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 투하를 지지하지 말아달라"…매일 '공습 피해' 살피는 재한 이란인의 호소

[인터뷰] 전쟁에 반대하는 두 이란인의 목소리

"폭탄은 민주주의를 가져다주지 않는다. 미사일은 자유를 가져오지 않는다. 오직 죽음과 파괴만을 가져올 뿐이다."

시아바시 사파리 서울대 아시아언어문명학부 교수가 지난 5일 <프레시안>과 인터뷰에서 거듭 말했다. 이란에서 태어난 그는 매일 아침 마음을 졸이며 뉴스 창을 열어 기사를 찾고, 폭격당한 동네를 살핀다. 어머니를 비롯한 가족들이 사는 동네의 안전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현재 이란 공습 피해 지역의 인터넷 연결은 끊겼고, 전화도 불가능하다.

사파리 교수는 "전쟁이 시작된 후 지금까지 어머니와 딱 한 번, 1분 동안만 전화를 할 수 있었다"며 "그곳은 끊임없이 폭탄과 미사일 소리가 들리고 있고, 사람들은 앞으로 어떤 일이 더 일어날지 두려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침공 뒤 언론이 비추는 이란인의 주된 모습은 크게 둘로 나뉜다. 알리 하메네이 등 현 신정체제 독재자의 죽음에 환호하는 모습, 혹은 이 사실에 분노하며 대중집회를 여는 모습이다. 그러나 사파리 교수는 "어느 한 사람도, 단체도 이란 민중의 다양한 입장을 대변할 수 없다"면서 "대다수는 전쟁을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레시안>은 한국에 거주하는 이란 출신의 사파리 교수와 코메일 소헤일리 영화감독을 전화 인터뷰해 '전쟁 반대'를 호소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미나브 초등학교 희생자들의 무덤을 만들고 있는 현장 사진.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부 장관이 지난 3일 자신의 X 계정에 게시했다. ⓒAbbas Araghchi(@araghchi)

"이것은 인류에 대한 정말 무례한 처사다"

"나는 전혀 춤추고 싶지 않습니다. 내가 당신과 대화하는 이 순간에도(5일) 1097명의 민간인이 사망했고, 이중 10세 미만 어린이가 181명입니다."

소헤일리 감독은 지난 47년 동안 '이슬람 공화국' 신정 체제의 독재정권에서 희생된 무고한 시민들을 생각하면 "누군가는 기뻐서 춤을 출 수 있다고 이해는 하지만, 나는 결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전쟁으로 사담 후세인이 실각했을 때 많은 이라크 시민이 춤추며 기뻐한 걸 기억하나? 2011년 외세의 개입으로 리비아의 카다피가 사망했을 때 리비아 시민들도 그러했던 걸 기억하나?"라 물으며 "그런데 지금 춤을 출 수 있는 사람들이 있는가"라고 말했다.

전쟁과 외세의 공습은 독재자는 무너뜨릴지언정, 평화와 민주주의를 가져오는 게 아니라는 경고다. 이라크와 리비아는 이후 여러 무장 세력의 내전에 휩싸이는 등 사회 분열과 정치적 불안이 장기화했고, 주민들의 혼란과 고통이 더 커졌다는 지적이다.

소헤일리 감독은 "이란인은 깊은 '한'을 경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길게는 1905년부터 100년 넘게 법치와 민주주의를 요구했던 이란의 오랜 민주화 운동을 깊은 비탄과 응축된 아픔을 표현하는 한국의 정서 '한'에 빗댔다. 당장 지난 12월부터 1월 사이에만 반정부 시위에 나선 시민 수천 명이 이란에서 자국 정부에 의해 사망했다고 보고됐다.

그는 "그러나 국제사회가 우리를 돕겠다고 할 때, 그 방법이 오직 '폭탄 투하'뿐인지는 모르겠다"며 "아니, 이것은 인류에 대한 정말 무례한 처사"라고 말했다.

그는 "상황은 매우 복잡하지만, 나는 (국제사회의) 사람들이 이란의 민주화 운동을 제대로 인식해 주길 바란다"며 "제발 우리를 폭탄으로 지지하지 말아 달라. 당신들이 그곳(이란)에 직접 가서 폭탄을 맞을 것이 아니라면, 폭탄 투하를 지지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대신 우리의 목소리가 돼 달라"며 "이란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그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평범한 삶'에 도달할 수 있을지 고민해 달라"고 당부했다.

▲코메일 소헤일리 감독이 지난 3월 2일 주한 미국 대사관 앞에서 열린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규탄 행동에서 발언하고 있다. ⓒ노동자연대유튜브 갈무리

또 '전쟁 트라우마' 겪게 된 이란인들

사파리 교수 또한 "한국도 보수적인 입장과 자유주의적 입장 등 다양한 이념이 공존하듯, 다민족·다언어 사회인 이란도 수많은 다양한 관점이 존재한다"며 "최근 며칠 간 우리는 하메네이의 살해를 축하하거나 애도하는 사람을 동시에 목격했지만, 이에 포함되지 않는 일종의 세 번째 부류,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할 이들은 이란의 미래를 심각히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나아가 "내가 아는 한, 이란인 대다수는 이슬람 공화국(신정 체제)에 반대하고 민주사회를 원하는 동시에, 자신의 나라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것을 반대한다"며 "이란인들은 스스로의 노력으로 민주적인 사회와 자유를 쟁취하려 하고, 전쟁으로 자신의 나라가 파괴되는 걸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1980년대 이란에 거주했던 사파리 교수는 "나를 포함해 많은 이란 시민들은 이미 전쟁을 경험했고, 이에 대한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다"고도 강조했다. 1980년부터 8년 동안 이어진 이란과 이라크 간 전쟁으로, 총 사망자만 100만여 명에 달한다고 추정된다.

사파리 교수는 "그때 이란 서부의 내 고향은 아주, 아주, 아주 많은 폭격을 당했고, 우리 가족은 여러 번 피난을 떠나야 했으며, 많은 이란인이 가족을 잃었다"며 "전쟁이 황폐함과 파괴, 죽음을 가져온다는 것, 전쟁에서 좋은 결과가 나올 리 없다는 걸 대부분의 이란 시민은 잘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장 피해 지역 테헤란에 거주하는 부모를 걱정하며 "아버지는 지속적인 병원 치료가 필요한 상황인데, 이미 많은 보건시설이 미사일에 폭격되거나 피해를 보았다"며 "이란은 미국 등의 오랜 경제 제재로 전쟁 전부터 의약품이 부족했다. 폭탄과 미사일 아래 사랑하는 가족을 남겨 둔 (해외의) 이란인들은 밤낮으로 이들을 걱정하며 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전쟁을 겪은 이란 시민들, 특히 이란의 아이들이 또다시 오랜 세월 동안 고통스러운 전쟁의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게 될 것"이라고 크게 우려했다.

▲이란 태생의 시아바시 사파리 교수가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주한 미국대사관 앞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이란 침략 전쟁 미국 트럼프 규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한국, 국제법 위반 동조 말아달라"

소헤일리 감독은 그동안 미국·이스라엘이 일으킨 전쟁에 대한 '이중잣대' 내러티브를 비판적으로 읽어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모두가 이란 정권이 자국민에게 가한 잔혹 행위를 잘 알고 있지만, 우리는 이스라엘이 저지른 팔레스타인 집단 학살과 네타냐후가 전범이라는 사실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있던 이란 난민 다수를, 그들이 생명을 위협받을 이란으로 다시 추방한 사실도 기억해 달라"며 "그는 이란인의 생명에는 관심이 없다. 명백히 그는 이란인들을 돕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이란 핵 합의(JCPOA)도 탈퇴했다. 이란이 핵무기 개발 제한을 약속하는 대신 미국과 유럽이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를 해제했던 2015년의 합의였다. 이는 유엔 안전보장위원회 결의로,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 탈퇴는 국제법 위반 논란을 낳았다.

미국은 이후 다시 이란에 고강도 경제 제재를 부과했다. 한국 정부도 즉시 이를 따라, 이란 원유 수입을 중단하고 이란에서 한국 기업을 철수시켰으며, 한국은행 등이 보유한 이란 자금 70억 달러(약 9조 원)를 4년 간 동결했다.

소헤일리 감독은 이를 말하며 "미국이 불법적인 일을 하면 괜찮고, 러시아 같은 다른 나라가 불법적인 전쟁을 일으키면 안 된다는 식의 태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등의) 아이들을 죽이는 것은 괜찮고, 다른 국가가 아이들을 죽이는 것은 안 된다는 식의 이중잣대를 멈춰야 한다"며 "우리는 국제법을 준수해야 한다. 이 전쟁은 불법이며, 위선에 동조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은 마치 '정글의 법칙'이 지배하는 세상과 같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중국은 대만을 위협할 수 있게 됐다"며 "우리는 인간으로서 인간다움, 인간성의 가치를 굳게 지켜야 한다"고 호소했다. 또 "어떠한 이중잣대 없이, 인류애와 민주주의, 그리고 자유를 위해 함께 서기를 바란다"며 "그것이 우리 모두를 위한 좋은 길임을 믿는다"고 한국사회를 향해 말했다.

앞서 미국과 이스라엘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각) 이란의 주요 정부 시설을 공습하며 이란 침공을 시작했다. 이란 최고 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를 포함해 군사·안보 고위 인사 40여 명이 공습으로 사망했다. 미국은 '이란으로부터 임박한 위협'을 전쟁 명분으로 주장하나, 관련 근거는 명확히 제시된 적이 없다.

이 와중, 미국·이스라엘은 학교, 병원, 주거단지 등 민간인과 민간시설을 직접 공격하는 전쟁 범죄도 일으켰다. 침공 당일 폭격된 미나브 초등학교에선 지금까지 175명의 사망자가 확인됐다. 상당수가 12살 이하 어린이다. 6일 오전 기준 이란 내 사망자는 1230명을 넘어섰다.

손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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