 산업화 이후 목재 및 석탄 산업이 주요 생계수단이 되었다. 그러나 과도한 채굴로 석탄 산업이 급격히 쇠퇴하면서 지역 노동시장이 위축되었고, 젊은 층과 교육 수준이 높은 주민들이 빠져나갔다. 장기적인 경제적 쇠퇴와 인구 감소는 사회기반시설의 낙후와 소멸을 불러왔고, 사람들의 상호작용 방식을 형성하는 물리적 장소와 조직들이 사라지면서 주민들은 다양한 상실을 경험했다. 일자리, 집, 재산, 사람들을 잃고 오랫동안 빈곤을 경험한 주민들은 삶을 고통스러워했다.

이러한 고통과 공백을 타고 오피오이드(Opioid, 마약성 진통제)가 침투하였다. 제약회사들은 경제 쇠퇴를 겪은 지역을 대상으로 오피오이드 약물을 적극적으로 마케팅했으며, 실제로 이 지역의 한 대형 약국 체인은 켄터키주 법무장관에게 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오피오이드가 유행하면서 약물 중독자가 많아졌고, 과다복용으로 사망하기도 했다. 또한 친구나 가족을 신뢰할 수 없게 되면서 관계가 단절되고, 중독과 관련된 폭력이 증가하여 공동체의 결속력이 약해지며 사람들은 깊은 고립감을 느끼게 되었다. 여기에 홍수까지 겹쳐 집과 사람들이 쓸려 내려갔다. 홍수 피해는 필연적일 수밖에 없었는데, 목재 및 석탄 채굴 산업으로 약화된 지반이 방치된 탓에 홍수에 더 취약해졌기 때문이다.

경제적 쇠퇴로 나타난 일련의 사건은 지역 주민에게 집단적 트라우마를 안겨주었으며, 사회적 통증은 만성적인 상태가 되었다. 사회경제적 불이익과 집단적 트라우마가 겹치면서 광범위한 규모로 고통이 발생할 수 있는 구조적 조건이 형성된 것이다. 기존에 신체적 통증을 가지고 있던 장애 수급자들은 고독감과 트라우마, 상실에서 비롯된 사회적 통증으로 인해 오랫동안 견뎌온 통증을 더욱 의식하게 되었고, 이는 더욱 움직임을 위축시켜 사회적 고립을 심화시켰다. 사회적 고립은 다시 신체적 고통을 관리하는 능력을 저하시켰고, 결국 만성통증이 지속되며 건강 상태가 악화되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한국은 마약성 약물에 대한 엄격한 규제 덕분에 미국과 같은 극단적인 사례는 드물다. 하지만 사회적 통증이 다른 방식으로 일상을 망가트렸을 가능성이 있다. 대한통증학회가 2021년에 실시한 조사를 살펴보면, 통증클리닉에 내원한 만성통증 환자의 42.2%가 자살 충동을 느꼈고, 이 중 10.5%가 자살 시도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자살자 수는 매해 1만 3000명대를 기록하고 있고(OECD 평균의 2배 이상), 알코올 중독 역시 증가해 6만 명대를 넘어섰다. 고독사는 2024년 기준 3924명에 달한다.

이처럼 통증을 단순히 의학적 차원에서만 접근할 때 실제 고통을 경험하는 사람들을 배제하고 그 원인을 찾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통증을 스스로 관리하지 못한 개인의 책임이나 꾀병으로 여길 것이 아니라, 사회적 원인으로 인해 통증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사회적 통증을 무시함으로써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치르고 있음을 주지해야한다.

* 서지정보

Bolger, D., Edin, K., Nelson, T. J., & Jang-Trettien, C. (2026). The making of an epidemic of pain. Social Problems, 1-15, https://doi.org/10.1093/socpro/spag008

▲서울의 한 대학병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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