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락, 미국 안보실장인가…정세현 "李, 위성락 미국 중심적인 것 알고 썼다 하더라"

[정세현-박인규의 정세토크 시즌 2] "위성락, 이재명 정부 길들이려는 미국 역할 대신해…일종의 보험용"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4일 <경향신문>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미국과의 관세협상이 무너지게 된 여파가 핵추진 잠수함, 우라늄 농축·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등 안보 분야 후속 논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안보 분야 협상을 위해 미국의 협상팀이 "지금쯤 한국에 와서 협의를 하고 있어야 할 때인데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관세를 통한 대미 투자를 최소화하고 핵추진 잠수함과 우라늄 농축·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등 안보 분야에서 목표한 바를 이뤄야 하는 한국 정부가 스스로 협상 위치를 불리하게 설정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두 사안을 연계시킨 것도 문제지만, 한국이 잘못해서 안보 협상이 안되고 있다는 식의 발언은 스스로 협상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박인규 <프레시안> 상임고문은 "관세협상과 안보협상을 얘기하면서 관세협상이 무너진 게 마치 우리 책임인 것처럼 이야기했다. 이 사람이 미국 앞잡이인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고 혹평했다.

박 상임고문은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 한국은 통상이나 경제 문제에서 더 이상 미국에 손해보지 않고 국익을 보호해야 되고 대외적으로는 남북 관계를 안정시키면서 일본이나 중국과의 관계에서 안보적 불이익이 없도록 해야 하는데, 대통령을 중심으로 대외적인 도전에 대응해야 할 여당이나 외교 관료들이 대통령과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위성락 실장이 '직업 외교관'(career diplomat)으로서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고 본다. 이건 위 실장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직업 외교관들의 본모습이라고도 볼 수 있다"라며 "'남북관계가 한미동맹보다 더 중요해? 미국이 싫어하는 일 왜 하려고 그래?'라는 것이 이들의 기본적인 생각"이라고 짚었다.

정 전 장관은 "국방부나 외교부에서 소위 '잘 나가는 사람'은 대한민국 외교의 '자국중심성'에 대한 개념이 탑재돼 있지 않다. 대부분 미국 유학을 경험한 사람이 많고 기본적으로 대미 종속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라며 "이들에게 대한민국에서 자국중심성을 가진다는 것은 괜히 '폼 잡는' 소리가 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미국은 관세와 안보를 연계시키면서, 안보 면에서 한국이 핵잠수함 연료 공급받고 우라늄 농축-폐연료 재처리 허용받고 싶으면 미국에 투자를 더 많이 하라는 식으로 한국을 압박해 들어올 가능성이 크다"라며 "관세 협상에서 불이익 받지 않으려면 미국이 시키는 대로 해라, 안 그러면 안보 협상에서 불이익 받을 수 있다, 핵잠수함 못 만들 수도 있다는 정도의 협박을 받고 있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래서 위 실장이 저런 내용의 인터뷰를 했을 수도 있다고 본다"라고 추측했다.

정 전 장관은 "인터뷰에서 위 실장이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사실상 이재명 정부를 길들이기 위한 채찍과 같은 역할을 미국 대신하고 있는 셈인데, 정부가 이러한 기조로 계속 갈지 여부를 두고 결정을 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조언했다.

그는 "김용범 실장과 뉴스공장 인터뷰 출연 순서가 앞뒤로 겹쳐 있어 만나게 되어 들은 이야기인데, 자주파와 동맹파 때문에 대통령실에서 좀 시끄러웠다고 한다. 그러면서 김 실장이 위성락 실장은 동맹파고 미국 중심적 사고를 하고 있다는 점을 알고도 썼다, 그게 용인술이라고 대통령이 말했다고 전해주더라. 정동영을 쓴 것도, 위성락을 쓴 것도 모두 용인술이라는 것"이라고 전했다.

박 상임고문은 "이재명 대통령 입장에서는 미국의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미국의 신뢰가 높은 사람을 곁에 두는 식으로 대응할 수도 있지만 다른 방식의 대응도 필요해 보인다"며 "유럽 국가들을 봐도 그렇고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도 그렇고, 전통적으로 미국의 우방국에서도 미국의 일방주의에 대해 대놓고 이건 아니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라고 세계 정세의 변화를 짚었다.

그는 "우리 외교부나 국방부의 주요 관료들이 기본적으로 미국에 의존적인 사람들이 많긴 하지만, 세계정세가 이렇게 바뀌고 있다면 우리도 외교안보 문제와 관련하여 자국중심성이 있는 사람들을 주요 보직에 기용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라며 외교 및 안보 분야의 인적 교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달 말로 예정된 북한의 제 9차 당대회에서 북한의 대남 및 대미 메시지가 나올지에 대해 정 전 장관은 "남쪽에 대해서는 그렇게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지는 않을 것 같고 대외적으로는 '강대강 선대선' 정도의 이야기를 할 것으로 본다.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을 테니까"라고 전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4월 방중 계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남이 성사될지를 두고 다양한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정 전 장관은 "북한은 9차 당대회에서 제시할 10차 당대회까지의 경제 발전 목표와 함께 '지방발전 20X10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원-부자재 및 각종 장비가 많이 필요하다. 이를 간접적으로라도 보장해 줄 수 있을 정도의 북미관계 개선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지 않다면 김정은은 트럼프 앞에 서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대담은 지난 11일 서울 공덕동에 위치한 (사)한국통일협회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다음은 대담 주요 내용이다.

▲ 정세현(왼쪽) 전 통일부 장관과 박인규 <프레시안> 상임고문. ⓒ프레시안

박인규 : 이재명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주축이 돼서 새로운 시대에 대처를 하고 있는데 사법부라든가 제도 언론 등에서는 상당히 어깃장을 놓고 있는 판국이다. 그런데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내 논의도 없이 합당을 언급해서 굉장한 분란을 일으켰고 힘을 쪼개버린 것 같다. 대통령과 쌍두마차가 돼서 개혁을 이끌어가야 할 민주당이 콩가루 집안이 된 것 같다.

이런 와중에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경향신문>과 굉장히 고약한 인터뷰를 했는데, 관세협상과 안보협상을 얘기하면서 관세협상이 무너진 게 마치 우리 책임인 것처럼 이야기했다. 이 사람이 미국 앞잡이인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다가 자국 중심성을 이념적 편향이라고 까지 이야기했다.

지난 5일 미국과 러시아 간 2010년 체결된 전략핵무기 제한조약 '뉴스타트'(NEWSTART)가 만료됐고 미국은 이란과 전쟁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일본에서는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총리가 자민당 창당 이래 가장 많은 중의원 의석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이처럼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 한국은 통상이나 경제 문제에서 더 이상 미국에 손해보지 않고 국익을 보호해야 되고 대외적으로는 남북 관계를 안정시키면서 일본이나 중국과의 관계에서 안보적 불이익이 없도록 해야 하는데, 대통령을 중심으로 대외적인 도전에 대응해야 할 여당이나 외교 관료들이 대통령과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2024년 12월 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이제 극복했다고는 하지만 대통령 선거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49%의 지지를 얻는 데 그쳤다. 사법부에서는 김건희 씨의 재판을 비롯해 다소 이해하기 힘든 판결들도 나오고 있다. 권력이라는 것은 언제든 뒤집힐 수 있는 것인데, 이런 식이면 문재인 정부의 전철을 밟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외교문제뿐만 아니라 부동산과 경제 등 대통령을 중심으로 당과 행정부의 관료들이 똘똘 뭉쳐서 창조적으로 대응해도 될까 말까 한데 소모적인 분열을 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부가 출범한지 1년도 되지 않았는데 벌써 내부 분열 조짐을 보이는 것이 바람직한지 의문이다.

정세현 : 위성락 실장이 직업 외교관(career diplomat)으로서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고 본다. 이건 위 실장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직업 외교관들의 본모습이라고도 볼 수 있다. '남북관계가 한미동맹보다 더 중요해? 미국이 싫어하는 일 왜 하려고 그래?'라는 것이 이들의 기본적인 생각이다. 한미동맹만큼 중요한 것이 없고 그것을 조금이라도 해치는 말을 하면 반역자라는 사고가 강하게 깔려 있는 셈이다.

국방부나 외교부에서 소위 '잘 나가는 사람'은 대한민국 외교의 '자국중심성'에 대한 개념이 탑재돼 있지 않다. 대부분 미국 유학을 경험한 사람이 많고 기본적인 대미 종속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말하자면 이들에게 대한민국에서 자국중심성을 가진다는 것은 괜히 '폼 잡는' 소리가 되는 것이다.

말하자면 미국을 좀 멀리하고 중국이나 북한과 가까워지려고 하는 것이 그 사람들이 말하는 '진보진영의 이념성'이다. 위 실장도 소위 '진보진영의 이념성'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나. 이건 보수진영, 그러니까 우익의 이념성은 문제 삼지 않겠다는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위성락 실장이 왜 그렇게 미국 중심적 사고로 가득 차서 이걸 빼내지 못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미국에서 학위를 하거나 미국 사안을 다루면서 성장한 사람들은 진보 정부든 보수 정부든 외교 안보 분야의 결정권을 가진 자리로 가기 마련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위 실장에 중책을 맡긴 것은 미국이 직접 지시를 하지는 않았겠지만, 위 실장 정도의 인물을 거기에 둬야 미국으로부터 불필요한 의심 같은 것을 받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도 있었을 것이다. 또 이재명 대통령 자신이 자국 중심성을 기반으로 한 외교를 해 나갈 때도 일정한 정도로 미국의 협력이 필요한데, 그러려면 미국과 친한 사람을 놔둬야 한다는 이유도 있었을 것 같다.

박인규 : 일종의 보험처럼 위 실장을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인가?

정세현 :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지난해 9월 26일 더불어민주당 외교안보통일자문회의에서 내가 이 대통령이 8.15 경축사 때 9.19 군사분야 합의의 선제적·단계적 복원을 공개적으로 천명했는데 왜 아직도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것이냐, 대통령 주변에 동맹파가 너무 많으면 대통령은 남북관계 관련해서 한 발자국도 앞으로 못 나간다고 말한 적 있다.

김대중 대통령이 자국 중심성을 가지고 남북 정상회담도 하고 금강산 관광을 시작하고 개성공단이 만들어질 수 있게 밑자리도 깔아줄 수 있었던 이유는 최측근에 직업 외교관 출신이 아닌, 군과 외교관 경력을 겸비한 임동원 외교안보수석이 옆에 있었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 전반부에도 남북관계가 한 발짝 앞서 가면서 북미 관계나 북핵 문제 해결에 물꼬를 터야 된다는 식의 정책을 추진할 수 있었던 것은 북한학자인 이종석 박사가 NSC 사무차장으로서 대통령 측근에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도 문제다. 지난해 12월 3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교안보통일문제 좌담회에서 내가 이야기했지만,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당시 통일부 장관, 외교부 장관, 국방부 장관, 국가정보원 원장, 청와대 외교안보수숵비서관이 멤버인 NSC의 상임위원장은 통일부 장관이었다. 차관급은 외교안보 수석비서관 한 사람뿐이었다.

지금처럼 국가안보실장이 통일-외교-국방-국정원의 장관급 부처장들 외에 차관급인 1,2,3 차장을 데리고 안보실장이 NSC를 쥐고 흔드는 것은 윤석열 정부 때 생긴 제도다. 국가안보실 김모 1차장이 윤석열 대통령과 임기를 같이하면서 안보실장을 3번이나 갈아치울 정도로 힘을 쓰던 시기에 생긴 제도를 이재명 정부에서도 답습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NSC운영의 문제점을 정동영 장관이 제기를 했겠지만 대통령한테까지 그런 얘기가 들어가지 않은 모양이다. 그러니 NSC 내에서 불협화음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부동산문제만 직접 진두지휘할 것이 아니라 NSC안에서의 불협화음-갈등도 빨리 정리해줘야 한다. 외교-안보-통일 문제에서 자국중심성이 있는 정책으로 성과를 내고 싶으면 NSC의 제도와 운영방식을 고치라고 엄명을 내려야 한다.

지금 미국은 관세와 안보를 연계시키면서, 안보 면에서 한국이 핵잠수함 연료 공급받고 우라늄 농축-폐연료 재처리 허용받고 싶으면 미국에 투자를 더 많이 하라는 식으로 한국을 압박해 들어올 가능성이 크다. 한국이 미국에 3500억 달러 투자하기로 했지만, 한국 경제력이 간단치 않으니 일본 만큼 뜯어내면 안되나 라는 생각을 했을 수 있다.

그런 맥락에서 미국은 자국에 대한 한국의 투자액수를 늘리고 싶은데, 관세 협상에서 불이익 받지 않으려면 미국이 시키는 대로 해라, 안 그러면 안보 협상에서 불이익 받을 수 있다, 핵잠수함 못 만들 수도 있다는 정도의 협박을 받고 있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래서 위 실장이 저런 내용의 인터뷰를 했을 수도 있다고 본다.

김영삼 정부 때 있던 이야기인데 미국이 신임하는 외교부 장관을 김영삼 대통령이 교체하기 어려울 거라는 소문이 외교부 안에 돌았었는데 이게 대통령 귀에 들어갔다. 그랬더니 YS가 "그래? 알았다!"라고 하더니만 장관을 바꿔버렸다. 미국이 신임하기 때문에 대통령도 어쩔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외교관들이 다수였지만, YS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지난번 관세 협상할 때 보니 이재명 대통령이 구윤철 경제부총리나 김정관 산자부장관, 김용범 정책실장 등에게 "서두르지 마라, 우리에게 합리적인 결과가 보장될 때까지 버텨라"라고 해서 손해를 덜 보고 마무리됐다고 한다. 김 장관도 대통령이 뒤에서 받쳐줬기 때문에 밀리지 않고 불리하지 않은 협상 결과를 낼 수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김용범 정책실장과 뉴스공장 인터뷰 출연 순서가 앞뒤로 겹쳐 있어 만나게 되어 들은 이야기인데, 자주파와 동맹파 때문에 대통령실에서 좀 시끄러웠다고 한다. 그러면서 김 실장이 위성락 실장은 동맹파고 미국 중심적 사고를 하고 있다는 점을 알고도 썼다, 그게 용인술이라고 대통령이 말했다 라고 전해주더라. 정동영을 쓴 것도, 위성락을 쓴 것도 모두 용인술이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너무 공격하지 말라고 해서 한동안은 제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이번에 인터뷰에서 위 실장이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사실상 이재명 정부를 길들이기 위한 채찍과 같은 역할을 미국 대신하고 있는 셈인데, 정부가 이러한 기조로 계속 갈지 여부를 두고 결정을 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14일 일본 오사카에 마련된 대한민국 프레스센터에서 한일 정상회담 관련 주요성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인규 : 지난해 연말 관세 협상이 1차전이라면 지금 사실 2차전이 시작된 거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정세현 : 그렇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관세 문제를 가지고 여러 군데 협박도 해봤지만 성과가 안 나오고, 영국이나 프랑스 등이 다 중국 쪽으로 가버리니까 그나마 한국에서 돈을 더 뜯어내면 그걸로 자기 업적을 과시하면서 중간 선거를 치를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한국이 요즘 무기 수출도 많이 하고 있고 자기들끼리 중견 국가라고 하면서 아시아에서 일본 못지않은 영향력이 있다고 하는데, 군사력도 강력해지고 경제력도 커지면 미국 같은 나라에 할 말 하고 살자는 식의 국내 여론이 조성될 수 있다는 생각도 할 수 있다. 그걸 그대로 놔두면 중국하고 손잡고 대들지도 모르니 이번에 자신들을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을 통해 "안보 협력을 통해 잠수함 받고 싶으면 우리가 요구하는 대로 관세 내라, 투자도 늘려라"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본다.

이건 사실상 미국에 더 많은 투자를 하라는 것이다. 관세를 올리면 수입 물가가 올라가고 그러면 인플레이션이 생기는 등 문제가 많아지지만 투자를 유치하면 고용이 창출된다. 트럼프는 이걸 원하고 있다.

박인규 : 그런데 일본도 지금 제대로 투자가 진행되고 있는지 의문이다.

정세현 : 일본은 다카이치 총리가 중의원 선거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는데, 그들의 정치적 목적인 정상국가화를 위해서는 트럼프가 다카이치를 지지하는 모양새를 취해줘야 한다. 그러면 일본은 대미 투자 액수를 더 늘릴 수도 있다.

박인규 : 이재명 정부에서는 국회에서 대미투자특별법을 빨리 통과시켜야 한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던데 정부는 위성락 실장의 인터뷰로 나타난 미국의 요구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우리가 법을 빨리 통과시켜서 성의를 보일 부분은 보인다고 하더라도 미국 대법원 판결이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고, 길게 보면 당장 올해 11월 열릴 미 중간선거에도 여당인 공화당이 패배할 가능성도 높아 보이는데?

정세현 : 트럼프 정부가 지금 하는 모양새를 보면 중간선거를 없앨 수도 있어 보인다. ICE(이민세관단속국) 요원들의 무고한 시민 사살로 소요 사태를 만들고 일부 주에 계엄령 선포하면서 당분간 이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투표는 안하겠다고 하면 안할 수도 있지 않겠나. 트럼프 대통령 언행을 보면 못할 것이 없어 보인다.

박인규 : 이재명 대통령 입장에서는 미국의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미국의 신뢰가 높은 사람을 곁에 두는 식으로 대응할 수도 있지만 다른 방식의 대응도 필요해 보인다.

유럽 국가들을 봐도 그렇고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도 그렇고, 전통적으로 미국의 우방국에서도 미국의 일방주의에 대해 대놓고 이건 아니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되면서 세계화가 끝났고 이제 각자 도생이라는 이야기도 들려오고 있다.

우리 외교부나 국방부의 주요 관료들이 기본적으로 미국에 의존적인 사람들이 많긴 하지만, 세계정세가 이렇게 바뀌고 있다면 우리도 외교안보 문제와 관련하여 자국중심성이 있는 사람들을 주요 보직에 기용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프레시안

이재명, 김정은이 원하는 것 트럼프에게 정확히 알려줘야

박인규 : 미국에서 행정명령으로 자국민의 북한 여행을 막았었는데 이를 철회시키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한다. 김정은이 역점을 둔 원산-갈마 관광지구의 경우 지난해 방문한 러시아인들을 다 합해봐야 1만 명도 안된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미국 정부의 북한여행 금지 해제는 북한의 관광객 유치를 통한 외회획득 수요와 들어맞는 부분이 있어 보인다.

정세현 : 모스크바에서 우랄산맥 넘어서 극동지역까지 오는 것을 기대할 수는 없고 극동 러시아 즉 연해주 근처에 있는 러시아 사람들이 와야 하는데 러시아의 1인당 소득이 서쪽과 동쪽의 편차가 크다. 동쪽이 대체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지 않다. 게다가 그 사람들에게 원산이나 갈마가 그렇게 매력적인 관광지는 아닐 것이다. 북한이 백두산 쪽에도 호텔을 많이 지어놓았는데, 백두산에 올라가서 감격할 사람들은 "동해물과 백두산이" 애국가를 불렀던 우리나라 사람들과 해외동포들 밖에 없다.

박인규 : 4월에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해서 어떻게든지 북미 정상회담을 성사시켜 보려고 하는 트럼프의 지시를 국무부가 유엔 안보리라는 창구를 통해 '제재 면제' 카드를 꺼낸 거라고 한다면, 실제 이러한 미국의 행보가 북미 간 대화의 시작점이 될 수 있을까?

정세현 : 그렇다고 본다. 그런데 그걸로 김정은이 회담장에 나온다?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이 에이펙(APEC) 정상회의 계기 한국에 방문할 때 말레이시아에서 일본 들렀다가 경주로 왔는데, 말레이시아에서 일본으로 가는 비행기에서 김정은이 본인을 만나러 온다면 대북 제재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런데 당시에도 김정은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 정도 카드 가지고는 김정은이 트럼프를 만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은 9차 당 대회를 김정은의 위대성을 부각시키는 디딤돌로 활용해야 하는데 이번 9차 당 대회가 1월초에 열릴 거라는 당초 예상보다 2개월 가까이 늦어지고 있지 않나. 이는 8차 당대회 이후 지난 5년동안 경제발전의 성과가 자랑할 만큼 그다지 크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이게 안 될 수밖에 없는 것이 북한이라는 나라가 가지고 있는 경제력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북한은 핵과 미사일에다가 돈을 많이 썼다. 외교 목표에서 안보(Security)가 번영(Prosperity)보다 먼저니까 안전보장부터 먼저 한 다음에 경제 발전을 통한 번영을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군사력 강화에 투자를 많이 하다 보니 인민경제 쪽에 투자할 것이 없어졌다. 1980년대 말 1990년대 초 소련이 결국 해체된 것은 미-소 군비경쟁과 우주경쟁에 재정을 몰빵한 결과 인민경제거 붕괴 직전이었기 때문이이다. 핵-미사일 개발에 몰빵하고 있는 북한은 소련의 선례를 반면교사로 삼아, 없는 살림에서 군사력 강화 그만하고 인민경제 쪽에 투자순위를 높여야 한다.

그러나 지금 김정은은 스스로 바로 그 올가미를 쓴 것이다. 북한내부에서야 "무력을 강화해서 미국이 우리를 건드리지 못하게 됐으니까 김정은 위원장이 얼마나 위대하냐"라고 하겠지만 인민들 입장에서는 실속은 없어진 셈이다.

북한은 2월 하순 열릴 9차 당대회에서 제시할 10차 당대회까지의 경제 발전 목표와 함께 2024년부터 시작해서 2033년까지 끌고 가야 되는 '지방발전 20X10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원-부자재와 각종 장비가 많이 필요하다. 이를 간접적으로라도 보장해 줄 수 있을 정도의 북미관계 개선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지 않다면 김정은은 트럼프 앞에 서지 않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북한은 당대회에서 제시될 발전 목표를 충분히 성공적으로 완수할 수 있는 소위 원부자재 공급을 미국으로부터 받아내려고 할 것이다. 미국이 직접 주는 것이 아니라 미국은 우리한테 대북지원을 권고할 것이다. 트럼프는 한국에게 대미투자를 압박하는 사람이니까. 우리 입장에서는 그렇게 나쁘지 않은 카드다.

한국 정부는 미국에 이 정도를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해야 한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우리가 한미 합동으로 해서 얼마든지 참여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줘야 한다. 그게 '페이스메이커'가 해야 될 일이다. 인도적 지원 제재 면제의 경우 없는 것보다는 났겠지만, 북한에게는 그거는 푼돈밖에 안 된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8월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인규 : 결국 핵에 대한 반대급부로 북한을 끌어들여야 하는데, 그렇다면 비핵화 문제도 나올 수밖에 없는 거 아닌가?

정세현 : 핵 문제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은 핵 보유국이다, 이미 핵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했는데 이 말 속에는 핵을 더 이상 만들지 말라는 의도도 담겨있다. 이건 이재명 대통령이 작년 8월 방일 전 <요미우리 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말한 '동결'과 유사한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북미 관계 개선을 통해 미국이 핵 군축 협정을 언급한다면 김정은 입장에서는 나쁠 것이 없다.

북한이 "비핵화는 없다"고 하고 있지만 이건 비핵화를 죽어도 안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비핵화를 안 할 것처럼 하면서 그 이전 단계에서 받아낼 걸 좀 많이 받아내고 막판에 나중에는 이거 가지고 있어봐야 쓸모도 없다는 식으로 폐기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는 뜻일 수도 있다.

핵폭탄은 1945년 8월 미국이 일본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에 각각 1기 씩 떨어뜨린 것 외에는 실전에서 사용된 적이 없다. 최대 핵보유국인 러시아가 지금 우크라이나와 4년째 전쟁을 하고 있으면서도 핵폭탄은 쓰지 못하고 있지 않나. 이재명 대통령도 '동결→축소→비핵화'를 이야기했듯이 미국도 아마 그렇게 갈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까 우리도 처음부터 비핵화를 정책목표로 맨 앞에 내세우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는 점을 이재명 정부 내 일부 소위 동맹파들도 알아야 한다. 미국의 진짜 속셈(Real Intention)이 무엇인지도 챙겨가면서 정책을 입인하고 추진하라는 것이다. 나중에 "닭 쫓던 개 지붕 쳐다 보는" 신세 되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북핵에 대한 반대 급부, 즉 북한이 북미 정상회담에 나갔을 때 받을 수 있는 대가가 김정은 입장에서 볼 때 '나쁘지 않다'고 볼 정도는 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김정은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김정은 입장에서는 2018년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당시 약속을 미국이 이행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할 수 있다. 맨날 트럼프가 김정은과 친하네, 러브레터를 주고 받았네 등등의 이야기만 했지 실속이 없지 않냐, 트럼프 믿고 하노이까지 기차타고 60시간이 넘는 대장정에 나섰지만 완전 뒤통수 맞았다는 식의 피해의식도 있을 수 있다.

김정은은 "요즘 트럼프가 남쪽 상대로 외교하는 것 보니 완전 '미친X 널뛰듯이' 하는데 나하고 회담해놓고 또 그 다음날 무슨 이야기할지 모르는데 만나야 할까" 라는 식의 생각도 할 수 있다. 트럼프가 집권 1기 때보다 지금이 더 변덕이 심한데 만나서 오히려 우습게 되는 거 아니냐는 걱정을 할 수도 있다.

박인규 : 이런 상황에서 남한 정부가 지난 1998-99년 '페리 프로세스' 때처럼 지금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설득하거나 이니셔티브를 발휘할 수 있을까?

정세현 : 이 대통령이 정말 페이스메이커가 되려면 트럼프에게 북한이 받고 싶어하는 것을 알려주고 한반도 위기를 줄일 수 있는 방법도 설명해줘야 한다. 그런데 이거 하려면 지금의 인적 구성으로는 어렵다. 보다 창의적이고 독자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대통령 주변에 많아져야 한다. 반미(反美)는 아니지만 미국도, 북한도 모두 아는 사람이 대통령 참모로 들어가야 한다.

2월 15일이면 이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를 발표한지 딱 여섯 달이다. 대통령의 참모라면 "미국이 안 좋아한다"라는 소리만 하지 말고 미국을 이해시켜야 한다. 미국의 심부름을 하는 사람이 아닌, 미국의 이야기는 들어주되 자기나라 정책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 미국을 설득할 수 있는 배짱과 소위 '레토릭'이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박인규 : 북한 당 대회에서 꼭 남한이 아니더라도 대외적 메시지가 나올 가능성은 있을까? 나온다면 어떤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시는지?

정세현 : 남쪽에 대해서는 그렇게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지는 않을 것 같고 대외적으로는 '강대강 선대선' 정도의 이야기를 할 것으로 본다.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을 테니까.

당 대회에서 주로 10차 당대회까지의 경제 발전 5개년 계획과 2024년부터 추진중인 지방발전 20X10정책의 비젼을 제시하면서 경제 발전에 유리한 국제 정세가 조성되길 바란다든지 하는 이야기도 있을 텐데, 제재 문제에 대한 암시적인 언급은 가능해 보인다.

박인규 : 일본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자민당 창당 이래 최대 의석을 차지했다고 하는데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나?

정세현 : 일단 2월 24일 일본이 일방적으로 주장하고 있는 '다케시마의 날'이라고 있는데 거기에 장관급 인사를 파견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독도 문제를 가지고 한일 간의 갈등을 일으키고 또 대만 문제도 갑자기 꺼내서 중국이 군사적으로 일본을 압박할 수 있을 정도의 행동을 벌이면 이걸 동력으로 자위대의 정식 군대화, 헌법 개정 등을 추진할 수 있다.

박인규 : 일단은 경제 회생에 신경 쓸 거라는 관측도 있던데 우경화와 군사주의, 민족주의 등을 강화시킨다면 우리로서는 상당히 도전이 될 것 같다.

정세현 : 불편해지는 것이다. 또 하나 더 큰 문제는 그동안 미국이 일본을 아시아의 대리인으로 만들면서 우리더러 그 밑으로 들어가서 미국 시키는 대로 하라는 식으로 끌고 가려고 그랬는데, 일본이 군사대국화를 꿈꾸게 되면 미국은 일본에 많은 무기를 팔 수도 있다. 그러면서 한국을 일본 밑으로 들여보내는, 즉 미국-일본-한국의 수직적 군사 관계를 만들려고 할 수 있는데 여기에 우리가 끌려들어갈 것인지의 문제가 또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박인규 : 사실 동아시아의 긴장이 고조되면 제일 골치 아픈 게 남한인데, 다카이치의 승리로 중일 간 갈등이 더 심해지고 양국의 민족주의가 강화되는 환경이라면 우리도 자기 중심성을 더 가져가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정세현 : 그렇기 때문에도 한국 외교의 자기 중심성이 정말 절실하다.

박인규 : 중국에서는 4월 예정된 미중 회담이 분기점이 될 것이라며 굉장히 중시하고 있는데, 미일도 3월에 정상회담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있다.

정세현 : 미국 입장에서는 중국과 힘겨루기를 하기 위해서 사전에 일본과 한국을 완전히 손아귀에 쥐어 놓고 그걸 가지고 중국을 압박해 들어가야 되니까. 필요하면 갑자기 한미 정상회담도 하자고 끌어들일지도 모른다.

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남북관계 및 국제적 사안들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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