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혁의 세무이야기] 상속재산 평가의 침묵, 예고 없이 찾아오는 양도세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상속재산이 있는 경우, 대부분은 상속세를 먼저 걱정하게 된다. 다만 공제 범위 등을 고려할 때 상속세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에는 별도의 신고를 하지 않는 사례도 적지 않다. 실제 납부할 세액이 없다면 절차까지 챙기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기 쉽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세무사 비용까지 부담하면서 상속세 신고를 진행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하기 십상이다.

이 경우 과세관청은 법에 따라 상속재산을 조사하여 과세표준과 세액을 결정한다. 그러나 조사 결과 역시 납부할 세액이 없다면, 그 결정 내용을 납세자에게 별도로 통지하지 않는 것이 오랜 실무 관행이었다. 세금을 추가로 징수해야 하는 경우에는 통지가 이루어지지만, 세액이 없는 경우에는 내부 결정으로 마무리되는 구조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상속 당시에는 세금이 없었지만, 그때 결정된 재산가액은 훗날 양도소득세 계산의 출발점이 된다. 납세자가 그 평가 내용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한 채 시간이 흐르고, 몇 년 뒤 양도 시점에서 예상보다 큰 세 부담, 즉 현실이 되는 양도세로 나타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기준시가 결정의 구조적 한계

통상 상속세 신고가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 세무서에서는 법에서 정한 평가방법에 따라 재산가액을 결정한다. 실무상 부동산의 경우 기준시가(공시가격)를 적용하여 결정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문제는 이 기준시가가 실제 거래 시세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형성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행정의 입장에서는 객관성과 통일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기준이지만, 시장가격과의 괴리는 현실적으로 존재한다.

결국 상속인이 해당 재산을 시세에 근접한 가격으로 양도할 경우, 상속 당시 낮게 결정된 가액과 실제 양도가액 사이의 차이가 크게 산정된다. 그 결과 양도차익이 확대되고, 예상보다 많은 양도소득세를 부담하게 될 가능성이 생긴다.

상속세가 없었다는 사실이, 훗날 더 큰 양도세로 이어지는 구조다. 상속 당시의 낮은 평가는 그 순간에는 유리해 보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전혀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조세심판 사례가 보여준 현실

최근 조세심판 사례에서도 이러한 구조가 그대로 드러났다.

청구인은 상속 당시 별도의 신고를 하지 않았고, 세액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후 해당 부동산을 양도하면서 상속 당시의 결정가액이 반영되었고, 그 결과 상당한 양도소득세가 산정되었다.

청구인은 공시가격이 실질가치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고 주장하며 감정가액과 인근 거래사례 등을 근거로 보다 현실적인 가액을 인정해 달라고 다투었다. 그러나 심판부는 법에서 정한 평가기간과 요건을 이유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리적으로 보면 일관된 해석이다. 제도는 명확한 기준을 필요로 한다. 다만 그 기준이 실제 시장가치와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그 차이가 훗날 세 부담으로 현실화되는 경우, 납세자가 체감하는 공정성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사법부의 태도 ‘진정한 시가’에 대한 접근

주목할 점은 사법부의 태도다. 최근 판례의 흐름을 보면 대법원은 형식적 기준에만 머물기보다는 가능한 한 실질적 시가에 접근하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감정가액이나 거래사례 등 구체적 사정을 종합해 진정한 가치를 파악하려는 시도다. 이는 세법의 대원칙인 시가주의에 보다 충실하려는 흐름으로 읽힌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행정 단계에서 이러한 실질적 판단이 폭넓게 이루어지기보다는, 법에서 정한 요건과 형식적 기준에 따라 판단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다. 그 결과 실질가치를 다투고자 하는 납세자는 결국 법원의 판단을 구해야 하는 구조가 형성된다.

결국 억울함을 해소하려면 소송이라는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시간과 비용을 감수할 수 있는 경우에만 권리 구제가 현실화되는 구조라면, 이는 제도의 취지와는 다소 거리가 있을 수 있다.

통지의 문제 형식인가, 권리인가

이 지점에서 상속세·증여세의 ‘결정통지’ 문제가 다시 떠오른다. 상속세와 증여세는 부과과세방식의 세목이다. 과세관청의 결정과 그 통지는 납세의무 확정의 핵심 요소다. 최근 대법원은 과세표준 및 세액 결정통지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 납세자가 행정소송을 통해 그 부존재를 다툴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는 통지가 단순한 절차가 아니라, 납세자의 법적 지위를 확정하는 본질적 요소라는 점을 확인한 것이다.

상속재산 평가 역시 같은 맥락이다. 결정이 존재하더라도, 그 내용이 납세자에게 충분히 전달되지 않는다면 예측 가능성은 확보되기 어렵다.

세금보다는 권리를 알려야

상속세가 없었다는 사실은 끝이 아니다. 그때 결정된 재산가액은 훗날 또 다른 과세의 출발점이 된다.

행정의 안정성과 효율성은 중요하다. 그러나 실질가치에 접근하려는 노력과 납세자의 예측 가능성이 함께 보장될 때 제도는 비로소 신뢰를 얻는다.

상속 당시의 침묵이, 예고 없이 현실이 되는 양도세로 이어지지 않도록.

이제는 평가의 기준뿐 아니라, 그 통지와 안내 방식까지 함께 점검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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