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자당 의원들이 발표한 이른바 '절윤(윤석열 절연)' 결의문에 미온적 태도를 이어가고 있다. 앞서 국민의힘은 9일 의원총회에서 당 운영과 관련한 방향성을 토론한 뒤 '의원 일동' 명의의 결의문을 발표했는데, '윤어게인' 노선을 고수해 온 장 대표가 특별한 입장을 내놓지 않아 해석이 분분했다.
장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에서 열린 '한국노총 창립 8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뒤 장내를 빠져나가면서 기자들로부터 '절윤' 및 결의문 후속 조치 등에 관한 질문 세례를 받았다. 전날 결의문이 작성된 의총 자리에서는 물론, 결의문 발표 이후에도 장 대표는 관련한 공개 발언을 일절 하지 않고 있다.
장 대표는 '절윤 관련 입장'을 묻는 질문에 "결의문 채택 이후에 제가 수석대변인 통해서 제 입장을 다 말했다"고만 답했다. '의총에서 한 마디도 안 한 이유' 질문에는 "의원들 여러 의견을 제가 잘 들었다"며 즉답을 피했다. 박성훈 당 수석대변인은 전날 의총 종료 뒤 기자들에게 "장 대표는 의원들의 총의를 존중한다는 입장"이라고 전한 바 있다.
'동의'가 아닌 '존중'이라는 표현을 두고 당 안팎에서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장 대표는 이날 '존중이 곧 결의문 동의를 의미하는 것인가', '전한길 씨가 만나자는데 만날 것인가', '박민영·장예찬 등 윤어게인 당직자에 대한 인사 조치 계획이 있나' 등 질문이 쏟아졌지만 아무런 답을 하지 않은 채 행사장을 떠났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결의문에 "윤석열 전 대통령의 정치적 복귀를 요구하는 일체의 주장에 명확히 반대한다"고 적었다. 이는 사실상 '절윤' 선언으로 해석됐다. 때문에 의총에서는 노선 전환 의지를 보여야 할 장 대표가 결의문을 직접 읽어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지만 거절됐다. 송언석 원내대표가 대신 결의문을 낭독하는 동안 장 대표는 기립한 의원들 틈에 굳은 표정으로 서 있었다.
결의문 발표 뒤 강성 지지층은 거세게 항의했다. 극우 유튜버 고성국 씨는 전날 저녁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과 함께 한 유튜브 방송에서 "장 대표는 저 결의문에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며 "의총에서 분출된 국민의힘 다수 국회의원, 대체로 기회주의자, 기득권자, 한동훈 배신자, 부역자 등의 입장이 정리돼서 발표한 것"이라고 깎아내렸다.
극우 유튜버 전한길 씨도 유튜브 방송에서 장 대표를 향해 "직접 만나자"며 "장 대표가 (국민의힘 의원) 106명과 뜻을 같이해 '절윤'한다면 저는 절대로 장 대표를 지지할 수 없다. 그동안 장 대표를 지지한 사람들, 당원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반면 지방선거 '전패' 위기에 부랴부랴 결의문을 발표한 국민의힘 의원들은 장 대표의 적극적인 후속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결의문 포함이 불발된 한동훈 전 대표 등 징계 철회와 '윤어게인'에 동조하는 당직자에 대한 인사 조치 필요성을 강조했다.
당 비대위원장을 지낸 소장파 김용태 의원은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결의로 끝나서는 안 되고, 앞으로 어떻게 달라지는지 행동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의총에서 윤민우 윤리위원장 사퇴, '윤어게인' 세력에 동조한 당직자 퇴출 등에 관한 의견이 나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의원들은 장 대표가 인사 조치해야 할 주요 당직자로 장예찬 부원장과 박민영 미디어 대변인 등을 꼽고 있다. 소장파 모임 '대안과미래' 간사 이성권 의원은 CBS 라디오에서 "'윤어게인' 주장에 궤를 같이하는 당직자들, 여의도연구원 부원장과 미디어 대변인 등과 같은 사람에 대한 인사 조치가 (결의문에) 상응하는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요구가 있었다"며 장 대표의 결단을 요청했다.
친한계 박정훈 의원은 페이스북 글에서 "절연을 위해서는 그간 당내에서 과격한 목소리를 내온 당직자들을 정리해야 한다"며 고성국 씨 제명을 요구했고, 동시에 "장 대표가 잘못된 징계를 철회하고 사과도 해야 한다"며 한 전 대표 복당 조치를 촉구했다. 친한계 안상훈 의원도 "부당한 징계 조치들부터 즉각 철회해야 한다. 그간 국민 눈살 찌푸리게 했던 당직자 교체도 필요하다"고 했다.
당 지도부는 당장 장 대표의 별도 입장 발표 계획 등을 일축하고 있다.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기자들에게 "(장 대표의) 어떤 말보다는 앞으로 행보나 임하는 부분을 지켜봐 달라"고 했다.
한편 장 대표는 이날 오후 충남도청에서 김태흠 충남지사를 만나 대화를 나눴다. 김 지사는 지난 8일 마감한 국민의힘 6.3 지방선거 광역단체장 후보 신청을 하지 않은 현역 단체장 중 한 명이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저녁에는 오세훈 서울시장을 비공개로 만났다고 한다. 두 사람은 당 노선 변화 등을 놓고 긴 시간 대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7일은 오 시장이 페이스북을 통해 '끝장토론 의총'을 제안하며 장 대표의 노선 변화를 촉구한 날이다. 오 시장은 장 대표와의 만남 뒤인 8일에도 '당 노선 정상화'에 대한 지도부 응답을 거듭 요구하며 아직 지방선거 공천을 신청하지 않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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