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서비스원과 공공돌봄은 철 지난 과제인가?

[서울 공공돌봄 시민공청회 그 이후] ④ 민선 9기 지방선거, 돌봄 위기 돌파구 필요… 서울은 사회서비스원 회복부터

지난해 10월 시민 5000여 명의 청원으로 서울시 공공돌봄 시민공청회가 열렸다. 2024년 5월 서울시 산하 돌봄서비스 기관인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이 해산된 후, 서울시 공공돌봄 정책이 후퇴한다는 우려가 나오던 때였다. 이후 서울시는 공청회에서 제기된 지적에 대해 답변서를 냈다.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재설립 및 공공돌봄 확충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답변을 공론화하고, 이에 반박하는 기고를 보내왔다. 네 차례에 걸쳐 싣는다.

이래저래 돌봄이 문제다. 돌봄은 모든 사람들에게 생존의 조건이고, 자본과 사회의 지속가능성과 재생산을 위해서도 필수적인 요소이다. 이렇듯 돌봄 그 자체가 문제인 것은 아니지만 지금 우리 사회에서 돌봄은 심각한 문제적 상황에 처해있다. 세계에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급속도로 진행되는 인구구조의 변화와 가족구조의 변화는 기존 전통적인 돌봄의 체계, 특히 가족 내 여성이 전담해 오던 돌봄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모형임을 반복적으로 확인해주고 있다. 생존의 조건이자 사회 재생산의 필수 요소로서의 돌봄은 이제 가족, 특히 여성이 아닌 사회적 돌봄이 주요한 대안으로 인식되고 있다.

공공돌봄의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돌봄의 필요성이 제기된 배경을 이해해야 한다. 사회적 돌봄이 대안적 돌봄 모형으로 자리 잡은 배경엔 개인적인 차원에서 특히 여성들의 사회 경제활동 참여가 증가하고, 이에 따라 가정 내 삶의 균형을 찾아야 하는 점이 있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젠더를 막론하고 노동력의 지속적인 공급과 재생산이 필요한 자본과 사회의 요구가 자리 잡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즉, 전통적인 가족 중심 돌봄 모형이 젠더에 기반한 역할 구분을 전제하고, 가족 내에서 무급으로 제공되는 여성의 돌봄노동에 기대어 노동력의 안정적인 공급과 재생산을 보장받기 위한 자본의 요구와 필요에 따른 모형이었다면, 현재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활성화와 이에 따른 돌봄 공백을 메우기 위한 사회적 돌봄 모형의 확산 역시 변화한 노동시장 환경과 조건 속에서 노동력의 안정적 공급과 재생산을 보장받기 위한 자본의 요구에 따른 것이라는 점이다.

결국 현재 강조되고 있는 돌봄의 사회화 배경 한 편에 자본의 필요와 이를 대변하는 국가의 요구에 따른 것이 측면이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돌봄의 사회화라는 명제는 돌봄의 공공화라는 명제로 이해하는 것이 마땅하다. 물론 더 근본적으로는 돌봄의 부담을 혈연 및 법적 가족과 그 구성원에게 전가하고, 주로 가족 내 여성의 무급 돌봄 노동에 기대어 생산 체제를 유지해 온 자본주의의 뿌리 깊은 모순을 간과할 수 없다. 그리고 이 맥락에서도 돌봄책임의 정의로운 재분배와 이를 위한 공공돌봄의 강화는 그 자체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지난 30여 년 동안 한국 사회 돌봄과 관련한 공론장에서 돌봄의 공공성과 특히 공공돌봄의 필요성에 대한 강조가 지속되어 온 배경이다.

▲서울시 사회서비스원 전문 서비스직 요양보호사가 이용자에게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자료 사진) ⓒ공공운수노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

한국 사회의 돌봄 관련 정책이 걸어온 길은 험난했고, 지금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최근 서울시의 돌봄은 근래에 보기 어려운 수준의 퇴행을 경험했다. 오랜 시간에 걸쳐 노동과 시민사회, 그리고 학계와 현장의 전문가들과 함께 서울 시민이 쌓아 올린 서울시 돌봄의 제도적 자산들은 내란 정당이 주도하는 서울시정과 서울시 의회 권력이 지속되는 동안 형편없이 무너져 내렸다. 군사 작전마냥 전격적으로 이루어진 서울시 사회서비스원의 폐원은 서울시가 시민의 돌봄권과 노동인권에 얼마나 심각한 해악을 미칠 수 있는지 그 끝을 보여준 사건이라 할 수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방선거가 3개월 앞으로 다가왔고, 새로운 시장과 시의회가 구성되는 기회의 창이 조만간 열릴 것이라는 점이다. '직면한 돌봄 위기의 국면에서 한국 사회는, 그리고 서울시는 어떤 과제를 안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놓고 공론장을 활성화하는 절호의 기회가 열리는 셈이다. 새로운 시장과 시의회를 기다리고 있는 서울시 돌봄의 과제를 살펴보는 것은 무너진 서울시 공공돌봄에 대한 평가의 차원에서도, 코앞에 닥친 지방선거에서 돌봄의 의제를 강조하기 위해서도 의미 있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새로 구성되는 서울시와 서울시의회는 서울시의 돌봄이 공공, 즉 시와 구가 그 중심에 서서 사람들의 삶과 돌봄에 시작부터 끝까지 함께 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서울시와 구는 서울시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맺고 있는 다양한 수준과 층위의 돌봄관계에 시작부터 끝까지 관여하며 든든한 지원자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이와 같은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몇 가지 주요한 과제를 아래에 제안한다.

첫째, 올해 3월부터 시행되는 지역사회통합돌봄이 서울시에 성공적으로 전면화될 수 있도록 과감한 기획과 선제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지역사회통합돌봄, 혹은 커뮤니티케어는 돌봄필요자와 돌봄책임자 모두의 돌봄권을 보장하기 위한 주요한 정책적 수단 가운데 하나로 제기되어왔다. 지역사회통합돌봄이 서울시에 성공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측면에서의 분권적 제도 운용, 돌봄 공급에 있어서 주요한 책임과 주도권을 공공이 행사할 것, △돌봄 수요 측면에서 주민 모두의 기본권으로서 돌봄을 인정하고 그 권리가 보편적으로 보장될 것, △돌봄 필요가 발생하고 충족되는 공간은 시설이 아니라 지역사회여야 할 것, △마지막으로 앞서 언급한 네 개의 주요한 요소들이 개별 주민들과 만날 때에는 그것이 이용자 중심으로 통합적으로 접근해야 할 것 등 구체적인 요소들이 구현되어야 한다.

특히 서울시에 거주하는 사람들 모두의 권리로서의 돌봄을 보장하기 위한 다양한 돌봄의 충분한 공급에 있어 시와 구가 주요한 책임과 주도권을 행사하는 것은 필수적인 과제이며, 지금의 조건에서 공공돌봄 제공의 과제는 사회서비스원을 통해 실현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둘째, 서울시사회서비스원 리부트를 통해 지역사회내 서비스 공급의 충분성으르 책임지는 역할을 수행할 것이 요구된다.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의 부재는 서울시 공공돌봄의 현주소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로서 새로운 서울시의 출발과 함께 지체없이 재설립을 위한 과정을 시작해야 한다. 단순한 재설립이 아니라 지역사회통합돌봄 시대에 걸맞은 위상과 역할을 장착한 모습으로 리부트가 필요하다. 서울시사회서비스원 리부트는 지난 서울시정에 의해 형체가 지워져 버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의 재설립을 시민들과 함께하는 체계의 구축에서 시작되어야 하며, 나아가 지역사회통합돌봄의 구현을 책임지고 있는 개별 구와의 전략적 파트너쉽을 맺는 것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은 지역사회에서 통합적 돌봄 서비스 제공에 있어 중추적인 공공돌봄 직접 제공자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준비되어야 한다. 지역사회통합돌봄의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지역사회내 서비스의 충분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성공요인 중 하나이다. 중앙정부 중심으로 주요한 제도들을 설계하고 운영할 수 있으나, 지역사회통합돌봄이 성공적으로 사람들의 돌봄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지역차원의 맞춤형 돌봄 서비스를 선제적으로 기획하고, 설계하고, 필요에 따라 직접 제공하는 돌봄 서비스 인큐베이터 기능을 필요로 한다. 안정적인 고용조건과 노동환경을 바탕으로 사회서비스원은 지역사회통합돌봄을 책임지고 있는 지자체와의 전략적 파트너쉽에 기반하여 이와 같은 인큐베이터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유리한 조건과 역량을 갖추고 있다.

마지막으로, 한국사회 돌봄경제 활성화의 중추적인 기회가 될 지역사회통합돌봄의 장에서 양질의 돌봄 일자리 창출과 전환을 통해 고품질 돌봄과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환경을 확보해야 한다. 양질의 돌봄경제를 위해서는 돌봄 노동자에 대한 적절한 보상과 이들의 노동권을 보장하는 고용환경의 조성이 필수적임을 ILO(국제노동기구)는 반복적으로 강조해 오고 있다. 공공 영역의 사회서비스원은 한국사회 돌봄노동의 영역에서 이와 같은 돌봄경제의 모형을 창출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위에 언급한 과제들은 서울시 차원의 노력만으로는 풀 수 없는 것들이다. 중앙정부와 국회 차원에서 입법과 행정적 지원 등이 동반되어야 새로운 서울시의 노력이 빛을 발할 수 있다. 지역사회통합돌봄 국면에서 사회서비스원의 역할과 책임을 재규정하고, 광역 사회서비스원의 의무설치, 시군구 사회서비스원 설치 및 운영을 위한 근거 규정 포함, 지역사회 공공돌봄인프라 구축을 위한 정부의 재정 지원 의무 규정 등을 포함한 사회서비스원법의 개정은 사회서비스원 리부트를 위해서도, 지역사회통합돌봄의 성공적 전국화를 위해서도 필수적인 과제이다. 더 나아가 사람 모두의 보편적 권리로서 돌봄권을 규정하고 돌봄 관계 내 다양한 사람들 모두의 돌봄권 보장을 위한 국가의 책임과 역할을 규정하는 돌봄기본법의 제정 또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이다.

사회서비스원과 공공돌봄, 오랜 기간 논의를 통해 우여곡절을 겪어온 과제인 만큼 다가온 선거의 장에서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은 '철 지난' 의제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돌봄은 사람들의 일상에서 여전히 구체적으로 절박한 문제이고, 여전히 '지금, 여기'의 문제이다. 퇴행의 깊은 계곡을 경험한 서울시의 사회서비스원과 공공돌봄의 문제는 더욱 그러하다.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재설립 및 공공돌봄 확충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서사원 해산과 관련 오세훈 서울시장을 보조금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기에 앞서 서울 종로 서울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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