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에 기댄 입법 정치" 이주단체들, 민주당에 '난민법 개정안' 철회 촉구

'거짓 진술', '중대 변경 없는 재신청' 등 각하 사유 신설…"난민 특수성 외면·행정 편의주의"

이주민 인권단체들이 최근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이 발의한 난민법 개정안을 겨냥 "즉각 철회"를 촉구했다. 한국의 난민 인정률이 1~2%로 낮은 상황에서, 행정 편의 목적의 각하 사유를 더해 난민 인정 신청 문조차 좁히려 한다고 비판하면서다.

24일 난민인권네트워크, 이주구금대응네트워크 등 84개 단체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0일 공동성명에서 "우리는 김기표 의원실과 민주당에 요구한다"며 "혐오에 기댄 입법 정치를 중단하고, 국제 인권 규범에 부합하는 난민 보호 대책을 마련하라"고 밝혔다.

민주당 김기표 의원은 지난 19일 난민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같은 당 의원 11명도 발의자로 참여했다. 이들은 "2013년 7월 난민법 시행 이후 난민 인정 신청이 급증하고 심사 기간이 장기화해 심사 효율성을 높여 난민 보호 지연을 막을 필요성이 커졌다"고 이유를 밝혔다.

난민 인정 신청의 문을 좁히는 것이 이번 개정안의 골자다. 개정안은 난민 인정 신청을 각하할 수 있는 조항을 신설해 3가지 조건을 규정했다. △거짓 서류 제출이나 거짓 진술을 한 경우 △중대한 사정 변경 없는 난민 인정 재신청 △난민 심사 관련 출석요구에 3회 불응한 경우 등이다.

이주단체들은 "거짓 서류 제출 등을 이유로 한 각하 규정은 난민의 특수성을 무시한 비현실적 독소조항"이라며 "난민 신청자는 국적국의 박해를 피해 급히 탈출하는 과정에서 증빙 자료 확보에 구조적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법원 판결로 거짓이 밝혀진 경우로 한정한다고는 하나, 이는 난민 신청 절차를 형사 사건화해 모든 신청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심사의 정확성을 높이기보다 신청 자체를 위축시켜 난민 보호 제도의 본질을 훼손한다"고 우려했다.

단체들은 '중대 사정 변경 없는' 재신청 각하 규정에 대해 "난민을 '제도 남용자'로 낙인 찍고 강제송환의 위험을 방치하는 행위"라며 "한국 난민 인정률은 1~2%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저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미비한 심사 인력과 통·번역 및 법률 지원 부재 속에서, 재신청은 박해받는 이들이 매달릴 수 있는 마지막 생명줄"이라며 "중대 사정 변경이 없는 한 재신청을 각하한다는 것은 강제송환금지 원칙을 위반해 이들을 사지로 내모는 것과 다름없다"고 밝혔다. 강제송환금지는 UN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1951)과 국내 난민법 제3조에 규정된 원칙이다. 난민법상 이는 난민 인정자, 인도적 체류자, 난민 신청자에게 적용된다.

이들은 또 출석요구 불응을 각하 사유로 포함한 것에 대해 "난민의 열악한 처지를 외면한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이라며 "(난민 신청자 대부분은) 체류 자격이 불안정해 휴대전화 개통조차 어렵고, 빈번한 이사 또는 불안정한 노동시간으로 인해 연락이 어려운데, 이런 다양한 사정을 무시한다"고 반발했다. 이어 "3회 불응 시 각하한다는 건 사실상 심사 기회 자체를 박탈하겠다는 선언"이라고 주장했다.

단체들은 "민주당이 민주주의와 인권을 당의 핵심 가치로 여긴다면 이런 시도를 멈출 것을 강력히 경고한다"며 "이번 개정안은 난민을 우리 사회 안전을 위협하는 존재로 타자화하고 차별을 조장하는 인종주의적 시각을 담고 있다"고 규탄했다.

▲2023년 3월 21일 국회 앞에서 이주인권단체들이 난민법 개정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난민인권센터
손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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